정치 풍자 '콩트'

‘정치 무림 열전’이 지난 7월 23일 첫회를 시작으로 많은 독자들의 관심 속에 주 1-2회 소개되고 있다. 이 글은 필자가 바라본 우리 시대 정치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콩트란 점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콩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 정치인들과는 전혀 상관 없는 가상의 인물들이란 점, 정치를 풍자한 콩트이기 때문에 사실과는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 주기 바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 /편집자 


언여기인(言如其人) 

앞서 '연판장'에 이어 이무상의 백제역사 소환으로 강호가 들끊고 있다. 문제의 초식은 '백제-절반의 성공-확장력'이다. 역사학자도 아닌 무림고수가 백제역사를 소환하여 디제이의 성취를 절반의 성공으로 폄훼했다. 

백보 양보해서 여까지는 무림고수의 단견이니 묻어둘 수도 있다. 허나 이를 강호에서의 확장력과 연관지으면 초식은 복잡해진다. 태생의 문제까지 파헤쳐야 한다. 백제 태생은 강호에서의 확장력에 있어 걸림돌이란 게 그의 말이다.

앞서 영남 역차별론도 있었다. 그런 뜻이 아니라하니 강호인들도 그의 선의를 믿어주자는 분위기였다. 일찌기 유촉새는 사파무림이 강호를 접수해도 강호는 망하지 않는다는 요설로 호남을 욕보였다. 

'우리가 남이가'는 사파무림의 호남죽이기 무공구결로 쓰였다. 말은 곧 그 사람이다.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신념이다. 강호소졸도 아닌 무림고수의 초식치곤 졸렬하다. 황산벌 싸나이들의 외침을 들어라! 

"너는 호남에 모욕감을 줬어."

호남의 짐이 무겁다.

별호(別號)

강호밥을 먹고사는 무사들은 제 이름말고 내세울만한 별명이 하나쯤 있어야 고수축에 낄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림강호 전성기였던 3김시대의 별호는 본명을 천조국의 문자로 음차하는 게 유행이었다.

3김 시대가 저물고 군웅할거 시대에도 마찬가지였으니 디와이와 엠비가 대표적이다. 3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탓도 있거니와 3김과 동급으로 대접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리라.

대개 별호는 무공 수위나 초식의 특성, 출신 문파 등에 따라 강호인들이 즐겨 부르며 입소문과 바람결 귀동냥을 통해 강호 전역에 퍼지게 된다. 때론 제 스스로 그럴싸한 별호를 갖다 붙이는 하류 무사들도 있으나 강호인들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을 통하지 않고서는 허명이 되고 만다.

강호에서 악업을 쌓은 자는 악명을, 적덕(積德)을 행한 자는 저명(著名)을 얻기 마련. 허나 강호인은 자신의 부고(訃告)만 빼고 뭐든지 이름나는 게 좋다고들 하니 별호의 쓰임새도 별나다.

정사무림을 넘나든 철새의 대명사이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어 붙여진 '피닉제'. 축지법과 공중부양의 대강호사기극을 벌였으나 특유의 공력으로 강호에 큰 웃음을 줬던 '허본좌' 등은 악명과 저명이 공존하는 별호다.

김이장의 '소(小)무현'은 출신 문파를 가리키며, 추매의 '추다르크'는 주유 강호하며 얻어진 저명이다.  이무상의 '사이다'와 여니의 '엄근진'은 무공 초식에서 붙여진 별호다. 규니의 '세균맨'은 이해불가.

철수 포차의 '안초딩'은 발정 홍차가 지어준 별호로 강호인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윤춘장과 제이형은 강호 입문 초짜라 별호 후보감은 여럿이나 악명이 다수다. 경장동연은 예의주시.

그중 별호가 많기로는 발정 홍차가 으뜸이니 홍반장, 홍카콜라, 홍구라, 홍그리버드, 독고다이 등 화려하다. 근래들어 제 스스로 '소(小) 제이피'를 차용하여 새 별호를 지었으니 허명과 악명, 저명 중 어디에 해당될 지 강호인들의 드문 관심이다. 

어르고 뺨치기 

윤춘장과 따릉이가 만나 삐루 한잔을 나눴다. 화끈한 만남은 못되고 화기애애 했나보다. 윤춘장이 "이제부터 배우만 하겠다" 공언한 첫 날이다. 안초딩과 합세하여 무림지존을 협공하고 구김객잔 무사 여럿이 윤춘장의 이마(利馬)주루로 갈아탄 날이다.

따릉이가 발끈하여 상도덕도 없다며 돌직구를 날린 지 몇 시진(時辰) 후의 만남이라 뻐꾸기들이 요란스레 날았으나 계체량 결과 대윤소이(大尹小李)라. 철수 포차 인수 합병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안초딩이 "다른 경로를 통해 해결 방법을 찾겠다" 연기를 피웠다.

때맞춰 구김객잔의 친윤감별사 좌진석 우성동이 연판장을 돌리고 나섰으니 우연치고 오묘하지 않은가. 주목할 대목은 이마주루에 합류한 무사들의 면면. 그중에서도 구김객잔과 일도 연이 없는 쓰까요정의 등장이다.

한때 광주의 후지기수로 각광받으며 강호인들로부터 쓰까요정이란 별호를 헌사받았던 무사다. 과연 쓰까요정이 따릉이 바람처럼 윤춘장과 더불어 구김객잔에 보쌈을 허할 지는 미지수다. 가능성 없다에 한 표 던진다.

강호 소졸은 앞서 따릉이가 보쌈귀법을 시전해 윤춘장을 업어오겠다 호언하나 허언에 그치리라 했다. 거꾸로 윤춘장이 구김객잔을 통째 보쌈할 궁리이나 강호 형세가 여의치 못하니 삐루 회동은 따릉이를 어르고자 함이다.

어르고 뺨치기는 사파무림의 비기중 하나이니 배우로 나선 윤춘장의 첫 연기치고는 성공적인 데뷔라 하겠다. 결정적인 순간이 닥치면 뺨 때릴 대역 무사가 나타나리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종인거사의 현란한 보법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쩐의 전쟁 

'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보급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

무림강호에 전해오는 불가역적인 불문율이다. 흔히 천하대전을 쩐의 전쟁이라 부른다. 강호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지전이 쓰인다는 소리다.

과거 사파무림의 흑역사인 차떼기 사건은 그 단적인 사례다. 그런 연유로 천하대전에 참전한 고위 무사들은 저마다 강호 제현을 상대로 군자금 보급투쟁에 나선다.

일일 보급투쟁 결과 윤춘장의 완승. 꿩잡는 추매가 나름 대성공이라 감읍하여 눈물이 왈칵했다는 지전보다 열곱절 가까이 거뒀다. 이무상이나 여니보다도 두곱절이 넘는다.

연이은 뜬금포로 작전은 실패했어도 보급투쟁만큼은 압도적 성공을 거뒀다. 오래 전 강호무림은 고무신대첩과 막걸리대첩 등 지전을 동원한 혈투가 치열했다.

차떼기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쩐의 전쟁은 사파무림의 독문절기나 다름없었다. 무공 구결은 '오고가는 지전속에 돈독해진 우리사이'다. 또 다른 구결은 "뭘 이런걸 다^~"이다.

주군을 무림지존에 등극시키고자 강호를 주유하는 하급 무사들의 처지는 그야말로 극한직업. 강호를 누비며 폼생폼사하나 기실 무사들끼리 만나 나누는 인사는 허허롭게도 "밥은 먹었냐?"이다.

무림지존을 꿈꾸는 강호 고수들은 자신을 위해 오늘도 내달리는 하급 무사들을 위해 거둬들인 지전을 아낌없이 쓰기 바란다.(계속) 

/조상식(강호 소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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