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 '콩트'
7조법금(七條法禁)
천하 대전에 참전시킬 정파무림 최강 무사를 가리는 육룡들의 혈투가 뜨겁다. 육룡들은 저마다 정파 무림의 적통이자 무림지존의 적장자임을 내세우니 강호인들의 눈과 귀가 어지럽다.
이런 가운데 묵언수행 중인 무림 지존의 비첩 한 장이 강호에 날아드니 일대 파란이 일었다. 다름 아닌 무림 지존의 의발전인(衣鉢傳人, 유일한 전승자)이 될 자격 기준을 새긴 7조법금(七條法禁)이다.
7조법금은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경력이 있는 자는 차기 무림지존으로서 자격미달이라는 어마 무시한 계율이다. 이 뿐 아니다.
입신의 경지에 오른 무림 지존의 수갑자 내공을 의발전인에게 격체전공(隔體傳功, 몸을 통해 내공을 전수하는 것으로 초 절정 고수들이 강호를 떠나며 후지기수를 배려하는 전통)으로 전하겠노라 적고 있으니 강호가 숨죽이며 의발전인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있게 가자"는 무림지존의 간절한 당부도 담겨있으니 과연, 7조법금의 계율을 어기지 않고 무림 지존의 내공을 전수받을 정파무림의 진정한 적통이자 적장자는 누가 될 것인가?
난방열사2
무산신녀의 기연을 얻었던 것일까? 절정 고수들의 각축장이어야 할 천하 대전이 난방열사의 참전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기상천외한 독문절기 '바지내려'를 시전하며 강호를 한 차례 휘저어버린 난방열사다.
이번에는 피눈물을 찍어 날린다는 신비의 적혈지를 시전하며 이무상을 향한 간헐적 공격을 이어갔다.
적혈지. 반드시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에다 피눈물을 찍어 날려야만 출수할 수 있다는 신비의 지풍. 내공 수위보다 원한맺힌 골수의 팽창력에 따라 지풍의 위력이 달라진다.

허나 맺힌 원한도 없이 출수할 경우, 나가니(정신나간 이를 일컬음) 취급받으며 강호인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하니 강호밥을 먹는 사람들은 한 결 같이 꺼리는 무공이다.
무공 구결은 '기억나지' 한 줄이다. 그보다 무서운 일은 전설 속 기인 무산신녀의 독문절기 섭혼대법의 출현이다. 상대의 정신을 파괴할 정도로 간섭하여 황폐화시키는 극악무도한 섭혼대법을 펼치고 있으니 강호인들이 경악하고 있다.
아직은 공력 수위가 얕아 간헐적 공격에 그치고 있으나 섭혼대법을 완성하는 날, 천하대전에 직접 뛰어들지 모른다고 점치는 강호인들이 늘고 있다.
100분의 난
개꼰주점 송황소와 구김객잔 따릉이가 점소이 회합을 갖고 전 강호인에게 지전을 나눠주기로 했다가 스타일만 구겼다. 딴에는 정사무림 대가리들이 만나 합의했으니 두말하지 말라는 결기를 담았으나 점소이에 불과하다는 처지를 둘다 깜빡했던 모양.
그러잖아도 천하대전에 참전할 무림고수들이 속속 등장하며 존재감이 흐릿해지던 터라 째한번 내보려다 망신살만 뻗쳤다. 일갑자 내공 수위를 넘나드는 무림 고수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점소이들의 100분의 난은 이렇듯 허무하게 진압되고 말았다.
당금 무림의 진정한 대가리는 천하 대전에 참전한 고수들의 차지라는 엄중한 현실만 확인한 셈. 점소이의 임무는 무림지존이 탄생하기까지 점방을 잘 지키는 것 말고는 없다.
의문의 여인, '주리'
스스로 둥지를 틀지 못하고 남의 둥지를 정처삼아 번식하는 뻐꾸기들이 강호를 뒤덮었다. 화류계 신비 여인으로 알려진 주리가 윤춘장 부인이라는 썰을 물어다 날랐던 모양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리 없다는 통설이 뻐꾸기들의 명줄이니 뻐꾸기가 한번 쏘아올린 썰은 중원을 떠돌며 살이 붙기 마련...눈덩이가 눈사람으로 변하는건 시간문제다. 그래서였을까. 윤춘장 부인이 직접 나서 터무니없는 삼류 소설이라며 일장을 날렸다.
이를 강호의 쌍거포인 추매와 홍차가 가만둘 리 없다. 윤춘장 부인의 일장을 맞받아 윤춘장을 향해 협공에 나섰으니 암수에 걸려들었다는 초식이다. 허나 어찌 알 수 있으랴. 윤춘장은 모르 쇠했으나 자충수가 아닌 고도로 계산된 육참골단의 신공을 펼쳤음이라.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바다 건너온 무공비급은 옛것이 된 지 오래다. 풍류계 가인 예슬이가 뻐꾸기에 맞서 끝을 보자며 대결장을 날리는 당당함을 칭송하는 K-강호다.
윤춘장 부인의 일장 또한 끝을 보겠다는 결기인 동시 구린 자들을 향한 일격인 셈이니 천하대전까지 하고많은 세월동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무림고수들이 완전히 새가 되는 건 순간이다.(계속)
/조상식(강호 소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