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 '콩트'

정치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대선-지선'을 앞두고 정치 고수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초야에 묻혀 지내던 신인 정치인들도 하나 둘 서서히 강호에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자신을 ‘강호 소졸’이라고 낮춰 소개하는 조상식 선생의 정치 풍자 콩트 ‘정치 무림 열전’을 주 1-2회 소개하기로 한다. 이 콩트는 조 선생이 바라본 우리 시대 정치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가벼운 내용의 아주 짧은 이야기란 점을 미리 밝혀둔다.

콩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 정치인들과는 전혀 상관 없는 가상의 인물들이란 점도 이해해 주기 바란다. 현실 정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지닌 작가의 콩트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편집자 주


동물의 왕국

어찌된 일인가. 강호 무림이 난데없는 동물의 왕국으로 화했다. 생태의 시간이 가더니 곰, 꿩, 매, 메기, 숭어, 망둥이가 뛰논다. 분명 동물의 왕국이긴 하나 정작 맹수는 없고 순 어류, 조류가 판치니 강호의 한숨만 깊어진다.

무림 역사상 지존 취준생의 역대급 출현은 현 무림 지존의 반면교사 아니겠는가. 개혁군주 정조대왕의 화신이 되고자 했으나 공신들의 장막에 갇혀버린 중종의 운명을 감지한 강호의 냉혈한 인심을 어이하리오. 

'개나 걸'이나 동냥 벼슬의 최고 봉인 무림 지존에 등극하겠노라 개 거품을 물고 있으니 개가 똥을 참지, 무림 고수들의 속된 야망을 어이 말릴 수 있으리. 중원 제일루 개꼰 주점의 사달 또한 점입가경.

해괴사를 일일 도우미로 쓰건 말건 뭣이 중한디. 젊은 피 '점소이'를 내세워 문전성시를 이룬 구김객잔과 하는 짓이 영 딴판이라. 개꼰 주점 신임 점소이 송황소는 강철 부대의 승부사들처럼 잔재주가 아니라 진짜 쎈 놈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18동인진’을 출수하시라. 

윤춘장 강호 행 

자신을 마늘 먹는 곰에 빗대어 은거 수련 중임을 중원 무림에 전언했으니... 무림 역사상 단 한번, 곰이 사람으로 환골탈태했다는 신화적 무림 고수의 출현을 고대한 강호 인들로 차고 넘쳤다. 

강호 행의 첫 출발지가 단 일초식만으로 왜의 절정 고수 여럿의 목숨을 거두어 왜놈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전설의 무림 고수 매헌을 기리는 곳이라 더욱 그러했다.

택일 또한 상징일 6.29(연평해전인지 6.29선언인지 모호)를 택하여 강호를 분분케 하였으니 일견 성공적이라. 허나, 118일 은거 수련했다는 무공 구결을 암기하여 출수할 상태에는 이르지 못하였으니 내공 수위는 절정 고수 반열인 일갑자에 미치지 못한 듯 보인다.

무공의 내력은 걸음걸이와 고개짓으로 미루어 보건대 일찌기 개방의 방주 소화자가 창안하여 그의 제자 성룡에게 전수했던 허허실실 절기인 취권을 연성 중인게 아닐까 짐작된다.

이 또한 극강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여 속으로 채 갈무리가 안 되니 건들건들하며 도리도리하는 어설픈 몸짓이 강호인들 매의 눈에 포착되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빈곤의 무공인가, 무공의 빈곤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가오만사성 

'사나이가 자존심이 있어야 모든 일이 잘된다'는 것은 무림계의 오랜 불문율이다. 강호인들은 "우리가 지전이 없지 가오가 없냐"며 가오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무림을 지탱해 왔다.

'하룻밤 풋정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게 강호의 대표적 ‘가오정신’이자 ‘묵계’다. 유력한 무림지존 후보가 무상연애 의혹에 휩싸여 강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변방의 한 전직 장문인은 권력형 성범죄 재판에서 기습 추행과 치매 증상을 호소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읍소하니 오랜 세월 강호를 지탱해온 ‘가오정신’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같고도 다른 성범죄로 목숨을 던져 마지막 남은 가오를 지키려 했던 전직 장문인도 있었고 가막소에서 가오를 잊은 채 세월을 낚고 있는 전직 장문인도 있다. 셋 모두 정파를 대표하는 문파 출신이니 세상사 참으로 알고도 모를 일이다.

한때 단전 아래를 공격하는 초식을 가오 빠지는 무공으로 치부하던 야인 시대도 있었으나 세상은 열 번도 더 바뀌었다. 그래도 가오는 후지 기수들에게 꼭 전해줘야 할 꼰대들의 유일한 가치 아니겠는가.(계속) 

/조상식(강호 소졸)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