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 '콩트'

정치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대선-지선'을 앞두고 정치 고수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초야에 묻혀 지내던 신인 정치인들도 하나 둘 서서히 강호에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자신을 ‘강호 소졸’이라고 낮춰 소개하는 조상식 선생의 정치 풍자 콩트 ‘정치 무림 열전’을 주 1-2회 소개하기로 한다. 이 콩트는 조 선생이 바라본 우리 시대 정치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가벼운 내용의 아주 짧은 이야기란 점을 미리 밝혀둔다.

콩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 정치인들과는 전혀 상관 없는 가상의 인물들이란 점도 이해해 주기 바란다. 현실 정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지닌 작가의 콩트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편집자 주


꿩 잡는 매 

정치 고수들이 모여 사는 강호 무림 주변이 어수선한 때는 바야흐로 2021년 6월 19일. 음력으로 5월 10일이던가. 

강호 무림에 뜬금없이 꿩 잡는 매가 등장했다. ‘무대포 철권’으로 상대를 뭉개는 잔혹한 무공을 펼쳐 한동안 강호를 부르르 떨게 하던 ‘추매’다. 

내공이 약해 자신의 비기인 무대포 철권의 무게를 못 이겨 종종 제 머리를 찧곤 하여 웃음거리가 되곤 했다.

무림지존의 상징은 ‘봉황’이다. 스스로 꿩 잡는 매가 되려함은 봉황이 못되어도 동귀어진(너 죽고 나 죽자는 필살기) 하겠다는 결기를 내보임이리라. 무림의 지존자리를 노리고 꿩 잡는 매를 자처하며 강호에 출두했으니 눈 요기감은 될듯하다.

허나 어찌하랴. 꿩 쫓던 매가 마늘 먹는 곰을 만났으니 그 결말이 궁금하다. 참고로 마늘은 곰도 사람을 만들며 내공을 증진시키는 효험이 있다.

무서운 일이다.

추매와 홍차 

드디어 꿩 잡는 '추매'가 사람이 높은 무림을 위해 날아올랐다. 경공술 하나로 무림을 제패할 수 없음은 삼척동자도 알 터이나 정작 당사자는 눈 한번 깜빡 않는다.

무림 재집권에 도움이 되기보다 걸림돌이 되리라는 정파무림 원로의 한숨도 아랑곳 없다. 그래야 추매다. 아무도 말릴 수 없다는 추매의 미친 존재감은 강호인들에게 또 하나의 눈요기는 되리라.

그런데 '부전과 불임'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구김객잔이 젊은 피 ‘점소이’를 내세워 ‘보쌈 귀법’으로 강호 무림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보쌈 귀법은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강호에서 하류 무사들조차 꺼려하는 치졸한 수법이다.

보쌈 귀법의 첫 시전 자는 '발정 홍차'로 독설음공의 절정 고수다. 독설음공은 ‘독썰’로 내공이 약한 상대의 심금을 격탕시켜 제압하는 사파무림의 절기다.

강호 출두와 동시 독설음공을 퍼부으니 강호인들에게 또 다른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추매와 홍차 둘 다 정파와 사파를 대표하는 절정 고수들이다. 내부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처럼 취급받는다.

비록 속한 무림 정파는 다르나 둘의 공적은 윤춘장이니 추매와 홍차 그리고 윤춘장의 격돌은 작금 무림에 소소한 재미를 보태주리라.

윤춘장의 '마늘 요법'

윤춘장. 그가 중원에서 오래전 실전된 무공인 포청천의 개작두 검법으로 두 전직 무림지존을 제압하며 일약 무림계에 신성처럼 등장했다. 개작두 검법 단 일초식으로 절정 고수 반열에 오르며 현 무림지존에게 발탁되어 감찰총관직을 맡았었다.

감찰총관 당시 상급자인 두 태상호법을 추궁하며 연거푸 멸문지화와 주화입마 지경까지 몰고가니 문파와 지존의 눈 밖에 난다. 차기 무림지존 자리를 노리고 절치부심 폐관수련에 들어가 비장의 무공 비급을 연마하는 한편 '마늘 요법'의 혹독한 내공 수련 중이라는 바람결 소리 소문이 강호에 무성하다.

그가 수련 중인 마늘 요법은 곰도 100일 간 장복하면 사람으로 탈바꿈한다는 절세 비급으로 전해오나 무림 천하가 열린 이래 단 한번 성공했다는 강호의 전설로 남아있다.

윤춘장이 강호 출두를 예고한 날이 폐관 수련에 들어간 지 꼭 100여일 째라 과연 무림 역사상 두 번째 환골탈태한 초 절정 고수가 탄생할지 강호인들의 눈과 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중원 무림은 온갖 음모론과 가십 그리고 미스터리와 썰전이 난무하는 곳이다. 그가 은거하며 폐관 수련한 무공이 개작두 검법을 넘어 무엇이든 베어버리는 신검의 경지에 올랐다는 설과 용맹정진 내공 수련하여 절대 파괴되지 않는 금강불괴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썰 등이 차고 넘친다.

허나 어찌 알수 있으랴. 호사다마라 했던가.

강호 출두 일주일여를 앞두고 탐라 검객의 불의의 일격에 이어 둘뿐인 호위무사 중 하나가 일신상의 이유로 스스로 물러나니 출두하기도 전 강호 무림의 매서운 칼바람 앞에 내상을 입었으리라.

그가 마늘 요법을 완성하고 무림지존을 넘볼 수 있을만한 경지의 내공이 실린 절세 무공을 보여줄 지 아니면 허명에 그치고 말지 강호인들은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계속)

/조상식(강호 소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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