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 '콩트'

관종

관종은 관심을 먹고 자란다. 아재아짐 관종들의 무공 구결은 '날 좀 보소.' 신예 기수 관종들은 '바보상자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다. 강호에는 기인 이사가 차고 넘친다. 은거 기인도 부지기수. 스스로 절정 고수를 자처하며 은거를 기피하는 부류도 있다.

알량한 허명이나마 잊혀지지 않으려 몸부림친다. 은거를 마다하는 관종들은 강호인들의 관심을 받고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관종들은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불문율을 신봉하며 군림천하를 꿈꾼다는 종특(종족 특성)이 있다.

관종과 팝콘은 운명동일체다. 팝콘은 치킨이 나올 때까지의 지분거리다. 치킨이 등판하면 한 켠으로 치워지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관종도 그렇다. 아니나다를까. 천하대전이 임박하자 관종들의 강호행도 줄을 잇고 있다.

강호에 악명을 떨치는 전빤쓰가 무력 시위를 예고하며 역병이 창궐한 강호에 비상이 걸렸다. 일명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전빤쓰의 무사 집단은 사파 무림의 한 축이다. '빤쓰벗어' 단 한 구절의 무공 구결로 예하 부대를 이루었으니 전빤쓰의 무공 내력도 심히 오묘하다.

전빤쓰의 과시욕과 관심병이 날로 도지니 강호의 우환이 깊다. 강호대수술을 기치로 내걸고 칼받이 의대집도 천하대전에 참전했으나 아는 이가 없다. 다만, 관종의 원조라 할 변재검이 호위무사로 등장하니 환상의 조합이다.

또 관종의 대부격인 유촉새도 출격 채비를 마쳤다하니 강호 소졸의 구경거리가 실로 어마무시해졌다. "나도 관종이다" 주장할 무사들을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다. 지면 관계상 빠졌다고 삐치는 우를 삼가기 바라며 후일 다루고자 하니 해량하시길. 시나브로 극한직업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부진즉퇴(不進卽退)

나아가지 않으면 뒤로 밀린다. 이무상이 무림 강호를 향해 하이킥을 날렸다. 장문인 권한으로 전 경기인에 지전을 고루 나눠주겠단 회심의 일격이다. 강호의 이단아다운 전격전이자, 진(進)은 있되 퇴(退)는 없다는 결기다.

왜, 그랬을까? 무림 지존과 다른 길을 택하니 강호가 분분하다. 기실 이무상의 독문절기는 누가 뭐래도 기본삼장(基本三藏)이다. 허나 스스로 필살기는 아니라며 손사레치자 강호인들이 뜨악해했다.

강호의 갑론을박이 깊어지자 무공구결 패를 까니 '합니다!'가 전부라. 정사파를 막론하고 헐~이다. 참다못한 규니가 봉이 김선달의 전래 무공 '빚!좋은 개살구' 일장을 날리니 기본삼장이 파해 일보 직전이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미약하니 승부수가 절실했으리라. “강호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많다”며 갈고 닦아온 기본삼장이다. 강호를 평정할 비기로 여겼으나 거꾸로 족쇄가 될 지 모른다는 강박도 한 몫 했으리라.

이무상의 '합니다!' 전격전이 돌파구가 될 지, 화약고가 될 지 알 수 없으나 단숨에 천하대전 판을 뒤흔들어 버린 건 분명하다. 이무상이 지목했다는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이무상의 승부수가 득(得)일 지, 독(毒)일 지 지켜보는 재미는 솔직히 없다.

철부지(鐵斧之) 

사파 고수들의 은신처, 구김객잔이 시름잘 새가 없다. 따릉이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던 모양이다. 구김객잔을 평정한 따릉이의 성취에 중원의 호걸들과 강호의 영웅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젊은 피답게 강호에 새바람을 일으키리라는 기대에서였다. 허나 어찌하랴. 나의 깊이는 나의 한계라.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커지니 따릉이의 귀욤뽀짝 옹알이도 어느 새엔가 강호의 소음(騷音)이 되어 짜증을 유발하고 있다.

윤춘장을 보쌈하겠노라 큰소리쳤으나 따릉이가 안방을 비운 틈에 윤춘장이 안방을 차지한 격이니 부아가 치밀만도 하다. 업둥이라도 키워 불임의 굴레를 벗고 성공신화를 쓰고 싶었으리라. 강호의 능력자로 자리매김하여 감독 겸 주연배우로 한 편의 무협영화를 찍어 대박을 꿈꾸었으리라.

보쌈으로 성공 보수를 얼마나 챙길까, 봉창 속에서 계산서를 만지작거리다 완전 새된 꼴이라. 감히 대가리를 무시해! 손에 쥔 거라곤 망치뿐이니 모든 게 못대가리로 보이리라. 윤춘장을 왕따놓으려 망치질을 하면 할수록 거꾸로 왕따를 당하는 신세로 몰리는 형국이다.

과거 대가리가 결심하면 우덜은 한다는 호시절이 있었다. 대가리 한마디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까라면 갔던 그때 그 시절이 부러웠나 보다. 망치질마다 사사건건 시비에 빠킹이다.

바지짱이 대가리 행세하니 꼰대 고수들이 눈꼴 시려 못볼 지경이라. 이대로면 사파 고수들이 떼지어 전설의 공업용 미싱을 들이밀 지도 모를 일이다. 이 와중에 달구지 면허취득을 뽐내며 축포를 쏘아올리니 꼰대들 보기에 철부지가 따로 없다.

집구석은 편갈라 아귀다툼인데 달구지 장만 기회를 얻었노라 자랑질이니 혀를 찰 노릇이다. 세치 혀로는 부실한 내공과 허접한 무공을 채울 수 없다. 망치를 버리고 쇠도끼를 들어라, 철부지(鐵斧之)!

철부지(鐵斧之) 2 

마교(魔敎)의 무공이 중원에 출현하니 강호가 들끓고 있다. 자신의 영혼이 탈탈 털리고서야 익힐 수 있어 일명 악마의 무공으로 불리운다. 정사무림 모두 마교의 무공을 금기시하며 이를 어길 시 무림 공적(公敵)으로 간주한다. 헌데 구김객잔 따릉이가 금기를 깨고 악마의 무공을 시전하니 강호인들이 경악했다.

흡청마공(吸聽魔攻). 

적과의 대화를 엿듣고 흡수하여 그대로 발출하는 마교의 사술이다. 이 사술에 걸려든 자는 기혈이 뒤틀려 심한 내상을 입게 된다. 따릉이가 윤춘장을 향해 시전한 마공이다. 따릉이는 달구신녀의 전인으로 강호행 10년이다.

갸꾸(ぎゃく)로 똥침놓기, 뒤통수로 이마까기, 주먹으로 뻐큐하기 같은 사파 무림의 같잖은 무공이 성에 차지 않았으리라. 달구신녀의 신물인 오방낭(五方囊)을 계승 발전시킨 삼금낭(三錦囊)으로 윤춘장을 낚시할 만큼 사술에 능하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무공 연마와 내공 수련은 뒷전인 채 오로지 사술과 세치 혀에 공력을 집중해왔다. 중원의 신진 기수들은 일자리를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다고 절규하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따릉이는 강호 평정을 위해서 영혼을 마교에 팔아넘긴 모양이라.

무림 공적으로 추락할 지 모를 따릉이의 세치 혀에 다시 강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파 무림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雲外蒼天(운외창천)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은 하늘이 나오니 난관을 극복하면 성공한다는 뜻이다. 숙고는 길고 변명은 짧았다. 구김행을 멈추겠다는 안초딩의 웅심(雄心)은 운외창천이라. 다 죽은 줄만 알았던 탈레반도 오래 버티다 나라를 먹었으니 철수 포차도 운기조식하면서 쨍하고 해뜰날을 숙고했으리라.

일찌기 무림강호의 불세출 영웅 디제이는 "거짓말과 약속을 못지킨 것은 다르다"고 강호를 향해 일갈한 바 있다. 약속은 무림 교체이지 구김과의 합방은 수단이었으니 약속을 어긴 게 아니라는 너스레에서 내공 증진의 성취도 살짝 엿보인다. 위기는 철수 포차를 낼름 집어 먹으려던 따릉이에게 닥쳤다.

진퇴양난 내우외환의 위기다. 건달 품새로 '한번하자' 가오는 잡았으나 신방을 차려놓고 거시기를 못했으니 천하의 웃음거리라. 따릉이의 거시기 시전이 궁굼해진다.

※위 ‘정치 무림 열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상의 인물들이다. 정치를 풍자한 콩트라는 점을 이해바라며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조상식(강호 소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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