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 '콩트'

무림 비사(祕事)

천조국 지존 닉슨이 떼국 지존 마오랑 핑퐁치다 논검 비무를 위해 떼국을 방문했다. 두 지존의 만찬은 짜장면과 빼갈.

마오가 닉슨에게 빼갈을 따르고 깐뻬이를 외치며 한잔 들이키자 닉슨도 따라 마셨다. 마오가 양파 한조각 안주삼아 젓가락으로 집어들자 닉슨도 따라 저분질을 시도하나 난생 첨인지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기죽으면 논검 비무도 말짱 황이라. 식은 땀 흘리며 겨우겨우 양파를 집어드니 두 지존이 환히 웃었더라. 닉슨은 짜장면 한그릇을 게눈 감추듯 비웠다. 닉슨이 떼국을 거쳐 왜국을 방문하니 시다바리 다나까가 황송히 영접했다.

만찬은 초밥과 사케다. 다나까가 닉슨에게 사케 한잔 따르고 간뻬이를 외치며 한잔 털어넣자 닉슨도 따라 마셨다. 다나까가 콩자반을 안주삼아 젓가락으로 집어드니 닉슨이 내심 '하~요놈봐라' 하였더라.

마오랑 짜장면 먹던 가락이 있었던지라 귀욤뽀짝 콩자반을 짚어드니 다나까가 무안했더라.  닉슨이 괘씸하여 초밥을 들지 않고 자리를 파하니 왜국이 소란하였다. 닉슨이 강호를 방문하여 똘마니 박통을 만나 만찬을 했다.

백반 한상 가득 막걸리가 반주라. 박통이 탁배기에 막걸리 그득 한잔 따르니 닉슨의 눈알이 튀어나오더라. 박통이 "한잔 합시다" 탁배기를 들고 냉수 마시듯 부어 넣으니 닉슨이 기죽기 싫어 억지로 따라 마셨다.

박통이 '꺼억'하고 추임새를 넣으며 젓가락을 들고 안주를 집었다. 간장 종지에 동동 떠있는 참깨 한톨 집어들자 닉슨의 입이 물먹는 하마가 되어 다물어지지 않더라. 닉슨은 '허걱' 추임새를 남긴채 끝내 주화입마를 입고 천조국 지존 자리에서 물러나니 강호의 무공이 이리도 고강하다. 

"나는 한끼를 먹어도 반찬이 40가지가 넘는다 띠*놈들아." 

이것이 강호의 가오다.

간자(間者) 

천외천 여정검이 평양성에서 강호 무림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하루이틀 날린 것도 아니고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할 신박한 흥취도 없으니 강호는 고요하다. 그보다 천외천의 허당 간자들의 알쏭달쏭한 강호행이 흥미롭다. 손자병법 용간계(用間計)에는 간자를 이용해 전쟁대신 목적을 이루는 방법을 적고 있다.

인기향인이용지(因其鄕人而用之).

고전적 방법으로 그 고장 주민을 이용하는 것이다. 고(정간)첩이다. 헌데 어설프고 어설프다. 간자질 10년이면 작전도 생활이 된다 했던가. 은신처 월세도 못내, 물세도 못내, 장작 패서 불 때 가며 간자질이라니.

먹고 사는 게 간자질보다 더 무서웠을 거 같다. 임무 수행도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어 보이는데 생활고가 오죽했으면 공작금을 횡령하고 간자끼리 고자질이라니. 지금까지 이런 간자는 없었다.

이것은 개그인가, 코미디인가? 이들이 진정한 간자라면 고용주인 천외천은 수준 미달이다. 이밥에 고깃국은 옛말, '한끼를 먹어도 반찬이 겁나게 많은 등따숩고 배부른' 강호다. 헌데 고용한 간자를 기아와 추위에 떨게 하다니. 반인륜적 부당 노동행위다.

그들이 어쩌다 간자 생활을 하게 됐는지 모르나 먹고 사는 작전 수행하느라 얼마나 고단했을까. 천외천은 강호에 하나마나한 경고장 말고 춥고 배고팠던 간자들의 밀린 공작금부터 지불하는 게 순서다. 아니면 말고.

허본좌 출격 

드뎌 출격이다. 역병과 찐더위에 지친 강호인들에게 단비같은 소식이다. 보잘 것 없는 정사무림의 이전투구보다 하잘 것 없는 꼴통 무사의 강호행이야말로 앙천대소(仰天大笑)할 기쁨을 주리니. 썰대포 첫 발부터 예사롭지 않다.

"암폐(코인)로 피해 본 강호인들, 1억냥까지 책임"

'암것도 못하는 정사무림보다 미친 짓이라도 하겠다'는 꼴통 무사가 훨 나아 보인다. 허본좌는 무림 강호의 고수 축에는 끼지 못한다. 꼴통 무사일 뿐이다. 무공 내력도 축지법, 공중 부양, 관심법 등을 두루 섭렵했다하나 눈을 속이고 마음을 유혹하는 사술(邪術)에 불과하다.

강호에서 전례없는 공개 시전을 수차례 선보였으나 다 허당이라. 지나가던 소도 보다가 웃었다는 강호의 전설을 남겼다. 허본좌의 독문절기는 기실 견초식음공(犬草食音攻)이다.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로 상대를 앙천대소하게 만들어 기혈을 뒤틀리게 하는 술법이다. 허본좌의 출격으로 천하대전 관전이 달달해졌다. 주려거든 허본좌처럼 화끈해야 한다. 줄듯말듯 엄근진 해봐야 강호인들 눈밖이다.

어차피 공염불이고 퍼주기 비무 아니더냐. 허본좌처럼 상상 그대로 즐거움이라도 주는 게 낫다. 대도정법(大道正法)은 만나기 어렵고 사도(邪道)는 차고 넘치니 지금까지 이런 천하대전은 없었다.

저평가 우량주

시골 이장 출신, 김이장. "서울의, 서울에 의한, 서울을 위한" 강호 해체의 깃발을 들었으나 울림이 적다. 일찌기 강호를 구분짓는 단 하나의 기준이 있었으니 서울 아니면 변방이다.

서울에 사는 강호인은 '특별시민'이고, 변방에 사는 강호인은 보통 사람이다. 대학교 또한 '서울대'와 '서울대가 아닌 대학'으로 구분된다. 무림지존이 주재하는 장로회의도 서울장문인만 참석할 수 있다. 왜냐고, 특별하니까.

심지어 쥐새끼마저 시골쥐와 서울쥐로 구분하고 차별하나 강호인들은 크게 불평하지 않는다. 왜냐고, 원래 그랬으니까. 변방의 강호인들은 인서울이 지상 목표고, 서울의 특별시민들은 아웃서울을 인생 실패로 여긴다.

서울은 비만으로 죽을 지경이고, 변방은 영양 실조로 죽기 직전이다. 서울은 천정부지 집값으로 고통이지만 변방은 살사람이 없어 빈집이 지천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변방이 사라진다해도 눈 하나 꿈쩍 않는다.

왜냐고, 서울이 존재하는 한 강호는 안녕하니까. 이의 있습니다! 저평가 우량주 김이장의 용기있는 이의 제기에 박수를 보낸다. 강호 제현은 오해 마시라. '서울공화국 해체!' 빛나는 무공 구결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함이니.

내심 강호 소졸의 솔직한 바람은 천하대전을 떠나 김이장과 윤춘장이 씨름 한판 붙으면 무림사에 길이 남을 세기의 대결이 되겠단 생각이다. 상상만도 즐겁다. 역병에 지친 강호인들에게 이보다 더한 위로는 없으리라.

금낭묘계(錦囊妙計) 

구김객잔 따릉이가 비단 주머니 세 개를 낚시밥으로 던져 돌고래를 낚았으니 재미가 솔찬하다. 제갈량의 금낭묘계를 흉내내어 대어를 낚은 지라 '내가 곧 제갈량이로소이다' 기고(氣高)가 만장(萬丈)했다. 

따릉이는 달구신녀의 전인이다. 달구신녀의 신물(神物)이 오방낭(五方囊)이라면 삼금낭(三錦囊)은 따릉이의 신물인 셈이니 달구신녀의 전인답게 사술(邪術)에 능함이라.

갓 잡아올린 대어를 가두리 양식장에 가두고 조련하려들자 앙탈이 이만저만 아니다. 건바이건 생떼에다 뼈대있는 멸치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예 조련사를 먹잇감 취급이다. 따릉이가 빡칠만도 하다.

강호에 고한 돌고래 쇼가 낼 모레인데 허구헌 날 기싸움이다. 허나 어찌하랴. 보쌈한 덩어리가 돌고래가 아니라 팬더곰이었으니. 정작 삼금낭이 절실한 건 윤춘장보다 따릉이다.

팬더곰을 가두리 양식장에 가두고 돌고래쇼 조교라니. 어처구니부터 찾아야 한다. 지금이 삼금낭 하나를 열어 볼 때이다. 철수 포차 인수 합병도 삑사리다. 간보기를 멈춘 안초딩은 직접 장국을 끓일 요량으로 궁민방 요리책을 뒤적이니 철수 포차 재개장이 머지 않다. 두 번째 삼금낭을 열어 볼 차례다.

구김객잔 아재 아짐들의 볼멘 소리도 요란하다. 귀욤뿜뿜도 정도껏이라. 천방지축 사방으로 나대니 마뜩찮기가 원숭이 개보기다. 마지막 삼금낭을 열어 볼 시간이다. 꾀로 흥한 자 꾀로 망한다.

동방삭은 잔꾀를 부려 삼천갑자를 살고 결국 잔꾀에 넘어가 황천길로 갔다. 강호 무사들이 피고 또 지는 것은 노류장화(路柳墻花) 운명이라. 따릉이의 운명이 자신이 지은 삼금낭에 달려있다.(계속) 

※위 ‘정치 무림 열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상의 인물들이다. 정치를 풍자한 콩트라는 점을 이해바라며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조상식(강호 소졸)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