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 '콩트'
비무(比武) 품새
'헝그리 정신' 구수하사 배고픈 자를 배부르게 해주시는 라면님을 믿으며 열공했다는 '라면 소녀' 춘애림. 보법 중 하나인 속보(速步)를 열공해 강호에 파란을 일으켰을 때가 과년(瓜年)한 나이라.
이제는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을 지났으니 무상한 세월이다. "라면만 먹고 뛰었다"는 소녀 무사의 헝그리 정신은 세월따라 전설이 되었다.
'최선을 다해 즐기자' 10대 갓기(god+아기)들의 포효가 닌자들의 은신처를 거시기해부렸다. 무공 구결은 짧고 굵게 '범내려온다.' 헝그리 정신의 사부들 내공을 능가하여 최선을 다해 즐기는 여유로운 품새다. 갓기들의 신박한 품새를 지켜보는 강호인들도 즐겁다.
승패를 넘어 비무를 즐기는 갓기들의 등장으로 향후 무림강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리라. 어린 고수들의 명랑한 열도列島원정기는 신축대첩辛丑大捷으로 무림사에 기록될 것이다.
'너 죽고 나 살자' 무림강호는 총성없는 전쟁터다. 유아독존 천하제일인을 가리는 비무다보니 '너 죽고 나 살자' 살벌 비장하다. 허니 무림강호의 불문가지(不問可知)인 폼생폼사나 가오만사성도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정파무림 절정 고수들의 비무가 지엽말절(枝葉末節) 삿되고 삿된 초식이 난무하다. 원팀이 무색해졌다. 무림강호의 견원지간(犬猿之間)은 절대 모르는 사이에서 맺혀지지 않는다. 깊은 관계라야 맺히는 악연이다.
서로 으르렁거리기가 원팀보다 원수에 가까우니 후일이 두렵다. 빈총도 많이 맞으면 아프다고 했다. 정파무림을 지켜보는 강호인들은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며 탄식하고 있다. 갓연경의 손바닥 일장을 보낸다. '식빵, 잘 쫌 해라.'
핵이빨 윤춘장
윤춘장이 기인 은산을 만났다. "어떤 무공을 펼칠 것인가" 은산의 물음에 윤춘장은 망설임 없이 천조국 무림 고수 타이슨 같은 무공을 펼치고 싶다했다. 기인 은산은 우직하게 두들겨 맞으며 한 방을 노리는 타이슨을 떠올리고 조심스레 영단 한 알을 내밀었다.
"근력을 강화시켜 금강불괴의 맵집을 키우는 영약이오. 단, 200일 간 효험을 볼 것이니 수련을 게을리하지 마시오."
윤춘장은 은산의 당부를 들으며 영단을 받자마자 꿀꺽 삼키고 말았다. 순간, 은산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희미한 썩소를 날렸다.
아뿔싸, 어찌하랴. 그만 영단이 바뀌고 말았으니 은산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운기칠삼運技七三이라. 노력하는 자에게 운도, 기회도 주어질 것이니 이 또한 운명이라.'
기인 은산은 경공술을 펼치며 속으로 되뇌었다. 은산이 건넨 신비의 영약은 기실 두 가지라. 일일불근력 구중생형극(一日不筋力 口中生荊棘). 원래 은산은 '하루라도 근력을 키우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치는' 영단을 건네려던 것이다.
은산이 실수로 건넨 또 하나는 일일불망언 구중생백선(一日不妄言 口中生白癬). 하루라도 헛소리(망언)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무좀(백선)이 생기는 고약한 영약이다.
상대의 귀를 깨물어 뜯어내버리는 공포의 핵이빨을 키우는 영약이다. 일찌기 천조국 타이슨이 시전하여 온 천하를 경악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바 있다. 영약의 효험이 분출됐음인 지 맨날 술이야, 날마다 망언이다.
핵이빨의 가공할 무력시위이자 반칙왕 타이슨의 강호 재연(再燃)이다. 윤춘장의 강호행 한 달 남짓 불과한 사이 일어난 사달이라, 천하대전까지 200여 앞날이 아득하다. 오죽하면 뻐꾸기 고수, 김털보가 나서 '말려야 한다'고 절규했을까.
듣다보니 귀를 깨물어 뜯기는 고통을 느꼈으리라. 장차 강호인들의 귀를 뜯는 핵이빨 썰공이 역병처럼 창궐할 지 모를 일이다.
구화지문(口禍之門), 입은 곧 재앙의 문이요, 혀는 곧 몸을 자르는 칼이다. 강호의 안녕과 강호인들의 평안을 위해 윤춘장이 핵이빨 썰공을 멈추도록 천기(天機)의 무공 구결을 여기 적어놓느라. 유구무언(有口無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을 없애야 살 수 있다.
대가리와 바지짱
'대가리'는 조직의 수장을 가리킨다. 나와바리에 따라 '짱' 또는 '통'으로도 불리며 조직의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한다. '바지짱'은 명목상 나와바리 관리자 행세를 하나 대가리 눈치 아래에 있다.
가끔 바지짱이 눈치없이 대가리인양 행세하다 박터지는 사건사고가 강호에선 비일비재라. 구김객잔이 어장 관리권을 놓고 대가리와 바지짱의 박터지는 힘겨루기 모양새다.
바지짱 따릉이가 군기확립 철저를 외치며 두 번이나 집합을 걸었다. 집합은 오와 열의 각을 잡고 삐딱선을 가려 계보 이탈을 방지하는 무림강호의 오랜 섭리다. 항시 대기는 조직 규율의 기본으로 조직에 속한 무사라면 대가리의 집합에 무조건 응해야 하나 강호인심이 깡패라, 대가리 윤춘장이 코웃음치며 개무시하니 따릉이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에 질세라. 윤춘장 호위무사 좌진석이 어장 관리 똑바로 하라며 따릉이의 박을 타려하니 일촉즉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삐딱선을 포함 분실과 탈영, 실종 무사들의 즉결 처분권은 대가리에게 있으니 따릉이가 대가리일 지 바지짱인 지 두고 볼 일이나 둘 중 하나 수그리는 쪽의 박이 먼저 터지리라.
장외주 경장동연의 호위무사 조정검. 경장동연과 전환방을 앞세워 소문파 민생련을 주워먹겠노라 덤볐던 모양이다. 대가리는 내꺼하고 바지짱 한자리 건네며 누워서 떡먹기 초식을 시전했다가 단단히 체했으리라. '주라주라'는 양아치들의 초식이다. 강호 무사라면 '한번하자'고 붙는다. 강호 예법이 다르니 경장동연의 비빌 언덕 만들기도 수월치 않으리라.
용적우아(用敵于我)
나를 위해 적을 이용하라. 이무상이 더 이상 암수(暗數)를 쓰지 않겠노라 강호에 고했다. 천하대전서 맞짱 뜰 윤춘장을 겨냥한 사생결단(死生決斷) 승부수다.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맡기고 정사무림 대가리들끼리 끝장을 보자는 통첩장이다.
이무상의 사파 무공 내력을 까발려 재미를 봤던 여니는 살짝 당황한 기색이나 일일일망언으로 궁지에 몰렸던 윤춘장은 만면춘풍(滿面春風)이라. 정사무림의 강호생존전략인 적대적 공생관계의 천하대전판이다.
용적우아 계책은 내공도 부실하고 뒷심도 약한 윤춘장이 자포하지 않을 만큼 기운을 부추겨 천하대전까지 달고 가겠단 요량이다. 윤춘장은 '백놈이든 천놈이든 난 한 놈만 패'던 그때 그 시절, 단무지(단순·무식·지랄)를 시전할 수 있으니 나쁠 게 없다.
또한 정파 무림 고수들의 예봉(銳鋒)도 무디어지리라. 그 뿐인가. 윤춘장의 공세에 정파 고수들이 합공 응전해야 하는 기묘한 상황까지 노린 수법이니 이무상 군영에 잔머리 책사가 숨어 있음이라. 용적우아 계책이 이무상 뜻대로 먹힐 지는 또 다른 구경거리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權不十年)
성(盛)한 것은 쇠(衰)하기 마련. 세상 이치처럼 무림강호의 이치가 그러하다. 별의 순간이 지나고 벌의 시간만 10년째다. 별의 순간, 100만 군웅(群雄)이 모여 들었으나 전투다운 전투도 없이 다 잃었다.
지금은 고작 호위무사 셋을 거느리고 천하를 논하며 벌의 시간을 보내는 신세라. 철수 포차 안초딩의 권불십년사다. 극중(極中)을 기치로 강호를 삼분했으나 잦은 삑사리로 입각점을 잃고 구김객잔과 합방으로 활로를 열고자 했다.
그도 가오만 구긴채 밀당 끝, 숙고에 들어가니 강호인들의 관심 밖이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했다. 정사무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유일무이한 존재감마저 기수를 구김행으로 돌리니 잔도(棧道)마저 끊겼다.
내심 천하대전에 참전을 바라나 명분이 없다. 구김객잔 따릉이는 백반 한상 걸지게 차린 뒤끝이라 간장 종지 하나 추가하나마나다. 따릉이의 예스까노까, 기여아녀에 숨은 그림이다. 찍먹부먹 깻잎 한장 차이다. 구김행은 명분도 실리도 없으나 악수두기로 유명하니 눈요기는 되리라.
거꾸로 구김행을 파기하고 도로 극중을 도모할 수도 있다. 장외 우량주 경장동연과 어깨동무를 꾀하는 수다. 허나 경장동연이 순순히 어깨를 내어줄 리 만무하다. 기스(きず)난 바가지 땜질해서 쓸지말지 고민되리라. 사면초가다.
※위 ‘정치 무림 열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상의 인물들이다. 정치를 풍자한 콩트라는 점을 이해바라며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조상식(강호 소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