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 '콩트'
고스톱
천하대전이 일대일 진검승부, 초한지 장기판에서 삼국지 고스톱판으로 바뀌는 형국이다. 경장동연의 참전과 안초딩의 잔류는 삼국지에서 형주땅을 차지해 천하삼분의 계책을 도모했던 제갈량의 지략과 닮아있다.
경장동연은 안초딩과 "(당장은)만날 생각없다" 손사레쳤으나 강호일이 어디 뜻대로 맘대로 되는 일인가. 어쨋건 장기판이 고스톱판으로 변한 건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정의문도 가세하니 고스톱치기에 딱이다.
고스톱판이 벌어지면 광팔이는 누가 될 것인가? 막판 쇼당 패는 또 어찌될 것인지? 독박은 누가 쓰게 될까?
입 가진 강호인마다 한마디씩 보태나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인 판이다. 조커의 개수는 판을 좌지우지할 변수라. 몇 개를 섞느냐에 따라 판이 요동치는 탓에 선수마다 유불리를 가려 지략을 펼쳐야 할 대목이다.
일단 판이 벌어지면 패를 돌리는 선(先)잡이도 관건. 밑장빼기 암수를 익혔다면 판을 장악할 소지가 크다. 허나, 들키는 날에는 손모가지를 걸어야 하니 아무나 구사할 수 있는 사술이 아니다.
패를 돌리기 전 기리도 고비다. 통상 중기리가 원칙이나 여기서도 밑장빼기 사술이 펼쳐질 수 있어 단 한 순간의 해찰(懈察)도 허용되지 않는다. 패를 돌린 다음엔 해 뜨는 방향으로 제 패를 가늠해 진(進)이냐, 퇴(退)이냐를 읊는다.
광팔이가 정해지면 광값을 치루고서야 본 결전이 시작된다. 때때로 판돈보다 광값이 많을 때도 있으니 지존을 먹겠노라 검을 뽑았다고는 하나 대놓고 광팔이로 나서는 고수도 없지 않다.
바야흐로 천하대전 고스톱판이 펼쳐지고 있으니 '거울 보고 혼자 쳐도 판 돈이 빈다'는 아사리판을 평정할 지존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양념대전
일찌기 죽돌이와 죽순이가 있었다. 당대 가인들의 창가를 들려주는 찻집의 단골들이다. 시간이 자산이고, 죽때리기가 업(業)이라. 강호에 어둠이 깃들면 삼삼오오 연성장으로 옮기어 소림오권(少林五拳)을 연마한다.
소림오권은 달마대사가 용(龍), 호(虎), 표(豹), 사(蛇), 학(鶴) 다섯 동물의 동작을 본떠 만든 소림의 대표적 기예다.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에서 남부여대(男負女戴) 무리지어 소림오권을 연성하니 그 모습이 장관이라.
청춘은 붙들지 못하고 백발은 말릴 수 없는 법. 소림오권을 죽치고 연성하던 청춘 무사들이 어느덧 이순(耳順) 고개라. 한 시절 강호를 주름잡던 죽돌이 죽순이는 사라지고 없건만 그 후예들이 다시 일어나니 빠돌이 빠순이, 양념들이다.
빠돌이 빠순이의 독문기예는 엄지신공으로 상대에 따라 엄지 하나로 사생(死生)을 가른다. 내가 좋으면 엄지척 기를 살려주나 내가 싫으면 엄지를 거꾸로 세워 즉살(卽殺)하니 강호가 살벌하다.
천하대전이 고수들의 비무보다 빠들의 항쟁으로 뜨겁다. 양념도 과하면 독이 될 수 있으니 고수 진영마다 전전긍긍이다. 무림지존이 양념들의 제왕이었다면 조구기는 양념의 재야 고수라.
허나 둘 다 음지의 양념 여제 혜경궁 김씨에는 못미치나니 혜경궁 김씨의 참전 여부에 따라 천하대전의 판세 또한 달라지리라. 간장 게장에 고추가루 묻힌다고 양념 게장이 될 수 없듯 빠는 빠고 고수는 고수다.
천하패권을 다투는 무림고수들의 건곤일척 비무에 성숙한 양념질은 에너자이저이다. 욕보는 모오든 에너자이저들을 위해 응원 창가 한 소절 띄운다.
"다같이 원~빠빠빠빠 빠빠빠빠~~
날따라 투~빠빠빠빠 빠빠빠빠~~
소리쳐 호~뛰어봐 쿵~~날따라 해~~~
엄마도 파파도 같이 Go~빠빠빠빠 빠빠빠빠~~~".
타구봉법(打狗棒法)
개를 두들겨 패는 동작을 본떠 창안한 무공이다. 거지들로 이루어진 문파인 개방(丐幇)의 독문무공이다. 타구진(打狗陣)은 개방의 독문진법으로 소위 떼거지로 덤벼들어 상대를 제압하는 진법이다.
단점은 쪽수에서 밀리면 답이 없으니 개방 무사들이 떼떼로 몰려다니는 이유다. 개방 출신 역대급 고수로는 김또깡이 있다. 청계천 수표교 밑에서 거지 생활을 하며 무공을 익혀 종로통 우미관을 접수하고 조폭짱으로 군림했다.
이후 무림 고수로 일취월장하며 부패한 고위급 관원들에게 똥물을 찌클어 강호의 가오가 죽지 않았음을 몸소 입증하니 개방의 전설로 남았다. 당금 무림에도 개방의 전인이 등장했으니 '도리쩍벌' 소화자의 취권을 시전하며 일약 강호 고수로 떠오른 윤춘장이다.
김또깡이 똥물을 찌클며 남긴 무공구결 "똥이나 처먹어 이 새끼들아!"는 개방뿐 아니라 강호 전체가 지금껏 귀애(貴愛)한다. 중원의 거상(巨商)하면 망자이나 여전히 강호에 회자되는 별셋표국의 리거니를 꼽았다.
그가 한때 중원무림을 4류급으로 취급하니 강호가 벌집 쑤신듯 발칵했었다. 한마디로 장사아치 눈으로 볼 때 '거지발싸개' 같다는 것이다. 옳고 바른 소리를 하고도 아갈머리 한 번 잘못 놀렸다 무림 고수들한테 어지간히 시달렸으리라.
엿장사 몸은 찐득찐득하고, 기름장사 몸은 맨들맨들하냐는 투였으니. 김또깡의 똥물 시전이 리거니 선친의 밀수 건에서 비롯됐고 부의 대물림이 불법하여 사후에도 강호를 소란케 하니 개방 무사들도 고개를 젓는다.
개방 무사들은 돌침대도 별이 다섯 인데 천하제일 상단이 별이 셋이면 가오빠지는 게 아니냐는 풉~이다. 홀애비 동네에선 홀엄씨가 대빡이고, 범없는 산중에는 살쾡이가 대빡이라.
너도나도 고수라며 강호행에, 천하대전 참전이다. 갈고 닦았노라, 중원에 펼쳐보인 비기(祕技)라야 도토리 키재기니 강호의 공기가 싱겁고 무겁다. 기껏해야 타구진을 펼칠 묻따말(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쪽수모으기가 보이느니 전부다.
천하대전이 고강한 무공과 내공을 겨루는 비무보다 쪽수세어보기가 먼저인 느낌이라 강호인들의 한숨이 깊다. 타구봉법으로 무림을 먼지털 듯 털어내고 옥석을 가려야 할텐데 집안마다 한줄로서기 싸움질로 날새고 있으니. 무림강호, 4류급이 맞다.
똥 밟았네 똥
천하대전에 가려졌으나 구김객잔 대변공주들이 사달이 난 모양이다. 따릉이가 구김객잔을 접수하자마자 대변공주로 여검객 황보검심을 들여놨다. 헌데 와이에스처럼 간통(관통)이라도 했나.
강호가 때아닌 관청음(觀聽淫, 타인의 성교 등을 몰래 보거나 듣기를 즐기는 변태들의 욕망을 조어함) 법석이라. 강호도 성진국이 된 이상 어찌 집밥만 먹고 살 수 있겠나. 종종 외식도 하며 떡볶이라도 즐겨야지. 황보검심이 딱 그랬었나 보다.
집밥이 떡볶이를 증오하며 분노를 쏟아내니 황보검심 왈 '한 번 쪽팔리면 그만'이라. 역시나 구김객잔 대변공주다운 포스다. 기실 황보검심의 무공은 구김객잔의 독문절기인 '바람의 검심'이니 바람을 피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
바람의 검심, 무공구결은 '바람바람바람'이다. 황보검심이 두 달만에 구김객잔 대변공주를 그만두니 따릉이가 이번에는 음복은아를 들여놨다. 강호 소졸 시절, '음주경공은 곧 살인미수'라 열을 냈던 무사이니 깔끔할 줄 알았을까.
헌데 음주경공이 두 번씩이나 있었다니 헐~이다. 따릉이의 물건 고르는 눈썰미가 재주롭고 신비하다.
"아침 먹고 땡 집을 나서려는데
화려한 햇살이 나를 감싸네
나만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며
거들먹 거들먹 걷다가 똥 밟았네 똥."
어쩌면 똥 밟은 따릉이가 비단주머니에서 '개꼰주점에는 황보은아가 있으니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탓하지 말라'는 비첩을 꺼내들 지 모르니 웃고 즐길 일만은 아니다.
진보 여제(女帝)
강호 소(小)문파들도 천하대전 참전 채비로 분주하다. 정의문과 진보련에서 여검객(女劍客)들이 약속이나 한 듯 속속 출격하니 강호 소졸의 볼거리도 늘었다.
진보련 통진재연이 포문을 열더니, 정의문의 철녀상정과 이정페미가 연이어 천하대전에 참전했으니. 과연, 진보 여제는 누구일까 강호의 색다른 흥미가 진진하다.
기실 세 여검객은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했던 사이.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무공구결로 강호를 후끈 달궜던 무상삼결의 창시자, 영길거사의 전인들이다.
강호란 원래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으니, 일명 '촉새의 난'을 겪으며 솥단지 뽀개고 갈라선 지 몇 해라. 같고도 다른 길을 걷고 걷다 천하대전에서 진빼이 진보를 걸고 건곤일척 비무를 겨뤄야하니 강호무상이다.
※위 ‘정치 무림 열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상의 인물들이다. 정치를 풍자한 콩트라는 점을 이해바라며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조상식(강호 소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