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 '콩트'

이판사판(理判事判)

따릉이가 환호작약했다. 황산벌 젊은이들이 구김을 향해 굳게 닫았던 빗장을 푼 모양새라. 철옹성이던 개꼰을 앞지르니 어찌 즐겁지 않으리오. 황산벌 사위라며 구애중인 홍그리버드의 부상(浮上)과도 무관치 않다. 허나 '영감탱이' 장인들은 사위 보기를 돌같이 하나니 호래기도 한철이라.

정의문 철녀상정의 약진도 새로운 변수이나 더 큰 변수를 만났으니. 정의문 여제(女帝)를 가릴 이정페미와의 건곤일척 비무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혹여 두 여걸의 비무가 평등파-자주파 쟁투라면 '아서라말아라'다.

정사무림의 이전투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눈뜨면 싸우고 날새워 다투는 게 업이라. 천하대전이 다가올수록 정도와 사파로 갈리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강호였다.

허나 어찌된 영문인 지 열 중 셋이 정사무림 둘다 싫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이판(理判)은 불가에서 속세를 떠나 수도에 전념하는걸 말하고 사판(事判)은 사찰의 재물과 사무를 보는걸 이름이라. 이 둘이 붙으면 이판사판이 되니 시쳇말로 아사리판이다.

멀쩡한 둘이 붙어 삿된 뜻을 이루니 헤아리기 어렵다(강호제현의 가르침을 구한다). 제 정신을 가진 강호인들이라면 정사무림의 이판사판 막싸움을 지켜보기 한심했으리라.

이판을 찾거나 사판을 구하지 않고 공사판을 기웃하는 강호인들이 늘고 있으니. 천하대전의 향배가 당분간 미궁에 빠지리니 구경하는 재미가 솔찬할 듯 싶다. 고백컨데 강호 소졸은 황산벌의 가오를 존중하며 숭구리당당 숭당당을 애정한다. 

백년 손님 

황산벌은 정도무림의 뿌리다. 무림강호에서는 황산벌만으로 천하를 도모할 순 없어도, 황산벌없이는 천하를 접수할 수 없다는 불가역적 명제가 전해오고 있다. 황산벌은 인의예지(仁義禮智), 네가지를 숭상한다.

어질고 의롭고 예의와 지혜를 갖춰야 '사람답다' 이르고, 아니면 '싸가지 없는 놈' 취급한다. 옳고 바른 말을 해도 싸가지 없는 촉새과도 있고, 다 얻고도 뺨 치는 싹수 노란 간나구도 있다. 백년손님은 한평생 어려운 손님으로 사위를 말하니 황산벌에 두 사위가 있다.

안초딩과 홍그리버드가 그 둘이다. 미워도, 싫어도 황산벌 사위 맞다. 안초딩이 정도무림을 박차고 나와 광야를 헤맬 때 씨종자까지 털어주며 토닥였던 황산벌이다. 처가집 씨종자를 가져다 몽창 말아먹으니 싹수는 있었으나 네가지를 잃고 말았다.

장인 어르신을 '영감탱이' 대접한 홍그리버드. '질러쏴'가 장기이나 아무데나 마구 쏴대는 난사(亂射) 본능 탓에 네가지와 거리가 멀다. 황산벌 백년손님 라이선스를 디밀며 씨종자를 털어갈 모사(謀事) 중이라. 근래 내가 젤 잘 나간다며 황산벌 사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노라 자랑질이니. 꼴사나운 황산벌 여걸들이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아따 어디 허락도 없이 걸쳐브요잉~"

팀킬 고수 

멸치가 뼈대있는 바닷물고기이듯 닭은 꿩과에 속하는 엄연한 날짐승이다. 꿩 대신 닭이라고, 꿩사냥꾼 추매가 닭장 안 수탉을 발라보러 덤벼드니 앙탈이 이만저만 아니라. 난방열사가 미련없이 쐈다는 18쩐도 뒷맛이 찝찝한 추매다.

비오는 날 머리에 꽃꼽고 길거리서 마주한 느낌이리라. 추매의 개꼰 대가리 시절, 손때 탄 자식 새끼들이 18을 열번 셀만큼 많다. 막상 천하대전에 나서고 보니 기도(문지기) 세울 놈 하나 없더라.

호위무사라곤 구슬픈 추비어천가나 읊어대는 멜랑꼴리한 먹사 하나가 전부라. 지나온 강호행이 그 얼매나 허망하고 맹탕이리오. 요사이 되는 일도 없고 할 일도 마땅찮으니 닭장 속에서 모이나 쪼고 있는 수탉이 얼마나 부러웠겠나.

하여 부리를 디밀고 쪼아보나 명색이 날것이라고 수탉 또한 푸닥거리로 맞서니 지랄이 따로 없다. 추매가 강호에 초식을 풀 때마다 환호하는 것은 윤춘장이요, 닭머리 처박고 구구대는 것은 개꼰 무사들이라. 이것은 팀킬인가, 떼킬인가.

18번 

개꼰 육룡의 중원 대회전 막이 올랐다. 버티려는 자와 뒤집으려는 자, 빠떼루 한판이다.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낼 추격자들의 안간힘도 소소한 볼거리. 이변이 없는 한 재미도 없으리라. 낭만가객들의 창가는 일상이 전투인 무림인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묘약이다.

때론 창가에 의미를 실어 강호의 운명을 예견하기도 하고 때론 분노를 드러내기도, 투지를 불태우기도 한다. 옛 영화를 회상하며 신세를 한탄하거나 뜻모를 용기와 객기를 충동하기도 한다. 강호의 내로라하는 가객들은 저마다 취향대로 강호에 창가를 뿌린다.

강호인들은 가객의 창가가 귀에 닿고 입에 붙으면 흥얼흥얼 따라 부르기를 즐겨한다. 특별히 각자 처한 상황과 처지에 맞춤한 창가를 선호한다. 천하대전에 참전한 고수들의 진지마다 무림인들이 즐겨 부르는 창가는 사뭇 다르다. 알게 모르게 진지의 현주소를 반영하기도 한다.

낭만이 사라진 지 오래인 강호이나 한뼘 창가방의 낭만은 살아있으니. 개꼰의 절정 고수 이무상 진지의 18번은 진성 가객의 '안동역에서'다.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첫눈이 내리는 날, 아직 모른다. 이무상의 고향역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뒤집으려는 자, 여니 진지의 18번은 송가인의 '목포의 눈물'이다.

"부두의 새악씨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설움의 눈물일 지, 기쁨의 눈물이 될 지 까봐야 안다. '목포의 눈물'은 황산벌의 응원가이니 흥취가 남다르리라. 추격자, 규니 진지의 18번은 불세출의 가황 나훈아의 '테스형'이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안 뜬다. 답답할 노릇이리라. 꿩사냥꾼 추매 진지의 18번은 가객 화사의 '마리아'다. 

"욕을 하도 먹어 체했어 하도 서러워도 어쩌겠어 I do 모두들 미워하느라 애썼네"

욕하던 강호인들도 지쳐 냉무라. 멜랑꼴리한 먹사의 추비어천가는 창가보다 시조창에 딱이다. 젊은피 용진검 진지의 18번은 가객 서태지의 '난 알아요'다.

"난 알아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 누군가가 나를 떠나버려야 한다는 그 사실을 그 이유를"

개꼰의 후지기수로 거듭나고자 애쓴다. 남는 장사가 되어야 할텐데. 뒷심 김이장 진지의 18번은 불운의 가객 문성재의 '부산갈매기'다.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목포의 눈물과' 쌍벽을 이루는 응원가이니 김이장, 뒷심을 부탁해~~ 

기세경(記稅警) 

옛적에 기세경(記稅警)이 있었다. 기자와 세무공무원과 경찰이 음식점에서 식사하면 밥값은 누가 낼까? 식당 주인이 낸다는 우스갯소리다. 서푼의 거시기로 갑질하는 강호세태를 비꼰 풍자이리라.

개꼰과 구김 대가리들이 만나 썰전 비무를 하려다 빠방났나 보다. 강호의 뻐꾸기들이 일상 날리는 찌라시가 화근이니. 필경사들의 흐트러진 붓놀림을 바로잡자는 개꼰과 붓놀림은 자유롭게 놔두자는 구김이 사생결단의 품새로 맞붙으니 지켜 볼 밖에.

기자 출신 무림고수로 흑석선생이 있다. 기자 시절 강호를 누비며 때론 경찰로 가장하는 게 흔한 일이었다는 자뻑으로 공분을 샀으니. 같이 공짜 밥먹던 동종업계라 여겨 그랬었나. 강호에서는 이런 류의 필경사를 사이비(似而非)라 부르며 터부시했다.

찌라시와 사이비를 가려볼 줄 아는 내공이야 강호인들 몫이라. 작은 소리도 크게 듣고 곧은 소리로 강호인들을 대변하는 참된 기자들을 더는 욕보이지 마시라. 시인(詩人)은 시를 짓는 '사람'이나 기자(記者)는 기록하는 '놈'이라. 글짓기는 같고도 다르나 강호의 대접만큼은 하늘과 땅 차이다. 찌라시와 사이비 빼고 기자들의 저력을 보고잪다.(계속)

※위 ‘정치 무림 열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상의 인물들이다. 정치를 풍자한 콩트라는 점을 이해바라며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 

/조상식(강호 소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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