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 '콩트'

연환계(連環計) 

영화 '삼국지' 중에서(캡쳐 화면)
영화 '삼국지' 중에서(캡쳐 화면)

삼국지에서 사도 '왕윤'이 미인 '초선'을 이용해 '동탁'과 '여포'를 이간하여 그 세력을 무너뜨리는데 쓰인 계책이다. 

당금 무림 강호에 연환계가 등장했으니 천하대전을 쥐락펴락 간섭할 궁리중인 종인거사의 포석이다.

구김객잔의 병민지를 '윤춘장'의 나팔수로 보내 '따릉이'와 구김객잔을 발칵 뒤집어 놨다. 단, 일 수만이다. 따릉이가 윤춘장과 삐루 한잔 나누며 쿨하게 이해했노라 가오는 잡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당금 강호의 주인공은 바지짱이 아니라 천하대전에 참전한 무림 고수들이다. 무림서열 수위(首位)를 다투는 절정 고수라면 바지짱을 전술적으로 존중하되 전략적으론 경시하는 게 강호의 섭리라.

허나 따릉이는 자신을 주연 배우로 착각하는 게 구김객잔의 위기다. 순간의 마술사, 종인거사가 이를 놓칠 리 없다. 혈혈단신인 윤춘장보다 병력면에서 절대 우세인 따릉이와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구김객잔의 내부 분열을 노린 회심의 수를 둔 것이다.

'철수 포차'와의 인수 합병 결렬, 구김객잔 친윤감별사들의 한줄로서기 무공 시전, 그리고 천하대전 새판짜기에 나선 종인거사의 연환계에 따릉이는 바람앞 성냥불 신세라.

강호에 파란을 일으켰던 그의 무공 구결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가 종인거사의 연환계를 뚫고 질주할 수 있을 지 강호인들의 눈빛이 걱정스럽다.

천외천(天外天)

영화 '삼국지' 중에서(캡쳐 화면)
영화 '삼국지' 중에서(캡쳐 화면)

천하 밖의 천하가 북방에 있으니 평양성이 근거지다. 그 옛날 당과 신라가 연합해 평양성을 공략하니 "개떼처럼 오라우 다 개박살 내주갔어"하며 결사항전했던 뼈대있는 무림문파의 후예들이다.

정파무림에서는 피를 나눈 형제애를 강조하나 사파무림에서는 핵을 보유한 신천지 집단이라며 적대시한다. 강호무림에 친문 적통이 있다면 천외천에는 백두 혈통이 있다.

천외천의 독문절기는 '벼랑끝 버티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며 두번 다시 안 볼 것처럼 역대급 썰공(舌攻)을 시전하던 천외천.

천하대전을 앞두고 강호무림과 전서구를 주고받으니 강호인들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정파무림은 환호작약하나, 사파무림은 노심초사중이라. 그도 그럴 것이 무공 서열 수위首位를 다투는 윤춘장을 향해 '력대 최악의 범죄자'로 몰아세운 바 있다.

안초딩에게는 '주제도 모르는 강호 철새'라며 뜬금포를 날렸던 천외천이다. 정사무림 모두 천하대전에 천외천의 참전을 경계하기는 마찬가지. 특히, 사파무림의 경계태세는 초비상이다.

허나 참전말고 참견하고 나선다면 막을 도리가 없으니 변수 중에 변수로 떠오르리라. 강호무림 천하대전에 천외천의 참견 여부가 강호소졸의 새로운 구경거리다.

타골(打骨), 뼈때리기 봉법

영화 '삼국지' 포스터(캡쳐)
영화 '삼국지' 포스터(캡쳐)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 동문서답만 하는 삼장법사의 아픈 손가락, 사오정이 창안한 절기다. 타골봉법의 뼈때리기는 겉은 멀쩡해도 속을 상하게 하는 필살기이나 자신보다 내공 수위가 높은 고수를 만나면 거꾸로 내상을 입는 약점이 있다.

마치 망치질하다 제 손등을 찧는 황당함 같으니 사오정이 사오정하는 무공이다. 강호에서 사라졌던 타골봉법이 당금 무림에 나타났다. '이무상'의 호위무사 '남구기'가 타골봉법을 출수하니 강호인들이 크게 놀랐다.

강호출두 후 좌충우돌하여 내공의 깊이나 무공 내력이 베일에 가려있던 남구기다. 그런데 사오정의 전인이었다니...

숱한 전투에서 내상을 심하게 입었음직 하건만 외견상 멀쩡하니 강호인들은 내공이 심후하리라 미루어 짐작했다. 타골봉법의 내력을 알기 전까진 말이다.

타골봉법이 이무상에게 도움이 되느냐는 진중서생의 물음에 사오정 전인답게 동문서답으로 끝맺더니 여니와의 썰전까지 참전하여 이무상을 호위하느라 공력 소모가 이만저만 아니다. 열정무사 남구기에게 강호인들이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춘화(春畫) 

강호 무림에 한 장의 춘화가 나돌며 적지않은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춘화는 신비의 여인 '주리'의 엽기적 행적을 화폭에 담았다. 일명 '주리의 무사들'이다.

뚜껑열린 바보상자는 '주리의 무사들'에 실린 낯뜨거운 행적을 확인한다며 치매노인의 기억까지 소환하고 나섰다. 정파 무림은 침묵했고 사파 무림은 발끈했다.

신비의 여인 주리가 윤춘장의 내자(內子)설 때문이리라. 4년 전, 강호를 떠들썩하게 했던 달구신녀의 알몸 춘화 '더러운 잠'에 이어 두번 째 춘화 소동이다.

'더러운 잠'은 이쑤시개를 표창삼아 사파 고수들의 급소를 찌르는 가공할 무공으로 일약 정파무림 후지기수로 떠올랐던 표창검이 전시했던 춘화다.

표창검은 홀연 강호를 떠나 은거중이다. 춘화의 동인(動因)은 타인의 과거를 들추거나 은밀한 곳을 훔쳐보며 자신의 원기를 왕성하게 하는 어둠의 무공인 관음보양술(觀淫補陽術)이다.

원래 사파 무림의 비기였으나 정파 무림을 추종하는 강호 무사들의 손속에서 시전되니 정사무림의 구분조차 모호해졌다. 그들이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있게 가자는 무림지존의 당부가 무색하다.

쿵푸 팬더의 모험 

영화 '쿵푸팬더' 포스터 중에서(캡쳐)
영화 '쿵푸팬더' 포스터 중에서(캡쳐)

스스로 '마늘 먹는 곰'이 되어 118일 폐관 수련에 들어갔던 윤춘장. 무림 강호는 곰도 사람으로 변한다는 전설속 환골탈태한 초절정 고수의 출현을 점치며 숨죽여 기다렸다.

마침내 폐관 수련을 끝내고 강호에 출두했으나 마늘말고 죽순을 장복했음인지 영락없는 팬더의 기세라. 시전한 무공 또한 모든 것을 베어 버린다는 신검의 성취가 아니라 소화자의 취권이었으니 강호귀요미 '쿵푸 팬더'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좌충우돌 강호행 31일만에 호랑이 잡겠다며 늑대굴에 들어가니 쿵푸 팬더의 달콤살벌한 모험이 시작됐다. 일찌기 정파 무림 출신이나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며 사파 무림에 귀순해 지존 자리를 꿰찼던 초절정 고수 영사미의 성공담에 감명받았으리라.

개점 휴업중인 철수 포차 안초딩도 호랑이 잡겠다며 개꼰주점 점소이로 취업했다 쫓겨나다시피 뛰쳐나온 적이 있다. 안초딩의 생생한 실패 경험도 쿵푸 팬더는 자양분으로 여겼으리라.

허나 어찌하랴. 내공 수위가 입신의 경지에 오른 영사미가 아니었다면 가당키나 했겠는가. 영사미의 독문절기 '보름달 단식'은 강호를 떨게 하며 마교들조차 굴복할만큼 적수가 없다시피했다.

전설 같은 영사미의 무공 구결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와 '개가 짖어도 마차는 달릴 수밖에 없다'가 전해온다. 이제까지 그 누구도 연성하지 못했다는 영사미의 독문절기 '보름달 단식'의 비밀을 풀 수만 있다면 호랑이를 잡을 수 있으리라. 쿵푸 팬더의 무운장구(武運長久)를 빈다.(계속) 

※‘정치 무림 열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 정치인들과는 전혀 상관 없는 가상의 인물들이란 점, 정치를 풍자한 콩트이기 때문에 사실과는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 주기 바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

/조상식(강호 소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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