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주요 신문 톺아보기] 2020년 5월 12일(화)
뉴스가 생산되고 유통되기까지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전문 용어로 게이트키핑(gatekeeping)이라고 부른다.
게이트키핑은 일선 취재기자에서부터 데스크를 거쳐 편집기자, 편집국장 손에 넘어가기까지 뉴스를 취사, 선택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뉴스가 되는 기준과 그 기준에 따라 선정된 사건이 뉴스로서 '어떻게' 보도되느냐 하는 점이 게이트키핑의 핵심적 과제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 의해서만 뉴스가 취재되고 선택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사내ㆍ외에 또 다른 게이트키핑의 장애 요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주의 이해관계나 편집국 또는 보도국 간부의 이해관계, 가령 정치인이나 광고주 등이 게이트키퍼(gate keeper)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그 중에서 광고주는 지역언론, 특히 열악한 환경과 기반에서 과열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신문들에게는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때 잘 나가던 향토기업으로 주목 받던 이스타항공은 전북지역 언론의 광고와 협찬에 많은 기여(?)를 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이스타항공의 광고는 물론이고 관련 기사들이 지면과 영상에 자주 등장했다.
특히 이스타항공이 지역할당제를 도입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설명회를 실시한 장면은 수 년 간 지역언론의 지면과 영상을 큼지막하게 차지했었다. 그래서 많은 젊은 지역 인재들이 이스타항공을 선호하며 입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이스타항공이 매각 절차를 밟으면서 거의 지면과 영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오너였던 이상직 전 회장은 항공사를 매각하고 총선에 당선돼 국회의원 배지를 다시 달았다.
그러나 항공사에는 아직 많은 이 지역 노동자들이 사측의 정리해고와 강제퇴사 압력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2014년 이후부터 2017년까지 ‘지역인재 채용에 앞장서겠다’고 호언장담하며 향토기업을 내세워 지역의 많은 인력을 채용했지만 그들이 지금은 갈 곳이 막막한 상태에서 길거리 노동자, 해고 노동자 소릴 듣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최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정리해고 중단 촉구 시위와 기자회견을 잇달아 열고 있지만 지역언론 뉴스에는 보이질 않는다.
서울의 언론들에 의해 간간히 뉴스를 접할 수 있다. 어찌된 영문일까?
최근에는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과거 대한항공 직원들이 총수 일가의 갑질을 규탄하기 위해 열었던 촛불집회에서 착용했던 저항의 상징인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 하기도 했지만 일부 언론의 가십거리나 사진기사 정도로 보도됐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감시와 통제로 불이익을 받았던 지난날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투쟁을 벌이며, 무엇보다 해고회피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는 사측에 맞서 시위를 하고 있지만 이미 매각 수순에 들어간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전국적인 노동 이슈가 된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현실문제에 전북지역 언론들이 침묵을 하면서 이들을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달콤했던 밀월관계의 향수가 그리워서일까?
‘이스타항공이 지역인재 채용에 앞장섰다’며 대서특필했던 지역언론들은 지금 고통 받고 있는, 대대적으로 앞장서서 홍보했던 당시 채용됐던 같은 지역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지역의 대학 캠퍼스를 순회하며 지역할당제 채용을 설명하며 홍보할 당시 지역언론들은 이스타항공을 끊임없이 칭찬하며 '이상직 회장'의 이름을 홍보기사의 마지막 멘트로 장식하곤 했다.
일부 언론사가 주최하는 미인대회의 협찬기업이기도 했고, 지역언론사들의 창간 또는 기념식 광고 또는 협찬기업으로 막강한 사외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오던 향토기업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스타항공의 광고와 협찬이 끊기고, 기사조차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지금도 노동자들은 시측과 힘든 투쟁을 벌이며 맞서고 있다. 지역언론들만 사라진 기업으로 취급하는 모양새다. 서울언론들이 전하는 이스타항공 매각 관련 뉴스들이 간간이 눈에 보일 정도다.
최근 전북 외 지역에서 보도된 이스타항공 관련 주요 뉴스 제목들이다.
<티티엘뉴스>
이스타항공 인수는 커녕··· 난기류 맞은 제주항공 -2020.05.11
<전자신문>
이스타항공 직원 "인건비 절감 적극 협조..구조조정말라" -2020.05.10
<조선일보>
이스타항공, 정규직 최대 90여명 정리해고할 듯 -2020.05.08
<일요신문>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배후 '이상직 당선자' 거론 까닭 -2020.05.07
<조선일보>
[기자의 시각] ‘이상직 먹튀’ 논란 -2020.04.30
<SBS>
아시아나·이스타항공 4월 인수합병 다음 달로 연기 -2020.04.28
<뉴시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 연기 -2020.04.28
<KBS>
이스타항공, 대규모 구조조정안..노사 갈등 격화 -2020.04.27
<파이낸셜뉴스>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중단촉구 기자회견 -2020.04.27
<연합뉴스>
기자회견 하는 이스타항공 조종사들 -2020.04.27
<파이낸셜뉴스>
이스타항공, 노사갈등 최고조..업계 최초 구조조정 가시밭길 -2020.04.27
다행히 KBS전주총국의 아침 라디오 방송인 <패트롤 전북>에서 지난 5월 6일 박이삼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과 인터뷰 한 내용이 전파를 타고 전해져 주목을 끌었다.
KBS전주총국 '패트롤전북', 2020년 5월 6일 방송.
함윤호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 위원장은 최근 매각 국면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실상을 상세히 전해주었다.
박 위원장은 “현재 1,680여명의 직원 가운데 지역할당제로 채용된 직원은 승무원 등 40% 이상, 즉 절반에 가깝다”며 “그러나 지금은 모든 노선운항을 중단하고 모든 직원들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계약직 직원들은 물론 다른 일반 직원들도 구조조정을 통해 퇴사하거나 남은 직원들도 퇴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난해 일본 무역전쟁과 최근 코로나 여파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회사는 지목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항공계 불황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무엇보다 임금체불이 계속되면서 직원들이 버틸 재간이 없어졌다"면서 "노동조합은 그나마 조종사들만 가입돼 다른 직원들은 도움 받을 길조차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매각과 인수과정에서 노동자들을 사측이 외면하지 말고 노사가 함께 대안을 찾아가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고용유지 지원금 신청을 고려조차 하지 않고 정리해고 계획을 미리 세워놓고 형식적이고 졸속으로 노사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항공사가 과거 전북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이라고 불렀다니 자존심 상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패트롤 전북> 측이 회사 측에 인터뷰와 노조 측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지만 역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무책임을 다시 드러냈다.
한 때는 지역할당제를 대대적으로 실시하겠다며 많은 지역인재들을 유치해 놓고 불과 5년도 채 안 돼 회사 매각과 노동자를 외면하는 형태는 ‘향토기업’이라고 불렀던 도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나 다름없다.
지역언론들이 이스타항공 매각 과정에서 겪고 있는 절반 가까운 지역 노동자들의 실상을 외면하지 말고 과거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환경감시와 상관조정 역할과 기능에 충실할 때가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마침 오늘은 전민일보가 창간 17주년을 맞는 날이다. 24면 창간호를 발행했지만 예전 같으면 지면에 크게 자리했을 이스타항공의 광고는 보이질 않는다. 대신 이상직 국회의원 당선인의 축하 글과 사진이 보인다.
다음은 12일(화) 전북지역 주요 신문들의 경제면 주요 기사 제목들이다.
전북일보
마스크 수출 규제 속 도내 업계 곤욕
4월 경매 낙찰률 33% 전북은 27% 대폭 하락
금융 데이터거래소 출범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
성장동력 인재채용 전국 평균 ‘밑돌아’
글로벌 양돈 산업 기반 구축
도내 경매 낙찰률·물량 증가세
새전북신문
LX, 권익위와 손잡고 국민고충 해결 앞장
전북지역 꾸준한 소화량에도 진행 물건 오히려 늘고 있어
전북은행, 지역 소상공인 버팀목 역할 `톡톡'
전북중앙신문
건설근로자 외국인 비중 줄었다
BNY멜론 한국대표 박현주 선임
LX, 찾아가는 이동신문고 알권리 충족 앞장
전민일보
창간특집
/<전북의소리>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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