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이상직. 전북의 향토기업 이스타항공 창업주는 현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거쳐 국회에 입성하며 그야말로 잘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물망에 오를 정도로 20대 총선에서 낙선 후 꺾였던 정치 날개를 회복한 모양새다.
그런데 그가 창업한 항공사에서 한 때 함께 했던 수많은 직원들은 지금 거리에서 넉 달째 끊긴 급여때문에 힘든 삶을 살아가며, 기약 없는 고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항공사 조종사들은 생계를 위해 일용직 막노동과 대리운전을 하는 기막힌 실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언론들이 외면하며 길게 침묵하고 있는 사이에 서울언론들이 많은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전북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대표적인 두 의제를 소개한다.
[# 1] 넉 달째 끊긴 월급…일용직·대리운전 나선 조종사들

8일 JTBC는 ‘넉 달째 끊긴 월급…일용직·대리운전 나선 조종사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스타항공 실태를 고발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방송은 “이스타항공의 인수 합병이 난항을 겪으면서 월급은 넉 달 째 끊겼고 신입 조종사들은 아예 해고된데 이어 항공기 조종간이 아닌 대리운전 핸들을 잡는 조종사들도 생겨났다”고 기사 리드에서 소개했다.
취재기자가 만난 이스타항공 한 신입 조종사는 “오전에는 탁송이라고 렌터카나 이런 거, 그런 일 하고 밤에는 대리운전, 건수 없으면 한두 시간 계속 기다리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기사는 이어서 “8개월 간 고된 훈련을 거쳤지만 비행기를 모는 대신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잇게 됐다”며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신입 조종사 80명을 뽑았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되자 무급휴직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해고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3월부터 넉 달째 월급이 끊겼다”는 한 조종사는 “5~6층 짜리 건물 짓는 거 계속 하고 있고, 시멘트도 나르고 폐기물 옮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이 체불한 임금은 현재까지 200억 원 이상에 달한다. 지난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임금체불로 고통받고 있다.
기사는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이스타항공 노동자 1천300여명이 받지 못한 임금은 250억원으로 추산된다”면서 “이스타항공은 2월 노동자들에게 임금의 40%만 지급했으나 그나마 임금을 지급한 1월과 2월에도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험료를 체납하는 등 급여명세서에는 월급에서 보험료를 공제했다고 표기했지만 실제로는 납부하지 않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사측은 임금 지급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기사는 "이스타항공은 3월부터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셧다운(운행중지)에 들어간 상태"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임금체불 부담은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2] “이스타항공 실소유주 이상직 의원이 해결해야"
제주항공에 회사를 매각해서 받게 되는 545억원으로 체불임금을 해소할 수 있고, 이스타홀딩스 지분을 시장에 내놓는다면 임금지급 여력이 생긴다는 게 이스타항공사 노조 측 주장이다.
매일노동뉴스는 같은 날 ‘이스타항공·제주항공 체불임금 떠넘기기 ‘노동자들만 고통’‘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의 지배기업이며, 지분 66.7%는 이상직 의원의 딸 이수지 이스타항공 상무 겸 이스타홀딩스 대표가, 33.3%는 아들 이원준씨가 보유하고 있다”면서 “노조는 4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서울남부지청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며 ’9일까지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린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어 기사는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박이삼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이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박 위원장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사측의 임금반납안은 이상직 의원이 돈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겠다는 수”라며 “이 의원만 결단하면 체불임금 문제는 해결되고 노동자들도 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5일 서울시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상직 의원에게 체불임금 지급을 촉구한데 이어 10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런데도 이상직 의원과 대주주인 일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질 않고 있다.
'먹튀', '뱁새' 등 날선 비판 속에서 떠오르는 과거 '악몽'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먹튀, ‘뱁새’ 등 좋지 않은 날선 표현들이 창업주와 일가를 향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거 전북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이었던 쌍방울의 부도과정에서 세간에 유행했던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다시 회자될 정도다.
익산에서 포목점을 운영하던 이봉녕 씨가 방적공장을 인수해 창업한 쌍령방적이라는 회사가 모태인 쌍방울기업은 내의 상표 '트라이', 청바지 상표 '리' 등의 인기 상표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1989년에는 한일합섬을 제치고 프로야구 제 8구단 쌍방울 레이더스를 창단하는 등 1980년대에는 호남연고 기업 중 금호그룹 다음으로 잘 나가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전북 지역 삐삐, 시티폰 사업자였던 전북이동통신을 통해 통신 사업, 무주리조트와 익산골프장을 운영하는 등 레저 산업에 무분별하게 진출했지만, 무주리조트 건설로 진 막대한 빚을 극복하지 못하고 1997년 10월 14일 부도로 처리됐다.
그래서 쌍방울 마라톤 팀 및 석탑건설 아이스하키단과 쌍방울 레이더스는 각각 1998, 1999년 시즌까지만 활동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을 잘 보여주는 기업”이라는 따가운 비난이 일었었다.
그 뒤 수차례 자구 노력을 거쳐서 2002년 에드에셋에 인수되고, 예전의 명성까지는 아니지만 회복세를 보였으나 2004년 대한전선에 매각되어 방적공장을 쌍영방적으로 분사하는 등 수 차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점점 도민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다.
이스타항공의 오늘날 사태에서 과거 쌍방울의 악몽이 아른거린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