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한때 향토기업임을 내세워 지역할당제 채용을 대대적으로 언론에 홍보했던 이스타항공이 최근 제주공항 인수협상 과정에서 직원들의 임금체불 장기화, 정리해고,  노사갈등에 이어 대주주의 도덕성까지 거론되면서 언론의 비판을 호되게 받고 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전주을에 출마해 당선된 이상직 국회의원 당선인를 비롯한 그의 일가에 책임을 묻는 등 체불임금과 노사갈등 사태의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 같은 뉴스는 서울 언론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반해 정작 전북지역 뉴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당선인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하는 보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겨레 5월 21일 16면
한겨레 5월 21일 16면

한겨레는 21일 경제면(16면) 머리기사로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어 시서을 끌었다.

‘제주항공, 이스타 인수 교착, 대주주(이상직 국회의원 당선인) 200억 사재출연 요구’의 제목과 함께 기사에서 이 당선인과 일가에 책임을 미루는 제주항공의 입장과 인수과정이 미뤄지면서 임금체불에 따른 생계문제로 속을 끓이고 있는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실태를 고발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협상 과정에서 최근 200억원 안팎의 대주주 사재출연을 요구하면서 매각 딜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는 “매각 일정이 지연됨에 따라 다음 달로 3개월째 셧다운(운항 중지)에 돌입하는 이스타항공의 경영 정상화와 직원들의 임금체불 문제 해결도 안갯속”이라고 리드에서 썼다.

신문은 또 기사에서 “20일 국토교통부와 이스타항공 설명을 종합하면, 제주항공은 최근 이스타항공 쪽에 임금체불 해소를 명목으로 200억원 상당의 대주주 사재출연을 추가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조건 변경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사는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는 이상직 국회의원 당선인(더불어민주당)의 두 자녀(이원준, 이수지)가 100% 소유한 회사"라며 "매각을 마무리 지으려면 이 당선인 쪽이 사재를 내놔야 한다는 게 제주항공 쪽 요구”라고 설명했다.

기사는 그러나 “이스타항공 쪽은 이미 임금체불 등을 인수자가 부담하기로 했고, 이를 고려해 인수가가 정해졌는데도 대주주에 사재출연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매각대금을 깎아달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전했다. 기사는 이스타항공 관계자 말을 인용해 “대주주인 이 당선인도 계약서대로 했으면 한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양 측이 공방을 벌이며 인수과정이 장기화되면서 직원들은 임금체불에 따른 생계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겨레는 기사에서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엔 급여의 40%만 지급했고, 3~4월에는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운항 재개와 체불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사는 또 “조종사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20일 취재요청서에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아랑곳없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제주항공과 이상직 쪽을 규탄한다’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고 썼다.

이날(21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및 직원들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양쪽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상황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서울에서는 전북의 향토기업이었던 이스타항공의 전 회장 이상직 전주을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우러요일신문 4월 10일(홈페이지 갈무리)
우러요일신문 4월 10일(홈페이지 갈무리)

앞서 지난 4월 30일 조선일보는 ‘‘이상직 먹튀’ 논란’이란 제목의 기자칼럼 말미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와 다를 바 없는 이 당선인이 이번 4·15총선 기간 내놓은 공약집을 보면 '일자리 해결사' '일자리와 경제, 꼭 성과 만들겠습니다' '굿잡! 일자리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경제 디자이너'와 같은 말로 뒤덮여 있다. 직장을 잃은 이스타항공 직원들 앞에서 어떻게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꿈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 수 있는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월요신문도 4월 10일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매각금 챙기기에 급급 '먹튀'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조종사 노조 측의 주장을 무게 있게 다뤘다.

기사는 “노조 측은 회사가 제주항공에 팔려나갈 정도로 부실이 심화된 것은 경영진에 많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오너일가를 포함한 일부 경영진이 경영악화로 인한 고통을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자신들은 한몫 챙겨 먹튀하겠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고 썼다.

이에 반해 전북지역 언론은 이상직 당선인에 대해 호의적이다.

전북도민일는 20일 지면에 이상직 당선인의 포부를 실었다. 전날 실시한 ‘도민화합교례회’에 참석한 이 당선인이 “전북판 뉴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을 부각시켰다.

전북도민일보 20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민일보 20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인 ‘혁신적 포용국가’와 ‘공정사회 구현’에 앞장서며 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정책’을 선언한 것처럼 경제난국 돌파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북판 뉴딜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발언과 사진을 다른 당선인들과 함께 나란히 배치했다.

'새로운 일자라 칭출'을 강조한 그의 발언은 그러나 지금도 체불임금과 고용불안에 고통 받고 있는 이스타항공 직원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조차 어렵다. 신문은 또 ‘이 당선자 포부’에서 이렇게 전했다.

전북일보 4월 15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 4월 15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새만금의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전기미래차의 군산형일자리 완성에 따른 그린뉴딜 프로젝트, 스마트 농생명바이오 사업, 청년창업벤처 도시 조성, 연기금 중심의 제 3 금융중심지 육성 등입니다. 이를 통해 ‘타지역 일자리를 쫓아 우리 아들· 딸이 떠나던 전북’을 ‘우리동네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 청년들이 몰려오는 전북’으로 만들겠습니다.”

신문이 밝힌 대로 “힘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자영업 사장님들이 어깨를 활짝 펼 수 있도록 지역경제 활력 살리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의 포부가 꼭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이스타항공 창업주이자 전 회장으로서 지금 당장 고통을 끌어안고 있는 많은 직원들을 위해 일말의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청와대와 소통도 중요하지만, 황방산터널도 중요하지만, 일자리 없어 전주를 떠나는 청년들이 다시 돌아오게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당장 그를 믿고 따라주었던 회사 직원들, 거리에서 사투를 벌이는 직원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선 아닐까?

'이상직 먹튀' 논란이 불거질 때마나 정작 자존심 상하는 쪽은 그를 국회의원 당선인으로 지지해 준 전주시민들이다.  국회의원 당선인답게 떳떳이 나서서 논란을 잠재워주기 바란다.   

/<전북의소리>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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