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주요 언론 톺아보기] 2020년 5월 13일(수)

환경감시 기능은 언론의 사회적 기능 중에서 대표적인 기능으로 꼽힌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정리하고 전달해주는 기능을 말한다. 그런데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한다.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일상의 유용한 정보와 제도 등을 이해하고 편의를 쉽게 도모하게 해주는 순기능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뉴스 이용자들에게 과도한 심리적 긴장감이나 공포를 유발시켜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역기능이 존재한다.
갑자기 발생한 사건 사고나 위협적인 사건에 대해 해설 없이 갑작스럽게 보도하거나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보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의 사용을 남발함으로써 역기능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에이즈나 최근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을 보도하면서 패닉, 포비아, 대란, 공포 등과 같은 과장된 표현은 사회적 공포나 불안감을 극도로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등에서 보도준칙을 마련하고 각 언론사들에게 준수할 것을 요청하고 호소하는 이유도 바로 환경감시의 역기능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1월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와 '코로나19 보도준칙'을 마련한 데 이어 지난 4월28일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함께 '감염병 보도준칙'을 제정해 발표한 바 있다.
이 준칙은 △감염인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한다 △감염인에 대한 사진이나 영상을 본인 동의 없이 사용하지 않는다 △패닉, 포비아, 대란, 공포 등의 과장된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 등을 포함한다.
기자협회는 12일에도 ‘코로나19 보도 관련 2차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고 각 언론에 당부했다. "일부 언론이 이태원 클럽 확진자와 접촉자에 대한 추측성 사생활 보도, 지나친 개인정보 유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보도로 본질을 흐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확진자가 방문한 장소가 ‘게이클럽’이라고 버젓이 소개한 경우도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런 보도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위축된 확진자와 접촉자들이 음지로 숨어 방역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보도준칙으로 지킬 것을 당부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대부분 언론사와 일선 취재기자들은 이런한 준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속보경쟁에 쫓기다보면 자칫 선을 넘어설 수 있다. 그러면 결국,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언론의 환경감시 역기능 외에 최근 전북지역 언론사들 중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상반되는 행사를 주최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역기능이 우려되는 사례들을 13일 지면과 영상을 통해 톺아본다.
전북일보는 13일자 1면, 2면, 4면 등에서 ‘이태원발 코로나19’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신문은 “이태원발 코로나19, '청정 전북' 뚫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불렸던 전북이 서울 이태원클럽에서 시작된 집단감염 사태에 무너졌다”며 “지난 5일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김제 백구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A씨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아 도내에선 20번째 감염자”라고 밝혔다.
기사는 이어 “A씨는 특히 다른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진자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으면서 중앙방역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뜷렸다’, ‘무너졌다’, ‘비상’이란 표현이 눈에 거슬린다. 다른 관련 기사들에서도 유사한 표현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함으로써 심리적 긴장감이나 공포를 유발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신문은 또 다른 기사들에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한다. "이태원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와 행정당국 역시 클럽이나 감성주점 등에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런데 이 신문은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5월 27일 '전주 샹그릴라CC'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일부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고 안내하면서,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22일까지 선착순 마감하는 이 대회는 전북일보가 주최하며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연일 참여 신청을 독려하며 홍보하고 있다.
‘소아암 환우 돕기’ 행사라고는 하지만 시기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더욱이 기사에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을 끌어 모아 체육행사를 치르겠다는 이중적인 행태를 독자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전북도민일보도 이날 1면, 2면, 4면에서 '이태원발 코로나19' 의제를 크게 다뤘다. 그러나 제목에서 ‘금지명령 발동’, ‘피눈물’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들게 한다.
신문은 기사에서 전북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클럽 등 밀집공간에 젊은 세대들이 몰릴 경우 감염 확산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대상 업소들은 적극 협조해주시고, 도민들도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는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21대 총선 당선자와 출마자, 기관단체장, 지도층 인사들을 대거 초청해 5월 19일 ‘전북발전을 위한 도민화합 교례회’란 행사를 전북애향운동본부,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와 공동으로 주최할 예정이다.
초청 대상과 일정을 지면과 홈페이지에 연일 홍보하고 있다.
그러면서 행정 당국의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기사에서 큼지막하게 안내하고 있으니 독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행사일정을 잡을 때 코로나19가 다소 진정되는 국면을 감안했다고 하더라도 지역사회 지도층을 한 곳에 모이게 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을 살만하다.
한편, 이날 다른 신문과 방송들의 코로나19 관련 보도에서도 '코로나19 보도준칙'에 거슬리는 표현들이 엿보인다.
‘초긴장’, ‘충격’, ‘비상’, ‘후폭풍’, ‘명령’, ‘셧다운’, ‘날벼락’ 등의 자극적인 표현들이 제목과 관련 기사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등장하고 있다.
'사회적 공포나 불안감을 극도로 조성할 수 있는 표현을 자제하는 것도 언론의 사회적 기능'이라는 점을 재삼 새길 때다.
다음은 12~13일 전북지역 주요 신문과 방송들의 코로나19 관련 보도 기사의 제목들이다.
전북일보
이태원클럽 간 김제 공보의 확진 -1면
도내 원어민 교사·교직원 30여명 이태원 일대 다녀와 -1면
도내 유흥시설 1029곳 집합금지 행정명령 -1면
2030 청년층 ‘코로나19 위험 인식’ 낮다 -2면
코로나19 시국에도… 미성년자 주점 출입 잇따라 -4면
전북도민일보
김제시 보건소 폐쇄 -1면
유흥주점 등 1천29곳 ‘집합금지명령’ -1면
경제·관광활력 접고 다시 ‘방역 고삐’ -2면
코로나 확진 김제 공중보건의 비판 여론 -2면
대면 수업 재연기에 대학가 상인들 피눈물 -4면
전라일보
이태원 방문 김제공중보건의 코로나 19 확진…부적절 처신 도마위 -1면
환자 수십명 진료··· 집단 감염 '초긴장' -1면
적막한 캠퍼스…‘출입통제’ 나붙어 -4면
새전북신문
[긴급르포1]클럽 다녀온 공중보건의사가… 불안-충격 휩싸여 -1면
[긴급르포2]이태원발 코로나, `캠퍼스가 텅 비었다' -1면
전북지역 대학 이태원발 코로나 확산에 대면강의 줄줄이 취소 -6면
전북중앙신문
확진된 공중보건의 수십명 환자진료 비상 -1면
도, 유흥주점-콜라텍 2주간 집합 금지 명령 -1면
도민 272명 서울 이태원 다녀왔다 -2면
전민일보
잠잠해지나 했더니… 이태원 클럽發 코로나19 후폭풍 -1면
도내 유흥시설 1029곳 2주간 ‘셧다운’ -2면
김제시, 신규확진자 발생에 긴급행정명령 발동 -9면
KBS전주총국
전북서도 ‘이태원 클럽발’ 공중보건의 확진…지역감염 확산 우려 -5월 12일
전북, 유흥시설에 집합 금지 명령…앞으로 ‘2주 고비’ -5월 12일
전주MBC
이태원 다녀온 공중보건의 확진 -5월 12일
원어민 교사 등 이태원 방문"행사·모임 자제해야"..집합금지 명령 발동 -5월 12일
JTV
환자 30여 명 진료...김제 '날벼락' -5월 12일
"방문자 수도 개인정보" 비공개..."납득 못해" -5월 12일
/전북의 소리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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