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 개최된 최초 야구 경기

중앙 일간지에 보도된 군산의 최초 야구 경기는 1921년 여름 군산소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구암리 기독청년회 야구단(龜岩里 基督靑年會 野球團)과 일본인으로 구성된 군산은행팀(群山銀行軍)의 우승쟁탈전이었다.
그해 7월 5일 치 ‘동아일보’는 <군산청년회 야구전(群山靑年會 野球戰)>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군산 구암리 기독청년회 야구단은 본래 군산 운동계(체육계)에서 명성이 자자하며, 각지에 유학 중이던 회원들이 하기휴가를 맞아 고향을 방문, 팀에 합류하여 의미를 더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 시기(1921년 7월) 구암리 기독청년회 임원진은 고문 김정복(金正福), 회장 박연세(朴淵世), 부회장 이양규(李良珪), 총무 이수현(李守鉉), 서기 송기주(宋基周)·임종우(林宗祐), 회계 김창윤(金昌允)·심학윤(沈學允), 지육부장 고문중(高文仲), 덕육부장 유재남(劉載南), 체육부장 최준호(崔俊鎬), 사교부장 김창윤(金昌允)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기독청년회 임원진에 지육부장(智育部長), 덕육부장(德育部長), 체육부장(體育部長) 등이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1895년 고종황제가 반포한 ‘교육입국조서’ 정신을 충실히 따랐음을 시사해서다. 당시 고종은 지식을 쌓는 지양(智養), 오륜의 행실을 닦는 덕양(德養), 체력을 기르는 체양(體養) 등을 교육의 3대 강령으로 천명하였다. 지·덕·체를 교육의 근본으로 삼았던 것.
구암리 남녀기독청년회는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토론회와 음악회, 체육대회를 개최했으며 기독여자청년회는 야학(夜學)을 운영하였다. 남자기독청년회 체육부는 1931년 8월 구암리에 위치한 영명중학교 운동장에서 남조선축구대회(南朝鮮蹴球大會)를 개최하는 등 체육 활동이 활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21년 7월 30일 치 <매일신보>는 ‘전군야구대전’(全群野球大戰)이란 타이틀 기사에서 “전주체육협회 야구부는 군산체육협회 야구부의 제의에 응하여 31일(일요일) 정오부터 전주 고등보통학교 운동장에서 야구 경기를 행할 예정이라는데, 전주에서 야구 경기는 실로 초유의 일인즉 당일에 성황을 이룰 것”이라는 내용으로 보도하였다.

그해 가을(10월 15~17일)에는 군산 영명학교(永明學校)와 광주 숭일학교(崇一學校) 야구대항전이 열렸다. 개최 장소와 경기 결과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같은 미션계열 학교 친선경기인 점으로 미뤄 구암리 영명학교 운동장에서 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숭일학교 역시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1908년 2월 설립했으며 1915년 광주 지역에서 최초로 야구를 도입한 학교였다.
<한국야구사 연표>(22쪽)는 ‘1925년 9월 27일 전주고보 대(對) 이리 농림의 야구 경기를 전주에서 개최, 전주고보가 3-2로 승리한 이 경기는 지방 학교가 최초로 학교끼리 맞선 대교(對校) 경기의 효시’라고 기록하였다.
기록에 나타나듯 1921년 그해 군산에는 야구팀이 3개(영명학교, 구암리 기독청년회, 군산은행 등) 이상 활동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암리 기독청년회 야구팀은 군산 체육계에서 명성이 자자했다’는 <동아일보> 보도는 이미 1910년대부터 군산에 야구가 뿌리내리고 있었음을 암시한다.
또한, 영명학교-숭일학교 대항전은 호남 야구사에 지방학교끼리 맞붙은 최초 대교 경기이자 원정경기의 효시 아닌가 싶다. ‘영명(永明)’의 한자 풀이는 덕과 학업을 쌓아서 온 누리를 밝게 비추라는 뜻이라 한다.
따라서 교과목에서는 덕육(德育)을 특히 중시하여 지도자 양성에 주력하였다. 서양 선교사들은 한국 청소년들의 지육·덕육과 더불어 체육, 예능 보급에도 힘썼다. 특히,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생활계몽운동·문맹퇴치운동·미신타파운동과 더불어 민족독립운동을 활발히 전개하였다.
영명학교는 1922년 5월 보통과 학생 100명이 익산 황등으로 원족(소풍)을, 고등과 학생 100여 명이 백제의 고도 부여로 수학여행(2박 3일)을 다녀올 정도로 현장학습도 활발하였다.
아침 기차로 군산에서 출발한 학생들은 강경에서 하차, 나룻배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하여 강경상업학교 축구팀과 시합을 가졌다. ‘부여팔경’과 은진미륵을 답사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논산청년회 팀과 축구 경기를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계속)
/조종안 기자
관련기사
- 사진과 기록으로 보는 '군산 야구 100년사'(7)
- 사진과 기록으로 보는 '군산 야구 100년사'(6)
- 사진과 기록으로 보는 '군산 야구 100년사'(5)
- 사진과 기록으로 보는 '군산 야구 100년사'(4)
- 사진과 기록으로 보는 '군산 야구 100년사'(3)
- 사진과 기록으로 보는 '군산 야구 100년사'(2)
- 사진과 기록으로 보는 '군산 야구 100년사'(1)
- 사진과 기록으로 보는 '군산 야구 100년사'(9)
- 사진과 기록으로 보는 '군산 야구 100년사'(10)
- 사진과 기록으로 보는 '군산 야구 100년사'(11)
- 사진과 기록으로 보는 '군산 야구 100년사'(12)
- 사진과 기록으로 보는 '군산 야구 100년사'(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