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만세운동과 양기준·양기철 형제

지금의 군산시 대야면에 있던 만자산교회(지경교회 전신) 남신도들 모습이다. 사진 촬영 시기는 러일전쟁이 일어난 1904년. 가마꾼으로 보이는 두 조선인과 모자 쓴 서양인(전킨 선교사) 옷차림이 시대를 반영한다.
사진 속 인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표정은 물론 신발에서조차 궁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구한말 군산 지역 농촌이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옹색하거나 가난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뒷줄 왼쪽에서 4번째가 전킨 선교사(영명학교 설립자), 오른쪽에서 3번째가 양응칠 구암교회 초대 장로이다. 그리고 앞줄 오른쪽에서 2번째·3번째 사내아이가 양기준·양기철 형제다.
두 형제는 양응칠 장로 아들로 당시 양기준(군산 최초 야구인)은 아홉 살, 양기철은 여섯 살이었다. 신문물을 일찌감치 받아들인 양응칠 장로는 훗날 두 아들을 영명학교에 나란히 입학시킨다.
양기준·양기철 형제 독립만세운동 앞장서 참여
거국적으로 저항했던 기미년(1919) 독립만세운동. 군산 지역은 그해 3월 5일 처음 궐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만세운동은 영명학교 교사와 학생, 구암병원 직원들이 모여 서래장터 장날(6일)로 계획했으나 이두열 등 교사들이 일본 경찰에 체포되는 바람에 시위가 하루 전날(5일) 시작되어 ‘서래장터(설애장터) 만세운동’ 혹은 ‘3·5만세운동’으로 불린다.
그해 5월까지 지속됐던 3·5만세운동. 3월 한 달에만 군산경찰서 방화사건(12일), 군산공립보통학교 학생들 자퇴서 제출(14일), 공립보통학교 교사 방화사건(23일), 시민과 학생들 횃불 시위(30일), 재판소 앞 만세 시위(31일) 등이 일어났다. 연인원 3만여 명이 시위에 참여하였고, 피해자는 총 195명(사망 53명, 실종 72명 등)으로 순국자도 전북에서 가장 많았다.
당시 일본 경찰은 여러 날 취조한 뒤 미성년자는 태형(笞刑)을 가한 뒤 석방한다. 그리고 성인 참여자 중 다시는 만세운동을 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는 사람은 방면한 대신 끝까지 조선 독립을 부르짖는 사람은 감옥을 살게 하였다.
양기준(梁基俊) 역시 끝까지 굴복하지 않아 징역을 산 케이스로 그가 대구 감옥에서 수형생활 할 때 그의 부친이 머나먼 대구까지 면회 다니면서, 차입금을 수도 없이 넣어주었으나 출소 며칠 전 눈깔사탕 한 개 입에다 넣은 게 전부였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그의 동생 양기철(梁基哲)도 만세운동에 앞장서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해 영명중학교 졸업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양기철 학생은 급우들과 ‘졸업은 조국 독립 후로 미루자!’고 결의하고 만세 시위를 주도했다가 일경에게 붙잡혀 대구 감옥에서 6개월간 옥고를 치른다. 당시 양기준(24)·양기철(21) 형제는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이었다.

필자는 <군산 야구 100년사> 출간 후에도 계속 추적한 끝에 양기준·양기철이 친형제라는 사실과 두 형제의 대구 복심법원 판결문(국가기록원), 재미 한인 단체가 발행하는 1919년 7월 12일 자 <신한민보> 기사(양기철 학생이 양응칠 장로 아들임을 확인), 양기준의 한지의사 면허 교부서(1932년 조선총독부) 등을 찾아내 후손에게 전하였고, 감사의 인사도 받았다.
“우리 세대는 ‘군산’ 하면 ‘야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런 군산의 야구 역사를 담은 책에 할아버지(양기준) 존함 한 줄 올려주신 것도 영광이고 감사드릴 일인데, 할아버지께서 군산 지역 3·1운동의 주동자 중 한 명으로 대구교도소에 수감되셨던 내용까지 확인을 해주셨습니다.
그간 할아버지 옥고 사실은 얼핏 들은 바 있으나 그 내용을 모르고 있던 차인데 국가기록원으로부터 대구형무소 복역 사실과 선고문(대구 복심법원 판결문)까지 확인 및 입증되어 독립 유공 서훈을 받게 될 듯합니다." (아래 줄임)
군산의 야구 관련 자료를 찾아 나섰다가 잊혀가던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세계 강국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식민지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였으며, 강렬한 독립투쟁 정신 고취와 상해임시정부 수립의 원동력이 됐던 기미독립만세운동.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한 시위에 앞장섰다가 나란히 옥고를 치른 양기준·양기철 형제가 한없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계속)
/조종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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