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기⑥

“사고로 늦어질 겁니다.“
이틀을 출근했다가 26일 다시 휠체어사이클팀에 합류를 하기 위해 점심이 예약된 김제의 한 식당에서 기다리던 필자에게 날아든 소식이었다. 다른 누구라도 그랬겠지만 사고자가 이번 일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센터장이기에 어렵게 시작한 '손으로 국토 종단'을 완주할 수 있을는지 걱정이 앞섰다.
예정보다 한 시간여 늦게 도착한 종단 팀은 예기치 않은 사고로 좀 어수선한 것 외에는 큰 이상은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김준형(65. 전라북도척수장애인센터장) 씨 사이클이 전복되며 체인 부분이 망가져 더 이상 주행은 어려웠다. 예수병원 시설과에 근무하는 두 분과(비장애인 라이더) 휠체어 사이클 취급점을 운영하는 신윤식(4번 주자) 씨가 있어 약속된 식당까지는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사고를 당한 센터장의 이상 유무부터 확인하고 대책회의를 했다. 마침, 권성환(3번 주자) 씨가 여분의 사이클이 집에 있고 김제에서 전주가 가까우니 필자가 함께 가서 가져오기로 했다. 센터장이 성환 씨의 사이클로 이동하다가 중간에 합류해 주행하기로 했다. 대체 장비를 가져오는 일이 급하다는 생각에 자기 잘못도 아닌 일로 다시 하기 힘든 국토 종단에서 성환 씨만 이 빠지듯 한 구간만 빠지게 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사려 깊지 못한 결정으로 두고두고 아쉬워 할 일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긴 거리에 누적된 피로가 큰 부단이었겠지만 늦더라도 기다렸다가 모두가 함께 주행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내내 머리를 맴돌았다.

그렇게 찾은 권성환 씨 집은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의 '구 35사단' 부지에 들어선 유명 브랜드의 아파트였다. 연로한 그의 어머니 강복례(88) 님이 연세만큼 굽은 허리에 인자한 미소로 반갑게 맞아 주셨다.
부부가 마음을 다하며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사는 것을 익히 알기에 성환 씨가 장비를 준비 할 동안 잠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었다. “아들이 늦은 나이에 공무원이 되고 번듯한 집까지 마련해 어머니를 부양하니 좋으시죠?”라고 하니 이렇게 답하신다.
“좋다마다요. 내 아들이지만 분명한 사람이어서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지요. 거기다가 이렇게 장한 일(손으로 국토 종단)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위험한 일을 어머니가 말려야지 왜 관두냐고들 하는데, 난 안 말렸어요. 누가 뭐래도 지금까지 혼자 자기 일을 척척 알아서 해 낸 장한 아들인데 내가 왜 말려요? 그저 믿고 기다리고 단지 기도만 할 뿐이지요.”
어머니의 기도가 어떤 의미인지를 경험으로 아는 필자이기에 내 어머니를 뵙고 나오듯 든든한 마음으로 그와 함께 다시 나설 수 있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척수장애인은 많이 제한되기에 비장애인 보다 운동이 더 절실히 필요함에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운동을 등한시 하는 실정입니다. 전 이번 저의 종주를 통해 많은 장애인들이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왜 힘든 국토 종단애 나섰냐"는 필자의 물음에 대한 성환 씨의 답이다. "그런 마음으로 나선 종단에서 한 시간 남짓 빠지는 불이익을 왜 감내하느냐"는 질문에는 “위급한 장모님과 유독 심해진 배뇨 문제를 안고 이번 국토 종단에 진심인 센터장의 마음을 알기에 나중애 후회하더라도 그냥 내가 희생하는게 낫다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힘든 장애에도 경운기를 운행해가며 농사를 지어 형과 동생들 학업을 뒷받침 한데다가 연로하신 어머니까지 봉양해 우직스러울 정도인 그의 마음 씀씀이를 엿볼 수 있었다.


그 옛날 일제에 맞서 흰 옷에 죽창과 농기구를 무기라고 들고 내달렸을 길을 타고 익산 성당포구에서 정읍까지 72.09km 구간의 5일 차 종주는 이렇게 어렵게 마쳤다.(계속)

/서치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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