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기①

 (사)전라북도척수장애인협회 소속 휠체어사이클팀이 '2024년 전라북도특별자치도 출범을 기념하고, 척수장애인들의 도전 정신을 발현하여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주 대장정에 나섰다.(사진=서치식)
 (사)전라북도척수장애인협회 소속 휠체어사이클팀이 '2024년 전라북도특별자치도 출범을 기념하고, 척수장애인들의 도전 정신을 발현하여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주 대장정에 나섰다.(사진=서치식)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전북 장애인 5명, 대장정 나선 이유

'휠체어'를 타고 달리는 '휠체어사이클'을 척수장인들이 전국 종단에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사)전라북도척수장애인협회는 '2024년 전라북도특별자치도 출범을 기념하고, 척수장애인들의 도전 정신을 발현하여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휠체어 사이클 국토 종주 대장정에 나섰다.

전라북도척수장애인협회의 휠체어사이클팀 중 최종 선발돼 참여하게 될 5명은 지난 20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43회 전라북도 장애인의 날 행사장에서 김준형 전라북도척수장애인협회 척수장애인센터장의 출사표 낭독과 함께 9박 10일간의 국토 대장정에 나섰다. 

이번 종주는 20일 전주를 출발해 22일부터 경기도 파주(임진각)에서 본격적인 장정에 나서 국토 끝인 전남 해남(땅끝항)까지 550km를 연속  주행하는 긴 여정이다. 수없이 많은 고갯길과 역풍, 혼잡한 도로, 낯선 길도 피하지 않고 주행해야 한다. 다리 근력의 6분의 1밖에 안되는 팔 근력으로 무거운 휠체어사이클을 타고 연속 주행하는 것은 매우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주변에서는 당장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휠체어사이클 주자만으로는 완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높다.

"제대로 일어서 보지도 못하는 사람의 비극이 진짜 비극"

하지만 참가자들은 인생의 동반자처럼 휠체어사이클 주자들과 함께하는 지원 인력이 있기에 '하지 마비'라는 신체적 한계를 넘어 도전할 용기를 냈다. 종주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다양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국토 종주팀 전원이 협력하여 완주할 것을 다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영국 소설가인 아놀드 베넷(Arnold Bennett)이 한 말 중 "인생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는 것,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제대로 일어서 보지도 못하는 사람의 비극이 진짜 비극이다"란 말을 되새기며 힘찬 출발을 다짐했다.   

9박 10일 간의 긴 여정을 참가자들과 함께 하며 취재와 지원을 하기 위해 함께 동행한 서치식 씨(전주시청 근무)는 '2급 뇌병변 장애'를 극복하고 2014년 8월 전주시 일반행정직 공무원에 도전해 당당히 합격, 10여년 동안 근무하고 있다. <전북의소리> 시민기자로도 활동해 온 그가 전국 최초로 22일부터 본격 시작되는 전북 척수장애인들의 휠체어사이클 전국 종단을 함께 체험하며 소개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지난 20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43회 전라북도 장애인의 날 행사장에서는 (사)전북척수장애인협회의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 출범식이 열려 큰 주목을 받았다.(사진=서치식)
지난 20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43회 전라북도 장애인의 날 행사장에서는 (사)전북척수장애인협회의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 출범식이 열려 큰 주목을 받았다.(사진=서치식)

다리 근력 6분의 1 활용, 손으로 달리는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전북 척수장애인 5명 출정식 

"휠체어사이클을 처음 접하고 걸음마 배우듯 연습했던 덕진종합경기장에서 휠체어 사이클 국토 종단 출정식을 하게 되다니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땀에 흠뻑 젖어 트랙을 돌며 전국 종단에 대비 중인  김준형(65) 전라북도 장애인센터장은 처음 만나자 마자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전라북도 휠체어사이클의 대부로 불리는 그는 이번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20일은 43주년 장애인의 날이어서 장애인들의 출정식 의미를 더했다. 이날 전주덕진종합경기장을 주행하는 국토 종단 휠체어사이클팀은 휠체어사이클을 처음 접하고 걸음마 배우듯 연습했던 운동장에서 국토 종단 출정식을 마치고 감회에 젖어 트랙을 돌고 또 돌았다. 

필자도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은 후 재활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운동장이다. 이날 출정식은 이번 국토 종단에 나선 5인의 주자가 처음으로 휠체어사이클을 만나고 연습하던 곳이어서 감회가 남달랐다.

다음은 22일 오전 8시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출발해 전남 해남(땅끝항)까지 9박 10일 일정으로 휠체어사이클을 타고 국토 종단에 참여할 5명의 각오와 소감을 직접 들어본 내용이다.

김준형 "육신을 감옥에서 해방시켜준 휠체어사이클...좋은 결과 보여줄 것"

김준형 센터장은 "장애는 육체의 감옥이라고 말하지만 휠체어사이클이 그 감옥에서 해방시켰다"고 말한다. 이번 국토 종단의 지휘를 맡게 된다.(사진=서치식)
김준형 센터장은 "장애는 육체의 감옥이라고 말하지만 휠체어사이클이 그 감옥에서 해방시켰다"고 말한다. 이번 국토 종단의 지휘를 맡게 된다.(사진=서치식)

1번 주자는 "휠체어사이클이 육신의 감옥에 갇힌 나를 해방시켰다"라고 말하는 김준형(65) 전라북도 척수장애인센터장이다. 

그는 "장애가 '육체의 지옥'으로 여겨졌는데 휠체어사이클을 배우면서부터 새로운 도전과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이번 국토 종단에서 전라북도 휠체어사이클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센터장으로서 이번 국토 종단에 참가할 선수들을 진두에서 지휘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강문규 "형님 뒤만 따를 것...꼭 완주해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

김준형 센터장의 실력에 반해 "평생 형님의 뒤만 쫓겠다'"는 강문규 씨는 2019년 전주-나주 종주에 이어 이번에도 함께 한다.(사진=서치식)
김준형 센터장의 실력에 반해 "평생 형님의 뒤만 쫓겠다'"는 강문규 씨는 2019년 전주-나주 종주에 이어 이번에도 함께 한다.(사진=서치식)

2번 주자는 강문규(57) 씨다. 김 센터장을 서슴없이 '생불(生佛)'이라 부르는  강 씨는 현재 전라북도 척수장애인센터 중앙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휠체어사이클을 시작한지 1년 만인 2018년 6월 '전국어울림사이클대회'(코리아인터네셔널서킷 주최)의 동호인 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한 센터장을 보고 나서 "평생 형님 뒤만 따르겠다고 맹세했다"고 말한다. 

그후 늘 김 센터장과 함께하고 있다는 강 씨는 2019년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 전주-나주간 휠체어사이클 종주'도 함께 했다. 그는 "이번 국토 종단을 꼭 완주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권성환 " 불편 이유로 운동 회피하는 장애인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참가"

필자와 공무원 수험생 시절에 만나 지금은 전주시 공무원으로 함께 근무하고 있는 권성환 씨. "이번 국토 종단에 참여하게 된 것은 장애 공무원으로서 모든 장애인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고 말한다.(사진=서치식)
필자와 공무원 수험생 시절에 만나 지금은 전주시 공무원으로 함께 근무하고 있는 권성환 씨. "이번 국토 종단에 참여하게 된 것은 장애 공무원으로서 모든 장애인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고 말한다.(사진=서치식)

 3번 주자는 권성환(56) 씨다. 전주시청에 근무하고 있는 그는 "극히 제한된 부위만 운동이 가능한 척수장애인에게 운동은 절실함에도 불편을 이유로 운동을 회피하는 장애인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말한다.  

"모든 장애인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해주고 싶다"는 게 그의 참가 목표다. 그는 현재 전주시청에 근무하는 장애 공무원으로 "소명을 가지고 이번 국토 종주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정영업 "동료들과 이번 국토 종단 꼭 완주할 것"

.경증 척수장애인으로 보행은 가능 하지만 극심한 통증 등 증세는 다를 게 없는 정영업 씨는 "함께 하는 게 좋아 이번 국토 종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사진=서치식)
.경증 척수장애인으로 보행은 가능 하지만 극심한 통증 등 증세는 다를 게 없는 정영업 씨는 "함께 하는 게 좋아 이번 국토 종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사진=서치식)

 4번 주자는 정영업(54) 씨. 전라북도 척수장애인센터에서 근로지원 담당의 업무를 맡고 있다.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다"는 정 씨는 경증의 척수장애인이라 보행이 가능하다. 그는 출발에 앞서 "동료들과 함께 참가하게 될 이번 국통 종단을 꼭 완주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윤식 "휠체어사이클 보급 위해 '휠플러스' 운영...이번 대회 출전, 장비 담당"

산업재해근로자인 신윤식 씨는 휠체어사이클 취급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종단 기간에 장비를 담당하게 된다.(사진=서치식)
산업재해근로자인 신윤식 씨는 휠체어사이클 취급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종단 기간에 장비를 담당하게 된다.(사진=서치식)

5번 주자는 신윤식(58) 씨. "산업재해근로자여서 다른 출전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고 말하는 그는 "휠체어사이클의 보급을 위해 '휠플러스'라는 휠체어사이클 취급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수요가 많지 않아 사업성이 없는 일이지만 장애인들의 건강에 도움을 주려는 마음으로 버텨내고 있다"는 그는 이번 종주에서도 장비를 담당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모멘텀 위해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 나선 5명...활약 기대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에 나선 전북 장애인 5명이 22일 오전 8시 경기도 파주(임진각)에서 출발과 함께 완주를 다짐했다.(사진=서치식)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에 나선 전북 장애인 5명이 22일 오전 8시 경기도 파주(임진각)에서 출발과 함께 완주를 다짐했다.(사진=서치식)

이번 전국 최초의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에 출전하는 전북 장애인 5명은 2019년 전주에서 나주간 140km를 종단해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종단을 마치고 나주시청 앞에서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준형 센터장은 "이제 국토 종단을 하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주-나주간 종단으로 전라도의 지난 천년을 돌아본 이들에게 때 맞춰 들려온 전북특별자치도법 국회 통과 소식. 이 때문에 이들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새롭게 시작되는 전라북도의 새천년 모멘텀으로 삼기 위해 이번 휠체어사이클 국토 종단에 나선다"고 밝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계속) 

/서치식 시민기자(전주시청 근무)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