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조직적 먹튀’, ‘희대의 사기’... 

유명 방송사 인기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PD 출신이 사업가로 변신해 잘나가는 듯했으나 ‘먹튀’와 ‘사기’에 연루돼 연일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주)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쌍용차 인수 추진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공시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강 회장이 결국 구속되자 많은 전국의 투자자와 관련 회사들, 그리고 전북지역에선 군산형 일자리 등의 피해와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구속, 쌍용차 인수한다더니... 

YTN 10월 8일 뉴스 화면(캡처)
YTN 10월 8일 뉴스 화면(캡처)

7일 서울남부지법 홍진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은 강 회장과 에디슨모터스 관계자 1명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자본시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벌여오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동수사단)은 4일 강 회장과 에디슨모터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못해 인수가 최종 무산되는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공시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운 뒤 차익을 실현하는 등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강 회장은 쌍용차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공시해 주가를 띄우는 등 불공정 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를 위해 코스닥 상장사 쎄미시스코(현 에디슨EV)를 인수함으로써 주가가 크게 올랐다. 

주가 급등, 차익 남기고 처분...‘먹튀’ 논란 시작 

 

전주MBC 8월 25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 8월 25일 뉴스 화면(캡처)

지난해 6월 9,230원 수준이었던 에디슨EV의 주가는 인수 후 다섯 배 넘게 폭등했다. 이어 무상증자, 쌍용차 인수합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연이은 호재 뉴스 등으로 지난해 11월에는 장중 8만 2,400원까지 급상승했다. 그러나 에디슨모터스가 에디슨EV 인수를 위해 이용한 6개 투자조합이 주가가 급등한 뒤 지분을 처분해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먹튀 논란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난 4월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하기로 해놓고 인수 대금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해 계약 해지 통보를 받게 되자 에디슨EV 주가는 폭락하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은 에디슨모터스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전환) 사건으로 이첩했다.

검찰은 8월 에디슨모터스와 관계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쌍용차 인수 과정과 주식 거래 등에서 불법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해 왔다. 이로 인해 소액 주주들은 물론 당장 전북지역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전기차 생산업체인 에디슨모터스가 지난해 8월 화려한 군산공장 준공식과 함께 '군산형 일자리를 주도할 것'이라던 기대가 물거품 속으로 가라앉게 됐다. 쌍용차 인수 무산과 더불어 투자조합의 조직적 '먹튀' 사건에 휘말린 에디슨모터스가 ‘희대의 주가 조작’ 논란으로 매각 또는 좌초 운명을 맞이한 때문이다. 

“군산형 일자리 주도하겠다” 에디슨모터스 군산공장 화려한 준공...자금 흐름 수상 

2021년 8월 19일 군산시 새만금산업단지 내 에디슨모터스 공장에서 열린 '군산형 일자리 에디슨모터스 군산공장 준공식'에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송하진 전북지사 등이 공장 안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전북도 제공)
2021년 8월 19일 군산시 새만금산업단지 내 에디슨모터스 공장에서 열린 '군산형 일자리 에디슨모터스 군산공장 준공식'에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송하진 전북지사 등이 공장 안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전북도 제공)

더욱이 이 회사의 대표인 강영권 회장의 '먹튀' 연루가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드러나면 소액 주주들은 물론 투자하기로 약속했던 지역과 기업, 직원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는 이미 1년 전부터 예고된 바다. <전북의소리>는 그동안 강 회장과 에디슨모터스의 수상한 자금 흐름 내역과 지나치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에디슨모터스 군산공장 준공식 등과 관련해 문제점을 잇따라 제기해 왔다. 

[해당 기사] 

군산형 일자리 '에디슨모터스' 강영권 회장, 알고 보니... 

일자리·신공항 '너도나도'...자찬할 때 아니다 

위기-기대-다시 위기, 기대와 위기 오가는 불안한 '군산형 일자리'  

'에디슨모터스 쌍용차 인수 무산' 놓고 지역 언론들 엇갈린 주장...'어리둥절'  

무엇보다 강 회장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1985년 KBS PD로 방송에 입문해 ‘연예가 중계’를 연출했으며 이후 SBS로 이직해 '그것이 알고싶다' 등 유명 프로그램들을 연출했다. 이후 외주제작사를 차리고 'TV 특종 놀라운 세상', '호기심 천국' 등을 제작한 뒤 2003년에는 돌연 방송계를 떠나 폐기물업체 CEO로 변신했다. 

2017년에는 국내 전기버스 업체 TGM을 인수한 후 이름을 에디슨모터스로 바꿔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PD 출신 스타트업 사업가로 2020년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기도 한 강 회장은 "10년 안에 테슬라를 넘어서는 회사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에디슨모터스라고 사명을 지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강 회장이 쌍용차를 인수하려다 되레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군산공장의 전기버스 생산 등에 당장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 ‘적신호’…투자·고용·생산 저조 

12일 군산시 등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 군산공장이 자금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축소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전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군산형일자리는 당초 2023년부터 명신·에디슨모터스·코스텍·대창모터스·MPS코리아 등 5개 기업이 1,700명을 고용해 연간 12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적지 않은 국가보조금이 지원되고 있음에도 이들 기업의 투자는 원래 계획의 절반 수준도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에디슨모터스의 경우 200대 정도의 전기버스 선 주문량이 있으나 주문받은 것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에디슨모터스는 전문 경영컨설팅회사를 통해 현재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군산형 일자리에서도 먹튀 논란이 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산시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매각 성사 여부가 정상화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에디슨모터스의 군산형 일자리 고용 및 생산 기대는 어려울 전망이다. 군산형 일자리는 지난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이후 명신, 에디슨모터스, 대창모터스, 코스텍 등 국내 전기차 생산 기업이 차량 제작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이 사업에 명신과 에디슨모터스, 대창모터스, 코스텍 등 4개 기업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총 5,171억원을 투자해 32만 5,000여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1,700여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보조금 수백억원 지원...전북도·군산시 특별 조사 등 대책마련 필요 

전주MBC 9월 7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 9월 7일 뉴스 화면(캡처)

하지만 이 사업 참여 기업들이 올해 8월까지 고용한 인력은 총 466명에 그쳐 절반도 못 미쳤다. 해당 기업들의 고용 또한 저조한 가운데 이들 기업이 올해 총 310명을 고용할 예정이었지만 63명 채용에 그쳐 20%가량만 달성한 상황. 특히 지난해 8월 문을 연 에디슨모터스는 올해 58명을 고용할 예정이었지만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아 애초부터 계획적으로 보조금 지원만 받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군산형 일자리 기업들은 투자도 470억원에 그쳐 목표액(606억원)보다 136억원 적은 가운데 생산량도 저조하다. 올해 6,315대의 전기 자동차 생산을 목표로 했으나 지금까지 6분의 1 수준인 1,092대에 그쳤다. 군산형 일자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명신 역시 올해 2월 이집트 국영기업과 전기 마이크로버스, 전기 삼륜차 공급 및 기술 지원에 대한 투자 의향서를 체결했지만 아직까지 본계약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이 사업에 참여한 엠피에스코리아가 지난해 투자를 철회한 바 있어 정상적인 사업 추진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등 혈세는 계속 지원되고 있다. 전라북도와 군산시는 기업에 각각 100억원 이상을 지원했고, 1인당 160만원씩 연간 12억원의 고용지원금도 지원하는 등 막대한 보조금을 들였음에도 정작 군산형 일자리를 활성화시키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8월부터 에디슨모터스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 사실이 알려진 후 에디슨모터스가 제작하는 전기 버스가 전량 중국에서 반제품으로 들어와 군산에서는 조립만 하는 것으로 확인되기까지 했다. 가뜩이나 전기차 보조금이 편법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마당이다. 

특히 전기 화물차는 보조금이 차 가격의 절반에 달해 ‘보조금 쟁탈전’이 벌어질 정도다. 이 때문에 전북도와 군산시는 물론 해당 기업들에 대한 철저한 보조금 집행 및 사용에 관한 조사와 함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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