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군산에 대규모 전기차 클러스터를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군산형 일자리’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이 사업은 정부와 전북도, 군산시가 선정한 5개 업체(명신, 에디슨모터스, 코스텍, 대창모터스, MPS코리아)가 1,700명을 고용해 2023년까지 연 12만대, 2024년까지 누적 32만대 차량을 생산한다는 게 핵심 목표였다.

이 사업을 위해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를 합쳐 사업비 규모만 5,0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빨간불이 곳곳에 켜진 상태에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당장 올해 목표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기사] 

군산형 일자리 고용·생산 '뚝'..."보조금만 축내" 

중국 업체 경영난, 상장폐지 등 총체적 '위기'...계약 이행 적신호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가 지난해 8월 19일 새만금산업단지 안에 위치한 군산공장에서 준공식을 열었다.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가 지난해 8월 19일 새만금산업단지 안에 위치한 군산공장에서 준공식을 열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군산형 일자리 참여 업체 중 규모가 가장 큰 명신은 2019년부터 중국, 이집트 업체와 23만대 생산 계약 및 수출 의향서를 잇따라 체결했지만 이 계약과 관련된 실제 전기차 제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 업체가 경영난에 빠지고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면서 계약 이행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명신은 지난해 6월 군산공장에서 열린 ‘군산형 일자리’ 1호 생산차 ‘다니고밴’ 출고식에 송하진 당시 전북지사와 강임준 군산시장, 이태규 명신 대표 등이 참석해 대대적인 홍보 행사를 가진 바 있다. 그러나 1년 만에 생산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군산에서만 연 30만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던 에디슨모터스는 강영권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회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자금이 돌지 않아 부품 조달을 하지 못한 공장은 생산이 사실상 멈췄다. 이들 참여 업체의 올해 총생산량은 당초 목표의 10분의 1도 안 되는 1,400대 정도에 불과하다. 

더욱이 지난해 8월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 송하진 당시 전북지사를 비롯한 지자체 관계자들의 축하 속에 문을 연 에디슨모터스 군산공장이 지난 1년 동안 만들었다는 99대의 차량이 모두 부분 조립 방식(SKD)으로 중국 업체의 버스를 분해한 뒤 한국으로 가져와 재조립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크다. 

중국산 전기차 재조립...‘상생기금’ 100억원 이상 지원? 

전주MBC 9월 7일 뉴스(화면 캡처)
전주MBC 9월 7일 뉴스(화면 캡처)

에디슨모터스 군산공장은 중국 장수성의 JJAC라는 회사 제품을 들여와 시트와 전기장치 등을 조립한 뒤 국내에 납품하면서 'Made in korea' 마크를 달고 한 대에 3~4억원의 고가에 판매하는 이른바 ‘원산지 세탁’으로 대당 1~2억 원의 지자체 보조금만 축낸 것 아니냐는 따가운 비판을 받아왔다.

지자체 보조금은 대형 차의 경우 1억 4,000만원, 중형 차의 경우 1억원, 여기에 저상버스의 경우 추가로 또 보조금이 지원된다는 게 지자체 보조금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부품을 중국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군산뿐 아니라 국내에 협력업체 육성은 물론 일자리 창출 등 사업의 목표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24일 ㈜명신 군산공장에서 열린 군산형 일자리 생산 1호차인 다니고 VAN 출고식 행사에서 송하진 도지사, 이태규 (주)명신 대표, 강임준 군산시장 등이 1~3호 차량 지역사회 기승식 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전북도 제공)
지난해 6월 24일 ㈜명신 군산공장에서 열린 군산형 일자리 생산 1호차인 다니고 VAN 출고식 행사에서 송하진 도지사, 이태규 (주)명신 대표, 강임준 군산시장 등이 1~3호 차량 지역사회 기승식 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전북도 제공)

그럼에도 이런 업체에게 주어진 특혜는 막대했다. 전주MBC 9월 7일 보도("중국산 전기차 재조립"...이게 '군산형 일자리'?)에 따르면 “고작 284억원의 투자에 전라북도와 군산시는 '상생기금' 등 100억원 이상을 지원했고, 1인당 월 160만원씩 연간 12억원의 고용지원금도 주었다”며 “공장 부지는 새만금개발청이 공시지가의 1%만 받고 임대해줘 군산형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이 가능했다”고 보도했다.

한유자 군산시 일자리정책과장은 당시 방송과 인터뷰에서 "지역투자 보조금이 에디슨모터스가 120억. 고용 지원금은 63명 곱하기 160만 원 정도 지원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막대한 보조금 지원에 저조한 생산 실적, 중국 전기차의 교두보 역할로 오히려 국내 전기차 산업의 존립을 위협한다는 논란만 야기하는 상황인데도 군산형 일자리 사업의 지향점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무엇보다 막대한 보조금으로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3년 지났지만 기대와 달리 중국 전기차 조립 생산하는 수준 머물러...” 특단 대책 필요 

전주MBC 9월 7일 뉴스(화면 캡처)
전주MBC 9월 7일 뉴스(화면 캡처)

그동안 전북도와 군산시는 지역의 산업 생태계가 새롭게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며 이들 업체에 각종 지원, 명신에는 100억원, 에디슨모터스에는 120억원의 상생기금을 지원했다. 

전주MBC는 보도에서 "이들 기업은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애초 기대와 달리 중국 전기차를 조립 생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지난해 8월 문을 연 에디슨모터스는 중국 장쑤(江蘇)성의 JJAC사 반제품 전기버스를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받아 국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중국 제품 판매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1년 동안 마을버스로 주문받은 중국산 전기버스 99대를 조립·판매했을 뿐이다. 부품 국산화율도 60% 수준이다. 하지만 이 전기버스는 한국산으로 인정돼 대당 3억~4억원의 고가에 판매된다. 게다가 대당 1억여원의 지자체 보조금까지 받는다. 에디슨모터스 공장 부지는 새만금개발청이 공시지가의 1%만 받고 임대해 줬다. 

명신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는 11월부터 중국 동풍소콘의 전기상용차 마사다 밴과 트럭의 차체, 배터리를 들여와 군산공장에서 조립·판매할 예정이다. 올해 들여올 물량은 600여대 정도다. 명신은 미국계 전기차 스타트업인 패러데이퓨처, 중국 지리자동차, 이집트 삼륜 전기차 ‘톡톡’ 생산업체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으나 본격적인 가동은 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한국지엠 군산공장 철수의 대안으로 추진한 군산형 일자리 사업이 전기차 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사업 방향을 재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대한 보조금을 줘가며 국내 산업 생태계 조성이 아닌 중국 제품 판매의 기회를 열어준 것이 군산형 일자리냐”는 따가운 비판이 계속 일고 있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대한 재점검과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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