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ESG 리포트'(7) - '2022 글로벌 ESG 포럼' 후기③

오늘은 '자백'으로 시작합니다. 저는 ‘2022 글로벌 ESG 포럼’ 3일차에 참석하지 못하였습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3일차 포럼이 열리던 날 오전·오후 재판이 도무지 변경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지정되어 있어서 본연의 업무인 송무, 즉 재판에 나가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3일째 포럼에 무슨 강연과 토론이 있었는지 간략하게 소개만 해드리고, 오늘은 ‘삼성전자의 RE100 선언’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와 현재 한국의 RE100 현황과 달성 여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합니다. <전북의소리>는 최신 ESG트랜드에 민감하니까요. 삼성전자의 RE100 선언의 의미는 꼭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RE100 선언’이 갖는 의미에 앞서 먼저 '포럼' 소식부터... 

‘2022 글로벌 ESG 포럼’은 ‘국제 ESG협회’와 ‘TOP PLANNERS’가 주최하고, ‘국제 ESG협회’, ‘대한상공회의소’, ‘고려대학교 ESG연구센터’가 주관하였으며 주식회사 ‘LG’, ‘STO’에서 후원을 한 상당한 규모의 행사입니다. LG에서는 ESG에 관심이 많은 기업으로 포럼에서도 강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문을 하여 그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뭔가 영업비밀과 관련한 질문이었던 것 같아서 질문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ESG에 대해서는 작년부터 올해 상당히 많은 기업과 언론, 대학에서 관심을 가지고 각종 포럼과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올해만 해도 20개 가량의 세미나와 포럼에 참석하였으니까요.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ESG특별위원회가 신설되어 벌써 기초과정 2개 마치고, 현재 심화과정이 진행중입니다.

ESG경영, 한국의 중대재해처벌법과도 밀접한 관련

3일차 오전에는 플라스틱과 ESG경영, 젠더혁신과 ESG 그리고 지속가능발전, 탄소저감기술(CCUS) VS바이오차, 중요한 오찬이 있고 오후에는 의료기관의 ESG경영, 자연환경(토양, 물), 화학사고 및 ESG경영(이 부분은 한국의 중대재해처벌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건축에너지/실내환경(애플과 구글의 경우 건물을 신축할 때 환경 중심으로 신축할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만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과 ESG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고 합니다.

포럼이 메인 홀과 중회의실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관심 있는 분야를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데 저는 3일차에서 특히 듣고 싶었던 강의는 의료기관의 ESG경영이었습니다. 관련 논문이나 자료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한, 아쉬운 마음이 가득한 날이었네요.

아, 첫째 날에 블랙록 특별세션이 있었는데 블랙록의 특별세션만 봐도 ‘2022 글로벌 ESG 포럼’은 성공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블랙록의 특별세션은 임팩트 투자 및 ESG의 미래를 주제로 블랙록 임팩트 투자 총괄디렉터 Quyen Tran이 강연을, 패널로는 블랙록 북아시아지경 지속가능한 투자전력팀장 Bonnie Leung이 강연을 이어갔습니다. 영어를 잘해야겠다고 또 다시 다짐하고 있습니다. 칼럼에서 ESG가 혜성같이, 태풍처럼 몰아친, ESG라는 총의 방아쇠를 당긴 투자회사가 블랙록이라는 소개는 이미 했었지요?

‘삼성전자의 RE100 선언’ 무슨 의미?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이제 삼성전자 이야기를 해볼까요? 삼성전자는 9월 15일 RE100에 가입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제야 RE100을 선언했다니 갸우뚱하실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RE100을 선언하기 위해 무려 3년 동안 준비해왔다고 합니다. ‘일단 선언하고 보자’라는 심산은 아니었던 것이지요.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2050년까지 생산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적 신재생에너지원을 통해 생산된 전력으로만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약속을 이끌어내는 비영리법인들의 캠페인의 결과입니다. 영국의 비영리단체인 'The Climate Group’과 ‘Carbon Disclosure Project’가 2014년경부터 시작했습니다. 2021년을 기준으로 RE100 가입기업 수는 미국 51개, 유럽 77개에 이어 아시아 기업은 24개입니다. 게다가 2018년 구글과 애플은 이미 RE100을 달성하였고, 95% 이상 달성한 기업도 45개에 달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차치하더라도 왜 한국 기업이 RE100에 가입해야 하고, 이 목표를 달성해야만 할까요? 2018년 BMW가 LG화학에 대하여 배터리 부품 납품의 조건으로 RE100을 요구하면서 계약이 무산된 사실이 있고, 삼성 SDI는 BMW에 납품하는 배터리의 생산을 국내 공장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가능한 해외공장에서 조달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제 감이 오시나요? 

부품 납품의 조건으로 RE100 요구하면서 계약 무산된 사례도 

애플의 환경영향보고서(애플 홈페이지 캡처)
애플의 환경영향보고서(애플 홈페이지 캡처)

‘수출 중심국가인 한국’, 지난 칼럼에서도 강조하였지만 수출이 불가능하면 한국기업은 도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는 한국에서 외국으로 수출하지 못하는 조건이나 상황이 되면 한국의 우수한 기업은 수출이 가능한 외국으로 빠져나가 한국이 도산할 수 있는 지경에 처한 것입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RE100을 요구하는 경우, 한국 기업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어느 정도나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수출이 불가능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한국기업은 RE100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보면, 삼성전자는 2020년 휴대전화만 15개 모델을 생산하여 판매했고, 애플의 경우 5개 모델을 생산했습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제 주변만 하더라도 다양하고 예쁜 모델이 많아서 자주 교체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다양한 모델의 휴대전화를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부품들은 구하기 어렵거나 중금속 등이 함유되어 있어 재활용이나 폐기가 어렵기에 세계적으로 휴대전화를 교체하지 말고 고쳐서 사용하자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생산뿐만 아니라 공정과정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해야 

삼성전자는 RE100달성을 위해 환경안전연구소를 중심으로 대기, 수질 오염물질을 저감하겠다는 취지의 발표를 하였는데 문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삼성전자의 전기사용량과 지나치게 다양한 모델의 전자제품을 수시로 출시한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또 중요한 점은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 단순히 기업이 생산하는 물건에 재생물질이 사용되거나 재생기능이 탑재되어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공정과정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사들도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높기도 하고, 많기도 합니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국내의 여러 기업이 RE100에 가입하였습니다. RE100에 가입하고 싶다고 해서 어떤 기업이든 다 가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엄격한 조건을 맞춰야 하지요. 어렵게 RE100에 가입한만큼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가입한 다른 국내기업들도 RE100을 달성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전 직원의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김도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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