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ESG 리포트'(10)
다들 잘 따라오고 계신가요? 혹은 저와 같이 달리고 계신가요? ESG 경영의 매력에 빠져서 저보다 훨씬 앞서 나가고 계신가요.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과 중소기업할 것 없이 ESG 경영을 하고 있고, 해야하니까요.
이게 또 무슨 말이야, 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언제부턴가 경영과는 전혀 무관할 것만 같은 대통령, 도지사, 시장이 모두 ‘경제를 일으키자’라는 문장에 대동단결하였고, 시민들도 경제, 경제,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에 동의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경영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그것이 바로 뭐라고요? ‘ESG 경영’입니다.
‘그린 스완’이란?

오늘은 ‘그린 스완(Green Swan)’에 대한 조금은 생소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블랙 스완(Black Swan)’은 들어보셨을텐데요, ‘그레이 스완Gray Swan)’도 있고, 스완 친구들은 경제용어 중 하나입니다. 그린 스완이라 함은 무엇이냐,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 또는 금융부문의 위기, 시장의 변화를 촉진하는 개념이자 해결책,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경제·사회·정치·환경 등을 모두 아울러 회복과 재생을 추구하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은 2020년 1월 ‘그린 스완: 기후 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안정’이라는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가 글로벌 경제・사회와 금융 시스템에 전례 없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BIS는 2021년 첫번째 그린 스완 컨퍼런스 (Green Swan Conference)를 시작으로, 2022년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그린 스완(Green Swan) 2022 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고위급 정책 입안자, 전문가 및 실무자들과 함께 기후 변화의 맥락에서 통화 정책 설정 및 운영, 기후 전환에서 금융의 역할에 대한 주제, 투명성 및 공개, 전환 계획 및 녹색 혁신 자금 조달을 포함한 다양하고 알찬 내용으로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개최하였는데, 서울이나 제주까지는 가도 중국까지는 못가겠네요.
그린 스완이라는 용어, 즉 기후위기가 금융과 연결되어 논의를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BIS에서도 2020년 처음 보고서가 나오면서 그린 스완이 등장하였고, 컨퍼런스도 2번째니까 굉장히 핫한 분야입니다. 그렇다면 우린 그린 스완을 말하기 전에(대충 그린 스완은 기후문제와 연관이 있구나라고 감을 잡으셨을테니까요), 블랙 스완에 대해서도 살짝 알아볼까요?
‘블랙 스완’이란?
블랙 스완은 발생 확률이 매우 낮아서 예측하거나 대비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우며 일단 발생해버리면 경제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을 말합니다. 떠오르시는 사건이 있나요? 대한민국의 경우 IMF의 충격을 예로 들 수 있고, 지금 인플레이션 사태도 블랙 스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사회부분에서는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벌인 유대인 대학살)나 일본의 위안부 문제도 굳이 꼽자면 블랙스완이라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블랙 스완은 발생 확률이 낮기 때문에 우리가 관련사항을 철저하게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마치 제가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 시험에 나오지 않는 영역은 굳이 공부하지 않았는데 그 문제가 마법같이 나와버려서 시험을 망쳐버리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그 타격은 1년 더 공부해야하는 엄청난 경제적, 시간적 파괴라는 결과를 발생시켰습니다.
‘그레이 스완’이란?
그렇다면 그레이 스완은요? 그레이 스완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나 위기 상황에 대해 적절한 대안이나 해결책을 찾지 못해서 그러한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나 위기 상황을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입니다. 생각해볼까요? 대한민국은 장마철에 매번 대비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장 마피해는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장마 피해가 늘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고 있으니 그레이 스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년 전 섬진강 일대의 장마 피해는 아직도 복구 중입니다. 피해 회복도 진행 중입니다. 블랙 스완과 그레이 스완이 발생하면 사회, 경제적으로 퇴화상태가 초래되기 때문에 회복 가능성이나 전환 가능성에 대한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다시 그린 스완으로 돌아와볼까요? 그린 스완이라고 해서 단순히 기후와 관련된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멸종하는 종들이 많아지고 있죠, 곤충, 식물 등) 사회, 경제, 금융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이 그린 스완이기 때문에 전 영역에 관련이 있죠. 하지만 현재 기후위기가 재앙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기후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탄소가 기온을 급격하게 상승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기후학자 등 과학자들의 오랜 조사 결과 알게 되었지만 국가간, 기업간 이해관계로 인하여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논의만 할 뿐 행동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파리기후협정으로 전 세계가 탄소 문제의 심각성과 탄소 감축에 동의하면서 탄소 문제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린 스완은 우리가 충분히 예측했기 때문에 반응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블랙스완과는 이 부분에서 다릅니다.
"기후위기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식량위기로 이어질 것"

우리는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기후위기, 탄소 감축을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데 도대체 탄소가 뭔데? 탄소가 계속 발생하면 뭐? 우리한테 직접 어떤 영향을 주는 건데? 이 부분입니다.
‘탄소는 나쁘다’라는 인식 외에 나한테 직접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면 문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런 종류의 지식은 이제 모든 연령대와 교육수준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야 합니다. 비단 탄소세 때문에 수출 중심의 대한민국이 망할 수 있다는 수준에서 벗어나 내가, 내 가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탄소배출로 인해 어떤 재앙을 맞이하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바로 올해 서울과 포항의 물폭탄이 앞으로 점점 잦아질 것이고, 또 어느 지역은 비가 오지 않아 가뭄과 폭염으로 1년 농사를 전부 망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적당한 햇빛과 비를 맞아 맛있게 여물은 과일을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식량위기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식량 위기가 무서운 것이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은 아무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굶어 죽게 되는 빈부의 격차가 지금보다 더 벌어지는 효과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는 점이죠.
대한민국 사람들을 굉장히 지식수준이 높고, 세계적으로도 훌륭한 과학자들이 많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똑똑한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발전소는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고, 태양이 없는 상태에서도 태양광 에너지를 만들에 낼 수 있는 기술도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 가격도 놀랄만큼 낮아졌습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중국보다 탄소 감축의 정도가 낮은 수준입니다. 대한민국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것처럼 탄소의 기적을 일으켜야 하는데, 아직 대한민국의 탄소 감수성이 성장하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우리도 그린 스완의 행동을 통해 나의 탄소 발자국을 줄여봅시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계속)
/김도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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