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이슈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언론사들이 잇따라 실시해 발표하는 여론조사가 공정성 논란에 이어 '여론조작'이라는 지적까지 나와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그동안 대선 정국에 가려져 선거구 획정조차 법정 시한을 넘기며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을 받아온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임박해 오면서 전북지역 일간지들이 여론조사를 놓고 편향 또는 왜곡된 조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어 관계 당국의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달 30일 전북도지사와 전주시장, 임실군수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특정 후보 캠프 또는 지지자들은 한 지역 일간지의 여론조사 과정에서 편향된 답변을 유도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불공정 문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기해 파장이 일었다. 

안심번호 추출 방식 악용…전북지역 여론조사 조작 사례 보도 '주목' 

아시아경제 4월 4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아시아경제 4월 4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그런데 이번에는 전북지역에서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 이전을 통해 여론조작이 일고 있다는 보도나 나와 과거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둔 ‘유선전화 착신전환’ 논란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4일 ‘안심번호 추출 방식 악용…전북서 여론조사 조작행위 '횡행'’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북지역 사례와 문제점을 짚어 시선을 끌었다. 기사는 ”전주시 효자동에 사는 황 모씨는 지난 1월 중순께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를 완주군 구이면으로 옮겨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았다”며 “지인은 그러면서 혹 여론조사 기관으로부터 전화가 올 경우, 완주군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특정인을 지지해주면 된다고 부탁을 받았다”고 전제했다. 

이어 기사는 “그러나 요금 청구서를 옮긴 지 한 달이 조금 지나지 않은 2월 20일 실제로 황 씨는 지방언론사와 인터넷 매체가 합동으로 실시하는 완주군수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다”며 “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전북에서 새로운 여론조사 조작행위가 횡행하다”고 보도했다.

각 후보들은 언론사들의 여론조사가 곧 민심임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직적으로 나서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를 특정 지역으로 옮겨 여론조사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 기사의 핵심 내용이다. 특히 이 시기는 지역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이뤄진 시점이어서 해당 언론사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10·2014년 지방선거 불법 유선전화 착신전환과 유사한 교묘한 수법 

프레시안 3월 29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프레시안 3월 29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러한 사례는 지난 2010년과 2014년에도 전북지역에서 나타났다. 당시에도 지방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여론조사 비중이 높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후보들은 착신전환을 통해 여론조사와 연계해 여론조작을 획책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한 후보는 “일부 언론사에서 발표한 여론조사가 예상대로 착신전환에 따른 판에 박은 결과가 나왔다”며 “전주시의 경우 불과 600명을 착신전환할 경우 여론조사에서는 무려 10% 이상의 상승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과열 착신전환 사례 등의 의혹이 일자 2014년 5월 전북경찰은 지방선거와 관련한 대규모 불법 전화 착신전환을 대상으로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착신전환은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유리하게 끌어내기 위한 불법 행위로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일수록 집중적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규로 개설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수백 개의 유선전화 회선을 특정 후보의 선거사무소 또는 휴대전화로 착신을 전환해 해당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려는 착신전환은 여론조작의 대표적인 불법 선거운동이다. 

이러한 유선전화 착신전환에 이어 무선전화 여론조사가 실시되는 최근에는 무선전화 이용 요금 청구서 변경 사례로 바뀌어 불법 선거운동이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여론조사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가상 안심번호를 받은 여론조사 기관이 진행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통신사로터 제공받는 안심번호는 해당 시·군의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를 기준으로 추출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러한 청구서 변경 사례가 선거철에 확산되고 있다. 

“임실·완주·순창·장수군, 무선전화 요금 청구서 이전 광범위하게 이뤄져”

아시아경제는 이날 기사에서 “이 같은 안심번호 추출 방식을 간파한 일부 후보가 조직을 동원해 타 지역 유권자의 휴대전화 요금청구서를 자신의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전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특히 임실군과 완주군, 순창군, 장수군 등에서는 요금청구서 이전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중 완주군의 경우에는 특정 후보와 친분이 있는 기업체 간부가 직원들에게 요금청구서 이전을 지시하는 일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는 기사는 “문제는 여론조사에 대비한 요금청구서 이전은 명백한 여론조작”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앞선 지난달 30일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전북도지사와 전주시장, 임실군수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특정 후보 캠프 또는 지지자들이 한 지역 일간지의 여론조사 과정에서 현역 교체의 필요성을 묻거나 편향된 답변을 유도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불공정 신고를 했다고 밝혀 정치권이 술렁거렸다.

불법 여론조작 차단 위해 관계당국 철저한 지도·조사 필요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전경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전경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15일 고시한 선거 여론조사 기준에 따르면 피조사자에게 응답을 강요하거나 조사자의 의도에 따라 특정 응답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질문하거나 피조사자의 의사를 왜곡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질문지 작성 시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해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이미지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서도, 편향된 응답을 유도할 수 있도록 질문 순서를 정하거나 응답 항목을 구성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갈수록 혼탁·과열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이러한 불법 여론조사와 선거운동이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정치 혐오와 냉소에 빠져들지 않도록 관계당국의 철저한 지도·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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