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전북지역의 대표적인 국립·사립대들 중 군산대와 전주대가 최근 총장 선출 문제를 놓고 극심한 갈등과 반목에 휩싸인 채 해결의 기미를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어 진통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이른 것은 내부적으로 그럴만한 이유가 내재돼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으로 학생들의 수업·학습권 지장 초래에 대한 불만과 민원이 가득한 상황에서 독선, 불통, 차별 등에 기인한 기득권 싸움으로 이어지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바라보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군산대 총장 선거 내홍 속 직원들 '투표 거부', 왜? 

특히 국립 군산대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 탈락한 군산대는 3년간 총 140여억원 규모의 일반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 대학 운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총장 선출 문제를 놓고 구성원들 간 극심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군산대 총장임용추천위원회(총추위)는 지난달 29일 회의를 열고 제9대 총장 임용 후보자 선거에서 투표 반영 비율을 교수 100%, 직원 16.3%, 학생 8%로 결정하고 30일 선관위와 선거 관련 협약을 맺는 등 이달 21일 총장 선거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선거인 반영 비율 때문에 갈등이 촉발됐다. 교수 100%, 교직원 16.3%, 학생 8%로 결정됨에 따라 교수는 1인 1표, 교직원은 1인 0.25표, 학생은 1인 0.00445표를 행사하는 셈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가열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교직원 노조 등 일부 구성원들은 ”대통령 선거도 1인 1표인데 왜 총장 선거에서만 교직원들이 0.25표로 차별을 받느냐“며 ”민주적인 선거를 보장하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전주MBC 12월 1일 보도(화면 캡쳐)
전주MBC 12월 1일 보도(화면 캡쳐)

1일 군산대 민주적발전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총장 임용 후보자 선거에서 직원 참여 전면거부 성명과 함께 ‘직원투표 산정비율 확정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전국공무원노조대학본부 군산대지부, 전국대학노조 국·공립대학본부 군산대지부 과장단 등으로 구성됐다.

공대위는 특히 “지난 29일 열린 총추위 5차 회의에서는 선거 당사자인 직원들의 동의 없는 투표 산정비율이 결정돼 직원들의 대학 운영에 참여할 권리가 무참히 짓밟혔다”면서 “선거가 강행된다면 ‘총장 선거 무효 확인소송’ 제기와 더불어 교육부 장관의 임용 제청 및 대통령의 총장 임명 반대 운동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선언해 파장이 쉽게 가라 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군산대 전 곽병선 총장은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 결과가 나오자 9월 5일 대학에 사직서를 내고 교육부에 전달해줄 것을 주문했다. 또 이메일을 통해 교직원들에게 총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곽병선 전 총장, "교육부 평가 탈락 책임지고 사퇴"...후폭풍 거세 

앞서 지난 9월 3일 교육부의 진단 결과 발표가 나오자마자 군산대는 입장문을 내고 “대학기본역량진단 가결과 발표 이후 평가의 공정성 제고를 촉구하며 이의신청을 하고 지역사회와 동문 등이 성명서를 발표하며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실질적인 반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유감을 표했다. 

지난 9월 3일 교육부의 진단 결과 발표에 대해 군산대 곽병선 전 총장은 이의 신청을 하고 지역사회와 동문 등과 반박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9월 3일 교육부의 진단 결과 발표에 대해 군산대 곽병선 전 총장은 이의 신청을 하고 지역사회와 동문 등과 반박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 탈락한 군산대는 3년간 140여억원 규모의 일반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 대학 운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곽 전 총장은 지난 8월 교육부의 가평가 결과 발표 이후 피켓시위 및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이의 제기를 해왔으나 그 결과가 바뀌지 않아 충격이 컸을 것으로 주변에서는 분석했다.

이처럼 교육부가 꺼내든 대학 구조조정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는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는 거센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변함없이 막을 내렸으나 후폭풍이 군산대에 만만치 않게 불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와 시민들은 “교수들이 기득권을 내려 놓고 직원들과 합심해 자구노력을 해도 부족할 판에 밥그릇 지키기 싸움에 급급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전주대 홍순직 총장 사의 표명 불구 원점...파행 장기화 

전주대 전경
전주대 전경

한편 사립 전주대가 5개월여 동안 새 총장 내정을 놓고 극심한 갈등과 파행을 겪으면서 학사 일정 차질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주대 학교법인 신동아학원은 지난 7월 27일 홍순직 전주비전대 총장을 전주대 새 총장으로 내정했으나 구성원들의 반발이 바로 이어지면서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다.

전주대 교수 노조와 교직원 노조는 각각 학교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성명을 내고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신임 총장을 결정한 것은 대단히 중대한 절차상 문제”라며 홍 신임 총장 내정자의 철회를 촉구했었다. 홍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도 대학 곳곳에 내걸렸다.

이에 총장에 내정된 홍 총장은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로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사실상 사임 등의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장기간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주대 교수노조는 지난 30일 “대학 운영에 자발적 동의와 지지가 필요하다”며 홍 총장의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학교법인-구성원들 간 불통이 빚은 결과"

전주대 신임 총장 내정 철회를 촉구하는 현수막들
전주대 신임 총장 내정 철회를 촉구하는 현수막들

교수노조는 논평에서 “대학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의와 지지에 기초한 전주대의 쇄신은 홍순직 총장의 퇴진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홍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학교법인과 이사장은 대학 운영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 달라”고 주문한 교수노조는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인사시스템 회복과 공익적인 가치 중심 학사 정책 추진을 위한 정의로운 인적 쇄신, 사회적 합리성 존중 및 상향식 접근 채택을 위한 대학문화 쇄신” 등을 제안했다.

이처럼 전주대는 학교법인의 일방적인 총장 내정으로 인해 5개월여 동안 갈등과 반목으로 대학이 짙은 안개 속이다. 국내 사립대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학교법인과 구성원들 간의 불통이 빚은 결과라는 따가운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기득권·철밥통을 고수하려는 국립대 교수 사회에 대한 저항과 사립대 법인의 일방적 정책에 대한 저항이 전북지역 양 국립·사립대에서 첨예하게 점화된 양태다.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사회의 오랜 병폐이자 거대 이슈로 작용해 온 때문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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