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중의 자전거 이야기(14)

가장 높은 사고 발생이 이뤄진 진북동 금암광장 인근의 중상해 사고 분포도이다. 자료는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데이터를 활용하여 만들었음.(인용시 본 기사의 출처를 명시할 것)
가장 높은 사고 발생이 이뤄진 진북동 금암광장 인근의 중상해 사고 분포도이다. 자료는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데이터를 활용하여 만들었음.(인용시 본 기사의 출처를 명시할 것)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을 통해 살펴본 전주시 자전거의 열악한 현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도로교통공단에서 관리하는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전주시에서의 8년간 교통사고 건수는 18,041건이다. 한 해 평균 2,255건의 교통사고가 벌어지고 하루 평균 6.18건가량의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이중 자전거 사고(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인 경우)는 903건으로 집계된다.(자전거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경우의 소수 중복이 있다) 자전거가 가해자로 분류된 사고건수는 182건이고 자전거가 피해자로 분류된 729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한 해 평균 112건의 자전거 관련 사고가 발생한다.

​이번에 이중 사망 및 중상자가 발생한 사고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대상은 모두 357건이다.(한 해 평균 44건이다)

정확하게 분류를 할 수는 없어서 사고 분석에서 규정한 장소분류를 기준으로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다. 교차로 부근 38건, 교차로 안 128건, 교차로 횡단보도 59건, 기타(주차장 천변 등) 18건, 단일로 횡단보도 5건으로 이를 합하면 248건이다. 전체 사고 비율의 69.5%가 이 장소에서 발생하였다.

여기에 분류되지 않은 장소는 단일로로써 112건으로 나머지 30%가량을 차지한다. 단일로는 도로(교량, 터널 등을 포함하여) 차로라고 여겨도 좋을 것이다. 차로에서도 상당히 많은 사고가 발생하네?라고 생각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대로가 아닌 이면도로에서 벌어지는 사고가 포함된다.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사고도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이를 따로 구분하여 산출하지는 못하였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보자면 차대 사람으로 분류되는 사고는 횡단 및 차도 6건, 보도상 8건, 기타 8건이다. 자전거 사고로 인한 전체 중상해(사망포함)가 21건에 달한다. 

한편 357건의 중상해 사고를 지도에 입력해 본 결과 사고가 많고 위험이 높은 동네가 파악이 된다. 금암광장과 진북동 일대가 대표적인 사고 다발지역으로 복잡한 교차로와 관련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추천대교 근처와 전북대학교 정문 앞, 충경로, 서신동 롯데백화점 앞, 평화동 장승백이로 등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자전거 이용자가 많은 것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이들 지역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여러 각도로 살필 필요성이 시각적으로 확인된다.

전주시에서의 2015년부터 22년까지 8년간의 자전거 관련 (중상해이상)교통사고 발생장소이다. 총 357건중 70%에 가까운 248건이 보도와 교차로등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료는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데이터를 활용하여 만들었음.(인용시 본 기사의 출처를 명시할 것)
전주시에서의 2015년부터 22년까지 8년간의 자전거 관련 (중상해이상)교통사고 발생장소이다. 총 357건중 70%에 가까운 248건이 보도와 교차로등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료는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데이터를 활용하여 만들었음.(인용시 본 기사의 출처를 명시할 것)

여기까지 언급한 사고 분류를 통해 살필 수 있는 대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전거 사고의 많은 비중은 보도 및 우회전하는 차량과의 충돌 지점인 교차로에서 발생한다는 추정을 객관적 데이터로써 보여준다. 사고 장소 분류에 따르더라도 70%에 가까운 비율이 이 장소에서 벌어지며 이면도로 등의 사고 장소를 포함하면 85% 가까운 사고가 보행자 겸용도로의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하는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보도에서의 보행자와 자전거 사이에 발생하는 사고의 위험성이다. 전체 중상해자의 6%에 해당하는 21건의 보행중 사고가 이를 증거 한다. 보도에서의 특성상 경상을 입은 사고는 비중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21년 3월  18일 백제로 초등학생 사망사고를 통해 살펴보는 보행자 겸용도로의 구조적 위험성

2021년 3월 18일 백제로 경기장 앞에서 벌어진 교통사고의 구조적 문제를 담은 모식도이다. 차로쪽으로 자전거가 달렸을경우(위) 사고가 나지 않고 보도 위를 달렸기에 사고가 발생(아래, 실제)한 것이라는 내용의 모식도임.
2021년 3월 18일 백제로 경기장 앞에서 벌어진 교통사고의 구조적 문제를 담은 모식도이다. 차로쪽으로 자전거가 달렸을경우(위) 사고가 나지 않고 보도 위를 달렸기에 사고가 발생(아래, 실제)한 것이라는 내용의 모식도임.

교차로 등에서의 위험성은 백제대로 벽계가든 앞 사고를 통해 이해 될 수 있어서 위의 사진을 통해 설명하겠다. ​보행자 겸용 자전거도로를 통해 학교로 가던 초등학생이 우회전하던 레미콘 차량과 이면도로 진입부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언론 보도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중요한 것이 있다. 겸용도로가 사고를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보도와 차도 사이의 가로수와 가로등 등의 시설물이 시야를 가려 직진하는 자전거를 레미콘 운전자가 보지 못해서 발생한 사고다. 자전거 도로로 여기며 안심하고 달려간 아이는 어처구니없게 사고를 당한 것이다.

​만일 자전거가 차로 쪽으로 진행했다면 레미콘 차량 운전자는 앞서가는 자전거를 주의하고 서행한 후 자전거가 지나간 후 우회전 할 수 있어서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무리가 없다. 교차로에서 차량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사고는 다른 차원에서 안전책을 강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올해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우회전시의 일단정지 의무화 같은 조치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독일 뮌스터시 Bremer Strasse 자전거 자물쇠 Bremer Strasse에 있는 이 자전거 자물쇠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은 운전자보다 먼저 타므로 항상 시야에 들어옵니다. 자전거 자물쇠에 대한 접근은 교통 표지판에 의해 규제됩니다. 자전거 이용자는 매연 속에서 신호등 앞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빠르고 안전하게 교차로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뮌스터 시청 홈페이지 소개 내용). 파리와 포틀랜드, 뮌스터등은 네덜란드와 덴마크등에서 고안한 이런 시스템을 모델로 선정하여 빠르게 도시 전역에 구축하고 있다.
"독일 뮌스터시 Bremer Strasse 자전거 자물쇠 Bremer Strasse에 있는 이 자전거 자물쇠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은 운전자보다 먼저 타므로 항상 시야에 들어옵니다. 자전거 자물쇠에 대한 접근은 교통 표지판에 의해 규제됩니다. 자전거 이용자는 매연 속에서 신호등 앞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빠르고 안전하게 교차로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뮌스터 시청 홈페이지 소개 내용). 파리와 포틀랜드, 뮌스터등은 네덜란드와 덴마크등에서 고안한 이런 시스템을 모델로 선정하여 빠르게 도시 전역에 구축하고 있다.

자전거 선진 도시들은 이를 위한 중요한 안전정책으로 자전거 자물쇠와 자전거 우선 신호체계 등을 시행한다. 자전거 자물쇠는 신호 대기 시 맨 앞쪽 차선에 자전거가 대기하는 공간을 두어 좌회전 및 직진 시 자전거가 앞서 진행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들은 ‘교차로에서 포기하지 마라’라고 강조한다. 이 도시들에서도 오래전부터 많은 사고가 이 지점에서 발생함을 알고 방안을 강구해 왔으며 오늘의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위험지역에 관한 실태 조사 및 개선방안 보고 의무라는 '자전거 이용활성화법' 시행령개정에서 기대하는 것

한편 2023년 7월 4일부터 적용되는 중요한 법률개정이 있다. ‘자전거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자전거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위험지역에 관한 실태 조사 및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해마다 보고하도록 의무화된 내용이다. 아울러 자전거 통학로 관련 개선조치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자전거 정책 시행시 자전거 통행량을 실제 관측하는 카운터 설치도 의무화하고 있다. 효용성이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지자체들의 자전거 정책에 관해 명시적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계량화된 평가지표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아울러 그간 지자체에 위임한 국가사무라는 핑계로 사실상 중앙정부의 역할을 방기해온 데서 나아가 앞으로는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읽혀 환영할 만한 일로 평가받고 있다.

시행령 개정에서 꼭 짚어 언급한 ‘위험지역의 자전거 도로 실태파악'은 기사에서 인용한 것과 같은 구체적인 데이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사고가 보도와 교차로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인도 위의 자전거 도로를 손본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사고의 위험도를 높이며 보다 악화하는 조치다. 그리고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도 2023년 현재 시점에서 자전거 정책의 진행을 안 하면 안 했지 다시 인도를 손대는 도시는 단 한 군데도 없다.

그간 전주시의 자전거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광범위한 시민들과의 공론을 통해 공감받지 못한 어설픈 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작금의 백제대로 자전거 도로 개설 논란의 본질은 이 부분에 있다. 충분하게 논의하고 진지한 토론을 통해 공감을 이룰 때 까지 미루는 일은 마땅히 옳고 필요한 한걸음 물러선 양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길이 아닌 곳에서 길을 찾는 것은 사례도 없거니와 방법이 아니다.

선진도시의 자전거를 우선 통행하게 하는 '자전거 자물쇠'등의 시스템 구축은 그만두더라도 할 일이 있다. 교차로 인근에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과 가로수 정비 등을 통해 시급히 손볼 부분이 존재한다. 자전거 뿐 아니라 보행자, 나아가 운전자로 하여금 불행한 사고를 겪지 않도록 살피고 개선점을 찾는 일은 지금 당장에라도 가능한 일이다. 거창하게 자전거 이용도를 높이는 것을 떠나서 관심만 기울여도 될 일들이다

​처음부터 기초를 쌓는 일이 시급하다. 근거도 사례도 찾을 길 없는 것들을 들고 나와 마음대로 방향을 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자전거인들의 요구를 외면치 말고 바로 새겨듣고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 아울러 자전거를 넘어 다양한 시각의 의견이 반영되면서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할 일이다. 아직껏 한번도 하지 않았던 그 길에 답이 있다. ​자전거면 충분하다. 그러나 공론하라. 공론하지 않고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변화란 가능하지 않다.  비로소 자전거를 공론하여 우리 도시의 미래로 만들어 갈 때라 할수 있다.

아래는 지역별로 사고를 지도상에 표시한 자료들임(교통사고 분석 시스템 자료를 활용하였음) 

/김길중(자전거 전문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