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중의 자전거 이야기(15)

포틀랜드 시청 홈페이지에서 '2030 Plan'으로 검색한 결과. 수백건의 각종 자료가 검색된다. (포틀랜드 시청 홈페이지 캡처 화면)
포틀랜드 시청 홈페이지에서 '2030 Plan'으로 검색한 결과. 수백건의 각종 자료가 검색된다. (포틀랜드 시청 홈페이지 캡처 화면)

도시계획의 기본은 충실하게 공유되는 도시계획에 대한 정보 공유에서 시작 

요즘 내가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구글 스트리트뷰나 카카오 지도의 로드뷰를 통해 관심 있는 도시의 길을 살피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잘 알고 있는 편이지만 전주의 길을 먼저 살핀다.(기억 속의 것들이 맞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그리고 대조하기 위해 몇 도시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찾는 도시는 파리, 위트레흐트, 포틀랜드, 그리고 일본의 오사카나 아마가사키와 같은 도시들이다.(직접 가보거나 관심이 높은 포틀랜드이다) 여기에 또 다른 도시에서의 이야기가 실마리를 주어 미국의 디트로이트나 미니애폴리스 등의 도시를 찾기도 한다. 또 다른 일은 이들 도시를 포함해 여러 도시의 시청 홈페이지를 찾는 일이다. 여기서는 주로 포틀랜드, 위트레흐트, 파리, 앙제 등의 도시가 해당한다.​

이렇게 말하니 영어와 프랑스어, 또는 일본어 등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능력의 소유자로 오해할 수도 있으나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즐겨 활용하는 구글 웹번역(네이버의 파파고, 다음의 카카오 번역기도 활용하기도 한다)을 통하면 어떤 내용의 이야기가 오가고 있고 계획하고 진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충분하다고 여길 만큼 이 서비스의 질이 나날이 진보하고 있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런 작업들을 통해 얻고자 하는 일은 도시계획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차이를 찾아내고자 함이다. 그래서 여러 도시의 2035 또는 2040 플랜 등의 지속적으로 비교하고 있다. 꽤 여러 달째 작업 중인 이런 방법을 통해 얻게 된 하나의 결론부터 먼저 말하고자 한다.​

내게 위트레흐트나 파리, 포틀랜드 등의 도시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일을 통해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에 관한 파악하는 일은 매우 쉽게 여겨진다. 우선 얻고자 하는 정보들이 차례차례 체계화되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파악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도시들 공히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보자면 포틀랜드 시청의 여러 정보가 접근성이나 찾기 쉽게 잘 정리된 편이지만 나머지 도시들도 정도의 차이지 어렵지는 않음을 확인하고 있다. 나아가 이 도시들은 현지의 사정과 맥락, 역사적 흐름을 모르는 나에게도 관련해서 현재의 계획이 왜 이런 고민을 하는 지에 관한 궁금증의 연결도 훌륭하게 고려하고 배치되어 있다.​

이를테면 2030년 계획은 무엇이고 13년이 경과한 현재의 시점에서 진척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그것에 대한 현재적 수준에서의 평가나 고민은 무엇인지가 잘 찾아진다. 아울러 2030 플랜이 만들어진 당시의 2008~10년 사이의 전개과정이 궁금하면 회의록이나 당시의 데이터 등을 통해 파악이 가능하다. 이들은 결코 오늘날의 결과물만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고 전개과정상의 고민과 맥락을 충분하게 파악 가능하도록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전주에 사는 나도 포틀랜드의 현재가 어떻게 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 지를 당당하게 알려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포틀랜드 시청의 2030플랜과 관련된 여러 회의록 자료들. 기본적인 플랜과 평가서, 보고서는 물론이며 관련한 논의과정과 이전 계획들이 일목요연하게 링크되어 있다.(포틀랜드 시청 홈페이지 캡처 화면)
포틀랜드 시청의 2030플랜과 관련된 여러 회의록 자료들. 기본적인 플랜과 평가서, 보고서는 물론이며 관련한 논의과정과 이전 계획들이 일목요연하게 링크되어 있다.(포틀랜드 시청 홈페이지 캡처 화면)

도시계획은 시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마련되어야 하고 친절하게 공유돼야

그럼 우리가 살고 있는 전주시의 경우는 어떠할까? 전주만 그렇다고 여겨지지는 않고 대한민국의 많은 도시는 대개 비슷해 보인다. 다만 예외적으로 서울의 경우에는 꽤나 체계적으로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음이 확인된다. 

어찌어찌하다 전주시 자전거 정책의 기틀이 될 10년 주기의 ‘전주시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 계획서는 2018년에 작성되어 2023년까지 유효한 계획으로 용역비 1억 2천만 원을 들여 만든 계획이다. 그리고 이 계획서는 다시 2024~29년까지의 또 다른 계획서를 작성하게 되어 있다.(조례에 따라 이렇게 하게 되어 있다)​

이런 계획은 몇 가지 관련되거나 기초적으로 담아야 할 상위계획 등과 연동시켜서 작성하게 되어 있는 모양이다. 크게는 국가적 범위에서의 ‘자전거 이용활성화 계획’과 제4차 국토종합계획‘, ’ 국가기간교통망계획 제2차 수정계획‘등의 계획에 바탕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광역단위의 계획인 ’ 전라북도 종합계획‘, ’ 전주시 기본계획‘, ’ 전주시 도시교통정비기본계획‘등에 기초하여 수립된 계획이다.

이중 자전거 계획의 상위계획인 ‘도시교통정비기본계획’을 전주시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려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이 변경 고시되었음을 공지하는 2019년 7월 11일 자 내용에 ‘의견이 있는 단체 또는 주민은 공고 기간 내에 다음사항이 기재된 의견서를 작성하여 전주시 교통안전과로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는 공지만 있을 뿐 정작 ’ 교통정비기본계획‘의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아마도 관보형태로 고시된 어느 귀퉁이에 존재할지 모르지만 시청홈페이지 내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만일 누군가가 이 계획이 궁금해 시청 홈페이지를 찾았을 때 어느 시민이 이 내용을 찾을 수 있을까?​

도시계획은 시민들의 삶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번에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개설 시 불만을 제기했던 백제대로변 상인들에게서 확인된다. 존재 자체도 알지도 못하고 필요성도 공감가지 않는 상태에서 느닷없이 거리에 걸린 현수막을 통해 ‘자전거 도로 개설 공사로 인해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라는 식으로 시의 사업을 접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하려는 지도 모르고 누군가 찾아와서 이런 취지로 하게 되었으며 상인 여러분의 손해를 최소화할 테니 염려 말고 도시를 만들어가자고 설명하며 설득하는 것들이 없는 시책사업이 어떻게 진행 가능할까?

전주시의 '도시교통정비기본계획'을 확인하기 위한 검색결과는 '시청 교통안전과에 와서 공람하고 의견서를 기한내에 제출하라'는 내용 뿐이다.
전주시의 '도시교통정비기본계획'을 확인하기 위한 검색결과는 '시청 교통안전과에 와서 공람하고 의견서를 기한내에 제출하라'는 내용 뿐이다.
전주시의 '도시교통정비기본계획'을 확인하기 위한 검색 결과는 '시청 교통안전과에 와서 공람하고 의견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라'는 내용 뿐이다.(위, 아래 모두 해당)
전주시의 '도시교통정비기본계획'을 확인하기 위한 검색 결과는 '시청 교통안전과에 와서 공람하고 의견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라'는 내용 뿐이다.(위, 아래 모두 해당)

다시 한번 환기하는 '프랑스 앙제' 공무원들이 일하는 방식

전작인 10편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은 여러분에게 이익을 주는 이웃"... 파리가 전주에게 속삭이는 소리“라는 기사에서 프랑스 앙제에서 BRT를 놓으면서 공무원들이 임했던 일화를 다시 한번 소개하며 도시계획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관해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야기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계획단계에서의 시민들의 의견수렴은 물론이거니와 집행단계에서 앙제의 공무원들은 이렇게 임했다.

​매일 같이 구역을 나눠 공사구간의 상가를 찾은 공무원들은 “이렇게 바뀌는 것은 궁극적으로 여러분에게 이익이 됩니다. 여러분의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은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타고 와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소비해 줍니다. 그런 사례들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습니다”라고 팸플릿을 보여주며 설명했다고 한다.

​나아가 “길어지는 공사기간 동안 여러분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는 없어서 몇 달간의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혹시라도 존재할 영업손실을 시청이 보존해 줄 테니 염려 마세요”, “물건 배송이 문제라고요? 뒤편에 물건들을 내릴 공동의 주차장을 조성하고 공사기간 시청에서 여러분의 영업점까지 필요한 물건의 배송을 책임지겠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앙제에서 중소도시의 미래를 보다'라는 책자에서 인용)

​도시의 변화를 위해 공무원들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이 담겨있는 일화라 할 수 있다.

매우 잘 짜여진 위트레흐트 2040PLAN의 일부인 '공간계획'을 공개한 홈페이지 상의 화면이다. 본계획 뿐 아니라 연관된 계획과 관련 논의 과정 등이 상세하게 연결되어 있다.(위트레흐트 시청 홈페이지 캡처 화면)
매우 잘 짜여진 위트레흐트 2040PLAN의 일부인 '공간계획'을 공개한 홈페이지 상의 화면이다. 본계획 뿐 아니라 연관된 계획과 관련 논의 과정 등이 상세하게 연결되어 있다.(위트레흐트 시청 홈페이지 캡처 화면)

/김길중(자전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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