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중의 자전거 이야기(16)

네덜란드 자전거 도시 하우턴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탄식과 궁금증

하우턴이라는 도시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면 '그 도시 어느 외곽의 자전거 산책로'로 여기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사진은 이 도시의 어느곳을 가나 관찰되는 주요 간선도로다. 사진은 하우턴 시청 자료.
하우턴이라는 도시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면 '그 도시 어느 외곽의 자전거 산책로'로 여기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사진은 이 도시의 어느곳을 가나 관찰되는 주요 간선도로다. 사진은 하우턴 시청 자료.

전적으로 안전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네덜란드 저지대의 축축한 목초지 한가운데에 세워진 디자인 실험인 하우턴에 도착한 아침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숙취로 눈이 흐려진 채 기차에서 내렸고, 차가 보이지 않는 분주한 시내를 발견했습니다. 쇼핑 바구니를 가득 채운 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백발의 노인 무리였습니다. 하우턴 시청에서 온순한 교통 국장인 Herbert Tiemens가 우리를 차에 태워주겠다고 우겼습니다. 그는 나를 하우턴 주요 도로로 안내했는데, 그곳은 실제로 도로가 아니라 골프장이나 텔레토비 동산의 가장자리가 부드러운 세트처럼 보이는 곳을 통과하는 구불구불한 길이었습니다.

​온통 잔디밭과 연못, 잘 손질된 관목이 있었습니다. 차가 보이지 않습니다. 점심 종이 울릴 때 우리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지나갔습니다. 일부 아이들은 기저귀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고, 분홍빛과 파란빛의 작은 자전거를 타고 우리를 지나 집으로 달려갑니다.

​Tiemens는 "우리는 이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자랑했습니다. “대부분의 네덜란드에서는 아이들이 여덟 살이나 아홉 살이 될 때까지 학교에 혼자 자전거를 타지 않습니다. 여기서 그들은 6살부터 시작합니다.”

​“그들의 부모는 틀림없이 겁에 질려 있을 겁니다.” 내가 말했다.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집으로 가는 길에 단 하나의 길을 건너지 않아도 됩니다.”

​캐나다의 작가 찰스 몽고메리의 ‘행복한 도시, 도시 디자인을 통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다’라는 책에 실린 한 도시에 관한 묘사이다.(이를 소개한 기사에서 인용 : https://www.fastcompany.com/3021483/the-safest-suburb-in-the-world-did-it-by-ending-the-culture-of-cars)

캐나다 작가 찰스 몽고메리가 묘사한 것처럼 이 도시에서는 잔듸와 나무, 개울과 나즈막한 가옥, 그리고 잘 가꾸어진 정원과 빨간색 자전거도로만 골프장에서 카트가 이동하는 통로를 자전거로 타고 이동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런 모습외에 자동차가 지나가거나 정체되어 있는 풍경은 굳이 찾지 않으면 발견하기가 어렵다. 사진은 하우턴 시청 자료.
캐나다 작가 찰스 몽고메리가 묘사한 것처럼 이 도시에서는 잔듸와 나무, 개울과 나즈막한 가옥, 그리고 잘 가꾸어진 정원과 빨간색 자전거도로만 골프장에서 카트가 이동하는 통로를 자전거로 타고 이동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런 모습외에 자동차가 지나가거나 정체되어 있는 풍경은 굳이 찾지 않으면 발견하기가 어렵다. 사진은 하우턴 시청 자료.

이 도시를 어떻게 소개할까 싶어 궁리하다가 가장 하우턴의 모습을 잘 묘사한 것 같아서 그대로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위에 쓴 도시의 모습이 상상이 가실까? 전 세계의 많은 도시계획자와 언론인 작가 등이 찾아 이 도시를 묘사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이 ‘이것은 트루먼쇼!(영화 제목)’다.

​이른 봄이었던 3월 초에 찾았던 하우턴은 자전거의 나라라고 하는 네덜란드에서도 독특한 모델의 도시로 꼽힌다. 자전거로 20분이면 가는 바로 옆 대도시 위트레흐트만 해도 세계의 자전거 도시 순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많은 자전거가 도시의 주류인 도시다. 하우턴에서는 도무지 ‘이 도시에 자동차가 있기는 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만큼 자동차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인구 5만 가량(1000명당 415대가량이니 대략 2만여 대?)의 이 도시가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는 가구당 1대꼴로 전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 많은 자동차들은 어디에 있으며 하우턴의 시민들은 어떻게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일까?

​위트레흐트시가 위트레흐트주의 주도인만큼 위트레흐트 사람들은 주로 도시 내 이동을 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 자동차 도시였던 위트레흐트는 자동차에 의존하는 비중을 줄였지만 본래의 도로를 자전거에게 많이 양보를 했을 뿐 원래의 도로의 모습 원형을 대체로 유지하면서 활용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위트레흐트 사람들은 자전거를 하우턴 사람들보다 일상적인(정규적인) 이동수단으로 더 많이 활용한다.

반면에 애초부터 자전거 도시였던 하우턴 사람들은 일과가 끝난 후나 휴일 등의 여가시간의 이동, 즉 친구나 이웃과의 저녁 약속을 위해 식당으로 가는 이동 및 쇼핑 등의 이동은 주로 자전거로 한다고 한다. 이는 하우턴 주민들의 인적 구성과 관련이 있다. 하우턴 사람들은 위트레흐트 시와 마찬가지로 주의 중심부에 있어 골고루 분포하는 위트레흐트 지역 도시들로 출퇴근하는 전문직 종사자가 많다고 한다. 해서 하우턴 주민들은 자전거를 타고 링로드라 불리는 외곽지역 인근에 주차된 차를 타고 출근하기 위해 이동하여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는 패턴이 많다.(지도상의 검은색 이 자동차가 움직이는 동선이라고 보면 된다)

검정색 화살표들은 자동차의 동선이다. 외곽의 순환도로(링로드)를 통해 자신의 집(또는 목적지)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진입할수 있다. 그리고 일정 한계구역 내부로는 진입하지 못한다.
검정색 화살표들은 자동차의 동선이다. 외곽의 순환도로(링로드)를 통해 자신의 집(또는 목적지)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진입할수 있다. 그리고 일정 한계구역 내부로는 진입하지 못한다.
(좌측 위에서부터) 1번 사진은 1928년 당시 하우턴 시청의 모습이다.2번과 3번 사진은 1965년 같은 장소의 모습이며 1970년대 이후 시작된 오늘날의 하우턴이 아닌 인구 3000명의 오래된 도시였다. 4번사진은 1차적 확장이 있던 1982년도에 완성된 형태의 하우턴 모습을 담고 있는 모식도이며 그중 원을 친 부분이 1,2,3번의 하우턴이다. 사진은 하우턴 시청 제공
(좌측 위에서부터) 1번 사진은 1928년 당시 하우턴 시청의 모습이다.2번과 3번 사진은 1965년 같은 장소의 모습이며 1970년대 이후 시작된 오늘날의 하우턴이 아닌 인구 3000명의 오래된 도시였다. 4번사진은 1차적 확장이 있던 1982년도에 완성된 형태의 하우턴 모습을 담고 있는 모식도이며 그중 원을 친 부분이 1,2,3번의 하우턴이다. 사진은 하우턴 시청 제공

'하우턴'이라는 도시의 역사

가히 자전거의 천국이라 할 하우턴의 오늘과 같은 모습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 도시의 역사는 꽤나 깊다. 로마시대의 유적이 발견될 만큼 유래 깊은 도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도시들이 한참 팽창하던 1950~70년대 인근 위트레흐트 시의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해야 하는 과제에 관해 네덜란드 정부가 계획을 세웠다. 애초 10만여 명의 인구를 수용할 베드타운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온 하우턴 주민들은 일방적인 이런 지침과 계획에 대해 반대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내세운 이야기의 핵심은 나뭇잎의 물과 양분이 이동하는 줄기와 같이 자연의 형태를 유지하던 도시의 정체성을 그대로 살리기를 희망했다. 이후 크게 두 단계에 걸쳐 이뤄진 도시의 성장 과정에서 지금의 1/4 블록에 해당하는 하우턴의 원형을 그대로 이어가는 형태로 방향이 잡혔다. 나뭇잎은 나무가 되고 나무는 숲이 되는 식이었다.

주민들의 요구는 때마침 자동차 위주로 펴는 도시계획에 대한 중앙정부의 흐름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의 등장과 맞물렸다. 그리고 독창적인 도시계획가와 사상가들의 영향으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유형의 도시계획을 스스로 창출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슈마허 등의 영향이 컸다고 하는데 지금이야 자전거 도시의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많지만 이들은 스스로가 모델을 만들어낸 셈이다.

오늘날 하우턴의 모습을 만들어낸 시작은 1980년대부터 1차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때의 인구 규모는 3만 명을 수용하는 도시였다. 이 계획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또다시 늘어난 수요를 위해 2000년대 초에 다시 나비 날개의 한쪽에 해당할 지역의 개발에 나섰다.

EF 슈마허가 저술한 '작은것이 아름답다' 하우턴 도시계획의 초창기 리더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것으로 소개한다. 사진은 하우턴 시청 제공
EF 슈마허가 저술한 '작은것이 아름답다' 하우턴 도시계획의 초창기 리더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것으로 소개한다. 사진은 하우턴 시청 제공

위트레흐트와 하우턴 중 어느 도시가 더 자전거 도시라 할만할까?

​하우턴 사람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미 형성된 도시가 하우턴처럼 도시의 모습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라고 한다. 자동차 도시였다가 자전거 도시로 바뀐 위트레흐트와 외관상으로는 자동차가 아예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하우턴이 본래부터 자전거 도시였던 것처럼 비교가 불가할 지경이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보자면 위트레흐트가 더 자전거 도시라 할 만하고 하우턴의 자동차에 의존하는 비율은 의외로 높다는 것에서 아이러니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굳이 이를 도식적으로 비교하거나 나눌 필요가 없는 데이터를 얼마 전 발견하고 주목하고 있다. 도시마다 다소 다르지만 네덜란드에서 자동차를 통해 이동하는 운전자들은 하루 평균 18킬로가량을 이동하고 26분가량을 이동시간에 소비한다는 통계를 알게 되었다. 자전거 도시로 바뀌면서 자동차의 이동도 한결 수월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애초부터 자전거와 자동차는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 관계였음이 이 데이터에서 확인된다.

이번에 방문한 위트레흐트나 하우턴은 원정대와의 미팅에서 공히 이렇게 이야기했다. ‘위트레흐트는 이미 15분 도시입니다’, ‘하우턴은 10분이면 충분합니다’라는 이야기처럼 도시규모가 이들 도시라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일상생활의 영위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자동차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필요한 만큼의 이동과 역할분담이 자동차에게 주어진다면 도로는 한결 평화롭고 안전한 도시공간으로 바뀔 수 있음에 관한 두 개의 다른 모습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자전거의 천국이라 할 하우턴에 대한 소개와 오늘에 이른 배경을 설명했고 다음 편에서는 사진과 데이터등을 통해 하우턴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하우턴. 맨 아랫쪽에 외곽의 링로드(순환도로)가 보이며 가운데로 그린벨트(녹지)가 보인다. 하우턴 시청 제공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하우턴. 맨 아랫쪽에 외곽의 링로드(순환도로)가 보이며 가운데로 그린벨트(녹지)가 보인다. 하우턴 시청 제공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하우턴녹지와 잔디밭 그리 주택이 여유롭게 배치되어 있다. 도로중 빨간 빛의 도로는 자전거 도로, 회색은 보도블럭이나 아스팔트로 포장된 차량 이동이 가능한 공간이다. 자전거 도로와 자동차 이동이 가능한 도로는 분리되어 있다. 도시의 중심부로 갈수록 자동차가 진입하기 어렵다.  하우턴 시청 제공.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하우턴녹지와 잔디밭 그리 주택이 여유롭게 배치되어 있다. 도로중 빨간 빛의 도로는 자전거 도로, 회색은 보도블럭이나 아스팔트로 포장된 차량 이동이 가능한 공간이다. 자전거 도로와 자동차 이동이 가능한 도로는 분리되어 있다. 도시의 중심부로 갈수록 자동차가 진입하기 어렵다. 하우턴 시청 제공.

/김길중(자전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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