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중의 자전거 이야기(10)
얼마 전 전주MBC의 보도를 통해 촉발된 전주시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개설과 관련해 전주시의 오락가락하는 행보에 관해 여러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때는 맞다더니 지금은 틀리다’고 하는 행정의 무책임과 도시계획의 무계획성을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먼저 드려보겠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 여러분은 어떻게 답하는지를 먼저 체크해 보시라. 퇴근길에 꽉 막힌 도로 위에서 핸들을 잡고서 신호 대기 중에 전자로 생각하는지 후자로 생각하는지를 먼저 물어보고 싶다.
‘이놈의 도로는 왜 이리 막히는 거지?’라고 생각하시는가 아니면 ‘이놈의 도시에는 차가 왜 이리 많은 거지?’라고 생각하시는가?
똑같은 현상이지만 생각에 따라 접근법은 정반대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 질문이 중요하다. 다음 질문도 마찬가지다.
돈을 내고라도 주차하고 싶은데 여의치 않은 지역이 있다. 신시가지를 연상하면 될까? 차를 주차하지 못해 빙빙 돌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이놈의 동네에는 왜 이리 주차장이 없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이 좁은 구역에 왜 이리 차를 많이 가지고 나와?’라고 여기시는가?
여기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장치를 도입해 보겠다. 늘 접하는 혼잡한 일상을 회피하면서 막히지 않고 편하게 자동차를 몰고 이동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실지에 관한 질문이다.
‘8차로의 백제대로를 16차로로 넓히면 해결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와 ‘누군가 필요 없는 경우에는 차를 좀 안 가지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라고 생각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넓어진 도로가 얼마 못 가서 금방 막히게 되는 경험을 통해 학습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행동은 ‘남들은 잘 모르는’ 이면도로 등의 지름길을 찾는 식으로 해결법을 찾곤 한다. 그러나 ‘나만 알고 남들은 잘 모르는 지름길’도 얼마 안 가 마찬가지가 되는 경험을 모두가 겪으셨을 거라고 짐작한다.
이 이야기에 중요한 해법이 담겨있다. 밀리는 도로 위의 사정을 해결하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수용가능하고 적정한 수의 통행량보다 많은 도로사정을 감안하여 통행량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해법은 무수하게 많다. 도심부 혼잡통행료 징수나 비싼 주차요금 정책 등을 통해 접근하는 사례들이 그걸 말한다. 프랑스 수도 파리는 아예 도심의 핵심 간선도로였던 리볼리가 의 6차로 중 4개 차로를 줄이고 2개 차로만 운영한다.
줄어든 4개 차로는 자전거 도로로 바꿔버린다. ‘도로를 넓혀도 시원찮을 판에 그것도 6차로를 2차로로 만들어?’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나 파리는 이 실험을 통해 큰 홍역을 치르지 않고 시민들이 받아들이고 함께 하는 ‘위대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실 이런 사례는 여러 나라 여러 도시들에서 이미 유일한 해법이라고 받아들여지면서 전 세계가 따라가고 있는 정책이다. 파리는 더 나아가 13만 개의 자동차 주차장 중 7만 개를 없애버리기도 했다.

‘도로를 넓히는 게 아니라 도로를 줄이는 게 해법이라고?’...파리가 전주에게 속삭이는 소리
맞다. 그러하다. 세계의 모든 선도적으로 혁신하는 도시들은 한결 같이 이런 방향을 미래의 해법으로 여기며 열심히 노력 중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장 크고 세계적 도시라 생각하는 뉴욕조차도 이런 일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타임스퀘어 광장에 자전거 도로를 놓고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행사를 정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주에서 이번에 논란이 된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개설도 그런 이유에서 오랫동안 논의되고 계획되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걸 풀어 가야 할 행정당국자들의 무능과 무책임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해있다. 오락가락을 일삼던 행정당국이 ‘보다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방향을 재설정하겠다’며 시민공청회라는 행사를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진행하였다. 그러나 이런 사업 취지와 도시들의 경향성, 그리고 사전에 계획단계를 통해 검토해 온 변화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공론을 한단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계획을 세우고 확정한 사람들이 누군데 그 계획이 잘못 수립되었다고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하는데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모멸감을 느끼기도 했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 지켜보는데 백제대로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시민이 이렇게 질문한다. “물건을 싣고 내려야 하는데 자전거 도로로 인해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하냐. 그곳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지 세어보기는 했느냐?‘라는 격앙된 의견을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자신들의 방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지 웃음을 띠며 대꾸한다. ”하겠다고 하는 게 아니고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여러분 같은 의견들을 들어서 결정하려고 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라고 말한다.

스스로가 세운 계획을 부정하는 전주시의 시민공청회, 그들에게 앙제시의 공무원이 일러주는 공무원의 일하는 모습
프랑스의 앙제라는 도시가 있다. 인구 15만이지만 주변의 생활권까지 포함해 꽤 규모가 있는 도시다. 유럽의 도시들은 우리처럼 큰 도시가 많지 않고 이렇게 널리 퍼져 골고루 산다. 이 도시가 우리와 똑같은 문제(대책 없이 확장되는 무분별한 확장과 자동차 위주로는 해결점이 없다는)를 겪고서 해법을 찾은 것이 대중교통의 확충과 자전거도로 개설이었다. 그중 한 가지 사업이었던 트램 건설 과정의 사례를 소개한다.
계획의 설계과정과 사전의 시민들과의 합의과정에서의 차이도 있지만 세운 계쵝을 추진하는 데서의 우리와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례라 소개한다. ‘다 좋지만 그게 우리 가게 앞이어서는 곤란해’라고 생각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설명한다.
“자동차가 많은 동네가 아니라 차가 없고 쾌적해야 여러분의 사업장에게 이익이 됩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는 사람은 지나가지만 여러분의 음식점에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소비할 사람은 산책을 나온 이웃과 자전거를 세워두고 들어올 수 있는 시민들입니다. 그런 사례들이 매우 많습니다.”라는 사업 취지가 잘 정리된 팸플릿을 펼쳐가며 납득이 가게 설명한다. “그래도 공사기간에 우리가 입을 손해는 누가 보상합니까?”라는 음식점 사장의 이야기에 “그런 손해를 사장님께 입혀서는 안 되겠죠. 몇 달간의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공사기간과 일정기간까지의 손해는 시에서 보상해 드릴 테니 염려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그리고 결정적인 대목은 여기에 있다. “음식점이니 만큼 재료도 내려야 하고 복잡한 일이 많잖아요, 그건 어떻게 하실 건데요?”라고 묻는 사장님에게 “염려 마세요. 공사기간에 특별히 뒤편의 공간에 일괄적으로 물건을 내릴 곳을 마련할 것이고요. 그곳에서 여러분의 매장까지 전달할 인력과 장비를 통해 시에서 책임질 테니 그것도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까지 대책을 마련해 두었다.
계획을 세운 과정에서의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 그리고 벌어질 상황에 대한 충분한 대비 방안, 그리고 사업의 취지를 충분하게 설명하고 이해관계에 갇혀 벌어질 저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홍보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이 이야기에 담겨있다.

전편에 소개한 폰테베드라 시장 미구엘에 관한 사례를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시내 모든 도로에 자동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던 집단이 위와 같은 자영업자들이었다. 그러나 24년째 시장을 역임하는 미구엘 시장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들은 활성화된 거리에 사람들의 유입이 늘고 장사가 잘되어 ‘차가 못 들어오면 도시가 망한다’고 생각하고 했던 생각을 거두어들인 자영업자들이라고 한다.
생계를 위해 불가피하게 자동차를 운전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의 이동수단으로써 필요한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모두가 자전거를 탈 필요는 없다. 자전거를 타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금씩이나마 충격을 주지 않고 실험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게 되는것은 다름아닌 불가피하게 자동차를 이동수단으로 삼아야할 사람들의 이익이 되는 것이다.
자전거 도로를 내면 도로가 더 막히는 게 아니고 여러분과 차선을 경쟁해야 할 운전자들의 수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자전거 도로를 개설하고 걷는 환경이 좋아진 거리에는 사람이 몰린다. 그리고 도시가 활기로 가득하게 된다. 여러분이 적대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여러분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제안이 되는 것이며 함께 살아갈 이웃들로 여기면 좋겠다 싶어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소개하였다.
/김길중(자전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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