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중의 자전거 이야기(8)]

주말이었던 3일과 4일엔 일행 6명이 전주를 출발해 춘천에 다녀왔다. 자전거를 탄 거리는 이틀 동안 대략 200Km. 환경운동연합 내의 자전거 소모임 탄감자가 만들어진 것은 작년 6월 말이니 대략 1년이 되었다. 탄소를 감축하는 자전거 모임이라는 모임의 약칭이 탄감자이다. 자전거라는 유익한 도구를 통해 일상에서 즐기고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작년에 만들어지고 첫 라이딩을 다녀온 곳은 구이저수지까지의 왕복 30여 km였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길다면 길수 있지만 평소 운동을 안 한 경우라도 여럿이 달려보면 여럿의 힘을 빌어 달릴만한 거리다. 탄감자 회원들은 대개가 이때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이중 일부는 1년 사이에 수준급 라이더로 성장하기도 했다. 나아가 운동하거나 레저가 아닌 일상의 일부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함께 한 일행들의 자전거 이력

이번 춘천여행에 함께한 ‘막탄감자’(닉네임)가 탄감자 1년을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경우다. 첫 라이딩이었던 구이저수지까지의 길에 5번을 넘어지고 힘들어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오기(?)가 생겨 홀로 집 근처의 만경강에 나서 20여 km씩 타고 어느 날엔가는 봉동, 어느 날엔가는 고산까지 도전하면서 익숙해지고 담금질을 시작했다.
이번에 함께한 일행들은 막탄감자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점에 자전거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경우였다. 닥터 J와 닥터 K는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한의대 교수. 자전거에 전염력이라도 있는 건지 같이 근무하는 동료 교수들 사이에 자전거의 붐을 일으키기도 했단다. 여하튼 J와 K도 1년 사이에 섬진강과 영산강, 금강을 넘나드는 여행이 가능한 라이더로 성장했고 이번의 북한강 라이딩에 함께 하였다.
미니벨로를 즐겨 타며 어디로 가면 좋을지 몰라 방황하고 있던 '나무'라는 닉네임의 L은 교사다. 자전거를 탄지는 꽤 오래된 10여 년이 되었지만 주로 가까운 만경강인근에서만 자전거를 타고 어쩌다 한 번씩 섬진강을 다녀온 경험이 전부였다고 한다. '나무‘ L은 3주 전부터 일취월장 중이다. 김제 청하의 새창이 다리까지 다녀오려던 번개 라이딩에서 갑자기 ’ 심포항에 한번 다녀오면 어떨까요?‘라는 이야기에 마음이 동했다. 그 길로 심포, 김제를 돌아오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리고 다음엔 서울에 다녀오는 길에 미니벨로를 버스와 기차에 싣고 가서는 한강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합류한 고수라이더 '철인 3종‘ K와 필자까지 6명의 일행이 토요일 새벽 전주를 떠나 서울을 향했고 이틀 동안 200여 Km의 여행을 함께 한 것이다. 토요일 아침 6시 15분 차로 이동하게 되어있는 일행이 터미널에 모인 시간은 6시. 때마침 일행 말고 또 다른 자전거가 보여 긴장을 했다. 고속버스의 트렁크에 자전거를 싣고 가야 하는데 우리 일행 6명을 넘어서면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다행하게도 우리와는 시간표가 달라 가슴을 쓸어내렸다.
설렌 마음을 안고 센트럴시티에 도착한 시간은 9시가 조금 못된다. 아침부터 먹는 것보다 조금 달리고 난 후 여의도쯤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끓여주는 4천 원짜리 라면과 김밥 및 도시락. ‘드디어 우리가 이런 걸 먹어보네요’라고 감격에 젖은 채 본격적으로 춘천을 향한다.
'철인 3종 K'는 서울에서 합류한 친구와 함께 춘천까지 직행하기로 하고 헤어진다. 나머지 일행 다섯은 상암동까지 찍고 기차를 통해 점프하게 될 평내호평역까지 70여 km를 달리기로 한다. 마포대교를 거쳐 성산동 망원동등을 달리는 강변북로의 자전거 길에 이미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가득하다. 길도 또한 시원한 나무터널을 통해 달릴 수 있어 상큼한 기운에 빠져든다. 일행들은 한결 같이 이야기한다. ‘이런 길이 있다면 매일 50km씩은 충분히 탈 수 있을 텐데 자전거를 타지 않는 서울 사람들은 바보들 아님?’이라며 맞장구를 치며 서울의 자전거 길을 부러워했다.
시간상의 여유가 있어 구리와 남양주를 거쳐 남양주 호평동에 도착해 점심을 먹는다. 달리는 동안 메뉴를 고르는 호기를 부리기도 했으나 부질없는 짓. 막 3시를 넘어 도착한 탓에 식당들마다 브레이크 타임에 접어든 시간이었다. 고를 수 있는 건 없고 우리에게 음식을 내어줄 수 있는 식당을 찾아야 하는 운명임을 깨달았다. 다행히 오래 걸리지 않아 운 좋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발견한다.
의암댐, 길 위에서 춘천 사람들과 만나다
점심을 먹은 일행은 강촌역까지 30여분을 ITX 기차칸 위에 자전거와 몸을 실었다. 강촌역에서 춘천사람들을 만나기로 한 의암댐까지는 30여분 달리면 된다. 우리 팀의 춘천방문을 환영해 주고 함께 달려주기로 한 춘천사람들과 길 위에서 수줍은 듯 인사를 나눈다. 그러나 어색함 같은 건 금세 사라진다. 자전거를 타고 함께 달리며 자연스레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박사마을, 신매대교 등을 따라 시내권에 접어들었고 소양강 처녀상에 다다랐을 순간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스스럼없이 일행이 되어버렸다.
춘천에 왔으니 닭갈비를 먹어야 한다는 건 전주사람들의 생각? ‘전주사람들이 비빔밥을 먹는 경우는 외지에서 손님이 왔을 때 대접해 주기 위해 먹는 것’과 마찬가지란다. 식사를 하면서 그리고 이어진 뒤풀이에서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고 취해버린다. 닥터 J는 ‘춘천 사람들이 전주 사람들 같아’라면서 신비한 감정을 토로하기도 한다. 의암호에 마중 나왔던 6명의 춘천사람들은 달리는 동안 9명이 되었고 식당에서는 10명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분 좋은 뒤풀이 자리에서는 13명까지 되었다. 6명이 출발해 20명이 된 것이다.

새벽에 의암호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그렇게 좋다 했지만 간밤의 피로가 깊었는지 찾아 나서지는 못한다. 그래도 간밤의 흥과 여운이 남아 있는지 다슬기탕을 먹고 출발하는 아침의 의암호에 춘천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아쉼움을 소곤소곤 털어 내며 바퀴를 굴려 나간다.
어제 만났던 의암댐, 강촌, 그리고 가평과 청평, 대성리, 두물머리 까지 매번 다른 풍경에 감탄이 이어진다. 그러는 사이에 춘천은 멀어지고 서울이 가까워진다. 아침 7시에 춘천을 출발해 100km를 달렸고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버스를 타고 전주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 춘천과 전주가 이리 가까웠던가?
여정 내내 그리고 3주 동안 나날이 확장하는 나무 L은 "자전거는 안전하게 강길에서만 타려고 했어요. 그런데 달릴만한 길이 매우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갈 수 있는 길이 나날이 많아지면서 알고 있던 것보다 더 큰 세상이 있음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도심을 달리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자동차로 갈 곳을 자전거로 가보게 되었고 자전거 타기가 매우 즐거운 일상이 되어 가는 중입니다"라고 여러 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중이다.

춘천과 전주 사람들을 이어주는 단 하나는 ‘자전거’, ‘자전거’를 즐거운 것을 넘어 일상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1박 2일 여정에 관한 짤막한 소개를 남긴다. 비록 전주로 향하던 버스가 도착할 즈음 막탄감자가 코피를 흘리기도 했으나 그런 건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이다.
막탄감자의 닉네임을 이대로 가져가야 하는지는 고민 중이다. 이번 여정을 통해 하루 100km를 달릴 수 있는 100 클럽에 나무, 닥터 K, 막탄감자등 세명의 신규 가입을 축하하며 마친다.

탄감자 회원들의 춘천 라이딩 모습(동영상)
/김길중(자전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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