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수사 속보
경찰이 지난 6‧1 지방선거의 장수군수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여론조사 조작 의혹'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몸통은 비껴가고 깃털만 수사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37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은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를 임의로 바꿔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유권자 선택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여론조사 안심번호 추출이 통신사 우편 청구서 주소지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점을 악용, 장수군에 살지 않으면서도 특정 후보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허위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작 행위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휴대전화 213개나

경찰은 이번 조작 행위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휴대전화를 213개로 특정했다. 선거를 앞두고 신규 개통됐거나, 장수로 요금 청구지가 변경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된 사례들이다. 특정 주소지에만 7~8명의 청구지가 등록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전‧현직 장수군수의 가족과 측근 등 10명이 이번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남은 27명에 대해서는 이들의 요청으로 복수 응답을 한 것으로 봤다. 특히 이들은 전‧현직 군수에 대한 유리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여론조작을 위한 팀을 각각 5그룹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범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 군수, 범행 개입했다고 볼 구체적 증거·진술 없어 송치 대상에서 빠졌다“
경찰 관계자는 "여론조사 조작 행위에 따른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적으로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업무를 방해하고 선거를 방해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송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최훈식 현 군수와 장영수 전 군수는 범행에 개입했다고 볼 구체적 증거나 진술이 없어 송치 대상에서는 빠졌다"고 밝혀 많은 의구심을 남겼다.
이를 바라본 시민들 사이에는 "전·현직 군수의 가족들과 측근 등이 무려 30명 넘게 송치된 큰 사건"이라며 "대부분 혐의가 선거 과정에서 전·현직 군수를 당선시키기 위해 범행을 주도했거나 도운 것인데 정작 당사들이 제외된 것은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수사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 기간 차에서 수천만원 돈다발 발견…장수군수 선거캠프 관계자 ‘실형’
더구나 앞서 지난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을 매수하기 위해 업자들로부터 받은 수천만원의 돈다발을 차량 등에 보관한 혐의로 기소된 장수군수 선거캠프 관계자도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30일 전주지법 남원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박지영)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5)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 20일 장수에서 전기 업체와 건설자재 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2명으로부터 선거 운동 자금 명목으로 각각 500만원과 3,000만원 등 총 3,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6·1 지방선거 기간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수군수 후보(현 군수) 후원회에서 활동하며 유세 차량 동선 계획 수립, 후보 공약 홍보 등의 선거 운동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5월 21일 A씨 차량 뒷좌석과 A씨 상의 안주머니 등에서 전날 업자 2명에게 받은 3,500만원을 비롯해 출처가 불분명한 1,330만원 등 현금 4,830만원을 발견했다.
"민주주의 원리의 근간인 선거제도 신뢰 무너뜨리는 엄중한 범죄"
경찰은 A씨가 본인이 돕던 군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돈다발을 차량 등에 보관한 것으로 봤다. A씨는 다수의 선거인들에게 나눠줄 목적으로 현금을 운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전기 업체 대표로부터 받은 500만원은 골프 레슨비 명목이었고, 건설자재 업체 대표가 준 3,000만원은 대표 지시를 받은 직원이 해당 현금이 든 음료 상자를 일방적으로 차량 조수석에 두고 간 것이어서 돌려줄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전기 업체 대표에게 5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기 업체 대표가 경찰 조사에서 '현재 장수군청 공사를 하는데 이번에 군수가 바뀌면 틀어질 수도 있으니 보험드는 식으로 준 것'이라고 진술한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돕는 후보가 당선되면 사업상 편의를 보기 위해 금품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은 민주주의 원리의 근간인 선거 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엄중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향후 선거구 내 공명 선거의 정착 및 유사 범죄의 발생 방지를 위한 점을 고려할 때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박주현 기자
관련기사
- “장수군수 선거 여론 조작 정황 포착"...수사 뒤늦게 ’급물살‘
- '거액 돈뭉치 보관', 장수군수 선거 '최훈식 캠프' 자원봉사자 기소
- 검찰, 장영수 장수군수 '농협 부당 대출 혐의' 기소
- "수상한 죽음 '의문'...장수군수 돈 선거 의혹 '실체적 진실' 꼭 밝혀야"
- “건넨 돈은 밀린 일당”...금품 전달 의혹 후 숨진 남성 유서 공개, 철저한 수사 필요
- 청정 장수지역 '돈 선거'가 빚은 참극...20만원 전달 의혹 60대 남성 끝내 숨져, 파문 '확산'
- 장수군수 선거 관련 금품 전달 의혹 60대 '극단 선택' 시도...연이은 악재로 '뒤숭숭'
- 지방선거 공소시효 임박...전북 단체장·교육감 6명 쫒기듯 '송치·기소', 선거 브로커·여론조작·관권선거 수사 ‘미진’
- '장수 여론조작 사건' 전·현직 군수 측근 36명 무더기 기소...“꼬리 자르기” 비난
- '민주당 경선' 대리투표·여론조작...전·현직 장수군수 측근들 항소심도 징역형 집행유예, “몸통들은 비껴가" 비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