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이슈
6·1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될 전북교육감 선거가 갈수록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전북대 총장을 지낸 서거석 후보의 동료 교수 폭행 의혹을 놓고 문제를 제기한 천호성 후보와 서 후보 간 고소·고발에 이어 피해자로 지목됐던 해당 교수의 증언과 확인서가 연일 화두로 등장하면서 전북교육감 선거가 점점 진흙탕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한 의혹 제기와 피해 당사자의 엇갈린 증언과 확인서, 언론의 제각각인 분석들이 매개변수들로 작용하면서 '최악의 전북교육감 선거'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맞았다”, 사흘 만에 “사실무근”...증언·확인서 놓고 해석 '분분'

전북교육감 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유권자들은 도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어리둥절한 상황으로 내몰리는가 하면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교육을 책임지게 될 교육감 후보가 연루된 폭행 의혹의 진위가 가려져야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높이고 있다.
23일 서거석 전북교육감 후보 측은 서 후보로부터 폭행당했다고 의혹이 제기된 전북대 이모 교수가 직접 손으로 쓴 사실 확인서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서 후보 측이 제시한 사실 확인서에는 '최근 전라북도 교육감 선거와 관련하여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회자되는 사항은 사실무근임을 확인해 드린다'고 적혀 있었다.
이를 놓고 언론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확인서의 내용을 놓고 '어느 한 후보의 주장이 틀렸다'거나, '옳았다'거나 하며 보도함으로써 유권자들을 더욱 어리둥절하게 했다. 20일 전주MBC가 천 후보 측이 폭행 피해자로 지목된 이모 교수와 이달 초 나눈 통화 녹음 파일을 폭행 의혹의 증거로 제시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다른 내용의 확인서가 나온 때문이다.
당시 방송은 당사자와 천 후보 측의 전화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해 주목을 끌었다. 기사는 전북대 이모 교수와 천 후보와 통화 내용 중 "교수들 보는 앞에서 때려버린 거지. 이마를 찍어버린 거지. 핸드폰으로.(그때 술 먹고 그랬을 거 아니에요?) 술 먹었지"라는 이 교수의 발언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었다.
“검찰에서 사실관계 명확히 밝힐 것”...최종 판결 나오려면?

이어 전주MBC는 23일 관련 보도에서도 당사자의 전화 내용을 공개했다. 방송은 "이번에는 서거석 후보가 피해자로 지목된 이모 교수에게 받았다며, 자필 확인서를 공개했다”며 “서 후보는 천 후보 주장의 근거가 통째로 흔들린 것이라며, 허위 사실 유포에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공세를 폈다”고 전했다.
또 기사는 “천호성 후보 측은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피해자가 입장을 번복한 데에는 서거석 후보 측의 회유와 모종의 압력이 있었을 거란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맞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대부분 언론들은 “서 후보의 폭력 피해자로 지목됐던 이모 교수가 자필로 사실무근이라고 확인서를 제시했다”며 ‘사실무근’에 무게를 두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천호성 후보 측은 "피해자는 폭행 피해 당시부터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동료 교수들과 함께 피해 회복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 왔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고소·고발이 이뤄진 만큼 검찰에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종 판결 결과가 나오려면 많은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선거 이후까지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폭력 행사자·피해자 둘 다 자유롭지 못해 진상규명 요구”... 8년 전 전북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러나 폭행 피해 당사자로 지목돼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전북대학교 내부에서조차 진상규명 움직임이 있었던 사건 당사자의 오락가락한 태도와 이를 둘러싼 후보들 간 진실 공방으로 전북교육감 선거가 더욱 혼탁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8년 전 전북대에 재직하면서 이 문제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했던 서울대 이모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3년 12월 폭력 행위가 언론에 보도되었고 학교의 명예가 실추되었다”며 “당시 나름의 조사를 통하여 폭력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입장문을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그 과정에서 2014년 가을에 예정된 총장 선거를 둘러싸고 종용, 협박, 거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이와 관련해서는 폭력 행사자와 피해자 둘 다 자유롭지 못하였다. 이에 공식적인 진상규명을 요구하였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폭행이 사실무근이라고 쓰지 않았다?”...다른 해석
이 교수는 또한 '사실 확인서'와 관련해서도 “사실 확인서를 써주기 불과 며칠 전에 ”(당시 총장에게) 두 차례 맞았고, 교수들이 보는 앞에서 핸드폰으로 찍혔다“고 말하는 녹음 내용이 공개되었다”며 “8년 전부터 몇 년간 이모 교수가 저에게 반복해 온 증언에 비추어볼 때, 이모 교수가 '사실 확인서'에 쓴 내용의 진정한 의미는 ‘내가 후배와의 통화에서 (서 총장이) 교수들이 보는 앞에서 (나를) 핸드폰으로 찍어버렸다고 말한 것은 사실무근이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김윤태·천호성 후보 막판 단일화 변수도...더욱 '혼란'

이 교수는 “따라서 당시 회식에 참석한 학부 교수들 일부와 서거석 후보 측이 ‘교수들 앞에서 폭행했다’는 부분에 대해 항의하고 허위 사실 운운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모 교수가 ‘폭행이 사실무근’이라고 쓰지 않고, ‘최근 회자되는 사항이 사실무근’이라고 썼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선거를 불과 8일 앞두고 김윤태 후보는 천 후보에게 막판 단일화를 제안해 성사 여부와 파급력이 전북교육감 선거의 또 다른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유권자들의 혼란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가세했다.
무엇보다 폭행 의혹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면서 교육감 선거가 혼탁 과열 양상을 치닫는 데 대한 우려가 높다. 이래저래 이번 전북교육감 선거는 '최악의 선거'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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