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6·1 지방선거를 한달 앞두고 전북교육감 예비후보들 간 진실 공방이 방송 토론회에서 ‘허위 사실 공표’ 논란으로 이어져 시선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 KBS전주방송총국 주관으로 열린 전북교육감 후보자의 공약과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2차 토론회에서 김윤태·서거석·천호성 예비후보(가나다 순)들이 상대 후보에게 발언한 내용 중 "허위 사실일 경우 사퇴 의향"을 묻는 등 "다음 토론회에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할 뜻을 내비쳐 주목을 끌고 있다.
9년 전 '국립대 총장 폭력' 관련성 여부 놓고 허위 사실 공방

이들 3명의 예비후보 외에 황호진 예비후보를 포함해 모두 4명의 예비후보가 참석한 이날 방송 토론회에서 교육감 후보 자격을 놓고 벌인 자유토론은 내내 치열한 공방이 오가며 허위 사실 공표에 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먼저 천 예비후보는 9년 전 보도된 '국립대 모 총장의 구설수' 관련 보도 내용을 꺼내 들며 서 예비후보에게 질문 공세를 펼쳤다. 천 예비후보는 “전북대 교수 등 많은 사람들이 검증을 요구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과 진수당 5층 건물에 '폭력 행위 진상 규명'이라는 글자가 2명의 교수 연구실에 4년 6개월 정도 붙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천 예비후보는 ‘전북, 국립대 총장이 교수와 주먹다짐 구설수‘란 당시 기사 팻말을 꺼내 들며 “동료 교수를 폭행한 기사와 서 후보와 관련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서 예비후보는 “전혀 사실무근이며, 그런 일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천 예비후보는 “전북의 국립대를 강조한 기사가 방송에 나왔다”고 강조하면서 “허위 사실로 밝혀지면 사퇴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서 예비후보는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되받았으나 천 예비후보는 “다음 토론회를 기대해 달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연합뉴스 2013년 3월 '전북, 국립대 총장이 교수와 주먹다짐 '구설수'' 보도
그러나 확인 결과, 서 예비후가 전북대 총장 재직 시절인 2013년 12월 3일 연합뉴스에서 이 문제를 다룬 기사가 눈에 띈다.
‘전북, 국립대 총장이 교수와 주먹다짐 '구설수'란 제목의 기사는 ”전북지역의 한 국립대 A 총장이 교수와 주먹다짐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면서 ”A 총장은 지난달 18일 대학의 일부 교수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이어진 식사자리에서 주먹다짐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A 총장은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저녁식사 도중 B 교수와 말다툼을 벌였으며 서로 주먹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사건 직후 총장은 교수들에게 3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내년 총장선거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여 보도했다.
’민주 단일 후보‘ 사용 관련 허위 사실 공방

한편 이날 펼쳐진 다음 자유토론에서는 김윤태 예비후보가 천호성 예비후보를 향해 집중 공세를 펼쳤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번 토론회에서 천 예비후보가 ’전북선관위에서 민주 단일 후보란 말을 쓰는 것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응답했지 않느냐?“고 묻자 천 예비후보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김 예비후보는 다시 ”허위사실과 함께 민주 단일 후보란 말을 쓰는 것이 불법인 줄 아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문용린 후보가 보수 단일 후보를 사용해 1심에서 200만원을, 전북에서도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며 ”불법이라는 사실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선관위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응답한 캠프 발언을 확인 후, 사실이라면 후보 사퇴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천 예비후보는 ”단일화 후보 진행 과정에서 이뤄진 내용“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을 지켜본 많은 시청자들은 과연 누가 허위 사실을 발언하는 것인지 헷갈려했다.
특히 동료 교수 폭행과 관련한 충격적인 내용과 민주 단일 후보 명칭 사용 논란이 자유토론 시간에 후보들 간 격한 공방으로 이어지자 관련 내용의 실체와 진위 여부에 대해 많은 유권자들은 궁금해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이날 ‘허위 사실’이란 주장이 오가면서 과거 이와 관련한 사례들을 떠오르게 했다. 전북지역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하위 사실 공표 논란으로 당선 후에 법정 공방 끝에 신분을 상실한 뼈아픈 사례들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윤승호 전 남원시장, 허위 사실 유포로 직위 상실
2011년 6월 9일 당시 윤승호 남원시장이 허위 사실 유포로 시장직 상실과 함께 벌금을 받은 사례가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당시 상대 무소속 후보가 특정 정당과 관련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윤 전 시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윤 전 시장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됨에 따라 당선 무효가 되는 규정에 의해 시장직을 상실했다.
윤 전 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둔 2010년 5월 지역 방송사 후보 토론회에서 "무소속 A후보가 한나라당과 깊이 관련돼 있다"고 말하는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2009년 말 지인들에게 자서전 1,180권을 무료로 배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었다.
박경철 전 익산시장,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당선 무효
이후 2015년 10월에도 당시 박경철 익산시장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후 당선이 무효됐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그 해 10월 29일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시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판결로 박 전 시장은 시장직을 잃게 됐다. 박 전 시장은 지방선거 기간에 희망제작소가 선정한 ‘희망후보’가 아님에도 ‘희망제작소에서 인증받은 목민관 희망후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회견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두 차례의 TV토론에서는 상대 후보인 이한수 전 익산시장을 겨냥해 “취임하자마자 쓰레기 소각장 사업자를 바꿨다”며 “왜 바꿨는지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박 시장이 당선 목적으로 자신의 경력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상대방 후보자의 낙선 목적으로 방송 토론회에서 2회에 걸쳐 별다른 근거가 없는 상대방 후보자의 비위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서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유죄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이무영 전 국회의원,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대법 유죄 판결...당선 무효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무영 의원(전주완산갑)도 2008년 4월 7일 방송 토론회에서 “장영달 후보가 민주화 운동으로 감옥에 간 것이 아니라 북침설을 주장하다 7년간 징역살이를 했다"고 한 발언 때문에 '허위 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돼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에 따르면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지지 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아울러 ‘당내 경선과 관련하여 제1항(제64조제1항의 규정에 따른 방법으로 학력을 게재하지 아니한 경우를 제외한다)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제2항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방선거 과열...선거사범 관련 32건 중 '허위 사실' 9건

한편 지방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찰에 고소·고발이 잇따라 접수되는 등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1일까지 집계된 전북지역 선거사범 사건은 모두 32건으로 65명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형별로는 현수막 관련이 13건으로 가장 많고, 허위 사실 유포가 9건, 금품 선거 8건 등으로 나타났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