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소 브루셀라 백신의 감춰진 진실(12)

백병걸 전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
백병걸 전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

“현재 한우 농가가 겪고 있는 가장 큰 고통은 인수공통전염병인 소 브루셀라병(결핵과 유사한 질병)을 예방할 수 없다는 폐농 공포의 현실과 국민들에게 감염 의심이 되는 한우 고기를 제공할 수뿐이 없다는 현실입니다.”

‘전북대학교 수의대 교수로 퇴임한 한우 농가 가장으로서 나이 때문에 최근 한우사업 전체를 아들에게 승계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백병걸 전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초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소장)가 지난 3월 30일 ’대통령직인수원회 위원장님께‘란 제목으로 올린 청원 글의 앞 부분이다. 

백 전 교수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청원한 글은 전국 축산농가에 최근 다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소 브루셀라병의 심각성과 예방대책 개선을 간절히 요구한 내용으로 꽉 차 있다.

후진국형 소 브루셀라병, 전남이어 전북서도 꾸준히 발병...살처분·보상만이 능사인가? 

백 전 교수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원회에 올린 '국민이 당선인에 바란다' 청원 글.
백 전 교수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원회에 올린 '국민이 당선인에 바란다' 청원 글.

평생을 소 브루셀라병 예방 연구에 전념해 온 백 전 교수는 ’브루셀라병 퇴치를 위한 정책 수립 요청: 국가와 한우 농가의 큰 손실과 환경오염 유발‘이란 소제목으로 ’국민이 당선인게 바란다‘란 코너에 올린 글에서 “현재 전남의 무안, 남해, 신안과 전북의 장수, 경남의 밀양 등 전국 35개 지역에서 소 브루셀라병이 풍토병화 되었다”며 “해당 지역들의 젊은 한우 농가들은 폐농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정부의 ’진단·살처분‘ 정책만으로는 소만 죽일 수뿐이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백 전 교수는 또 “오늘날 대한민국을 제외한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으로 청정국가 되었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면서 “2019년 한 해에만 살처분 보상금, 채혈 보정비, 진단액 생산비 그리고 연구비 등 국비로서 86억원이 땅에 묻혔으며, 도태 유도비와 지방비 부담액 그리고 한우 농가가 도태유도로서 입은 경제적 피해액은 약 1,000억원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두당 800Kg정도의 소를 땅에 파묻음으로서 그 사체 유출수가 토양 오염, 지하수 오염 등 환경 오염이 매년 년례 행사처럼 치루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덧붙인 백 전 교수는 “이를 확인하여 국격을 한층 더 높여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묵묵부답이기는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말하는 백 전 교수는 "소 브루셀라병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이 아들에게 물려준 가축농장 인근에까지 병이 확산된 마당에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되겠기에 백방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예방 백신 허용"을 거듭 주장하고 나서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식품 안정성은 물론 인체 건강에도 해 끼칠 상황...수수방관해선 안 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법정가축전염병 발생 현황을 알리는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홈페이지 캡처)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법정가축전염병 발생 현황을 알리는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법정가축전염병 발생 현황을 알리는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에서 확인해 본 결과 올 1월부터 현재(5월 21일)까지 소 브루셀리병이 발생해 신고·접수된 현황은 무려 443건에 달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제3조의 2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의 2‘에 의해 가축전염병을 예방하고 그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농장에 대한 가축전염병 발생 일시 및 농장 명 등을 공개하고 있다.

공개 대상 가축 전염병은 브루셀라병을 비롯해 구제역, 돼지열병, 돼지오제스키병, 돼지생식기호흡기 증후군, 결핵병,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추백리, 가금티푸스, 뉴캣슬병, 사슴만성소모성질병, 낭충봉아부패병,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가축전염병 발생현황 정보는 시·도 가축방역기관 등 가축질병 병성감정기관의 가축전염병 발생보고를 바탕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상세한 내역을 해당 홈페이지에 공개해 놓고 있다.

“수십만 두 소 도태, 식육으로 제공...국민건강 크게 위험”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법정가축전염병 발생 현황을 알리는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홈페이지 캡처)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법정가축전염병 발생 현황을 알리는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홈페이지 캡처)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전남지역이 근래 브루셀라병 발병이 가장 많은 가운데 전북지역에서는 장수군을 비롯해 정읍시와 김제시 등의 축산농가에서 브루셀라병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 전 교수는 이와 관련해 “지난 1년 동안 전국 소 브루셀라병 발생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7건에 1,134두가 발병돼 살처분됐으며, 올 5월 20일까지는 44건에 505두가 발생해 모두 171건, 1,640두가 살처분됐다“며 ”이 외에도 발병 목장 내 동거했던 잠복기 소 수만두가 도태 유도돼 식육으로 판매되었을 것으로 추정돼 식품 안정성은 물론 인체 건강에도 해를 끼칠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최근 5년 간 전국의 11개 자치단체에서 소 브루셀라병이 624건 발병하여 5,000두 가량이 살처분 돼 땅에 매립되었다“며 ”문제는 동거한 잠복 상태의 수십만 두의 소가 도태되어 식육으로 제공되어 국민건강을 크게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해 소 브루셀라병 차단 대책을 전면 개선할 때라는 주장에 무게를 더했다.

충남, 브루셀라병 검사 실시하지 않은 '기립 불능 소' 출하...”건강 위협“ 경고

2021년 6월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경남의 한 축산농가에서 살처분 된 소들(사진=경남 밀양 축산농가 제공)
2021년 6월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경남의 한 축산농가에서 살처분 된 소들(사진=경남 밀양 축산농가 제공)

앞서 지난해 11월 18일 충남도의회 농수산해양위원회(위원장 김영권)는 충남도 동물위생시험소, 수산자원연구소 소관 2021년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소 브루셀라병 등 가축 전염병의 예방과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강도 높게 주문하면서 브루셀라병에 따른 국민건강 위협을 경고, 주목을 끌었다. 

이날 김영권 위원장(아산1·더불어민주당)은 “도축되는 소는 '결핵병 및 브루셀라병 방역실시 요령'에 따라 출하되기 전 검사를 해야 하지만 충남도에서 진행된 자체 감사결과 보고서를 보면 브루셀라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기립 불능 소가 출하된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해 주변의 시선을 모았다. 

김 위원장은 또한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고기라도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고 하지만 생간을 먹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출하가 되면 절대 안 된다"며 "검사가 철저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이어서 김기서 도의원(부여1·더불어민주당)도 축산물 위생 검사와 관련해 "현장에 가보면 일반 축산물을 비롯한 부산물이 많이 나오고 다양한 경로로 유통이 많이 되는데 일반 축산물과 달리 부산물은 부패가 더 심하지만 유통단계에서는 위생검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제도 개선을 통해 부산물도 유통 단계에서도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해 도민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제라도 브루셀라병 예방대책 전면 개선해야...새 정부에 간곡히 촉구”

갓 태어난 송아지와 어미 소(자료사진)
갓 태어난 송아지(자료사진)

이에 앞서 지난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국제 규범(OIE)을 엄격하게 해석해서 예방접종 정책을 수립하고 외국의 예방 접종 정책을 참조하여 백신 정책을 수립하고, 암수 모두 검사를 하라”는 주문이 있었지만 관계 당국은 물론 해당 자치단체들도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오랜 관행인 살처분과 보상책에만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백병걸 전 교수는 “소 브루셀라병 방역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고시에 정해진 대로 암·수 모든 소에 대해서 검사를 실시하고, 브루셀라병 발생 지역과 발병 위험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을 하면 되는 일인데도 당국과 지자체들은 '거세우는 감염이 안 되고 감염율이 낮으므로 백신 접종을 하지 않겠다'고 거절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새 정부에서는 소 브루셀라병에 대한 가축방역정책을 전면 개선해 줄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 ”고 호소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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