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소 브루셀라 백신의 감춰진 진실(8)

지난해 소 브루셀라병 발병으로 전국 축산 농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장수군 관내에서 다시 브루셀라병이 발병해 벽두부터 지역의 한우 농가들이 비상이다. 

장수군 관계자와 축산 농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브루셀라병이 발병한 장수군 관내 근접 지역에서 최근 소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농가가 또 발생해 3두를 긴급 살처분하고 인근 한우 농가들의 검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 브루셀라병 장수군에서 또 발생, 설처분하면 그만 

장수군에서는 최근 3년 사이에 소 브루셀라병이 계속 발생해 60여 마리의 한우를 살처분하는 등 소 가축 농장을 폐쇄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음에도 브루셀라병 예방 접종에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비난을 받아 왔다.

장수군은 소 브루셀라병 감염 발생과 관련해 지난해 장수군의회로부터 대책마련 촉구와 함께 관내 축산농가들의 피해대책 요구가 잇따르자 "예방 백신 접종을 허용해 줄 것을 전북도에 요청하는 등 예방대책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장수군과 전북도는 구체적인 브루셀라 예방 접종 등에 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소는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도살되어 땅에 매립하는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관련 조사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우리나라 농장에서 발생한 소 브루셀라병 감염 건수는 1,887건으로, 양성농장 내 거세우가 소 브루셀라에 감염된 사례는 162마리까지 발생할 정도로 선진국에서 대부분 사라진 브루셀라병이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감염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105개 농가의 소 648마리가 브루셀라병에 감염돼 살처분됐다. 이 중 전북지역에서는 9개 농가에서 80마리의 소가 브루셀라병에 감염돼 역시 살처분됐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소 브루셀라병 확산 정보...왜? 

CPBC 가톨릭평화방송 2020년 12월 4일 보도(화면 캡쳐)
CPBC 가톨릭평화방송 2020년 12월 4일 보도(화면 캡쳐)

그런데 이러한 심각한 브루셀라병 감염 확산에 따른 피해 상황이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CPBC 가톨릭평화방송이 지난해 12월 4일 단독으로 '제2의 코로나? '소 브루셀라병' 발병 잦은데 방역 허점'이란 제목의 보도에서 장수군을 사례로 브루셀라병 감염의 심각성을 알린데 이어 주류 언론사들 중에는 경남MBC가 지난해 12월 22일 관내 브루셀라병 확산의 심각성에 관한 보도를 한 것이 최근들어 전부일 정도다. 

경남MBC는 기사에서 "최근 경남에서 제2종 가축 전염병인 소 브루셀라병이 발병해 주의가 필요하다"며 "경남도에 따르면 밀양과 의령, 고성 일곱 농가에서 90여 마리의 소가 브루셀라에 감염돼 일부 살처분됐다"고 보도했다. 

경남MBC 2020년 12월 22일 보도(화면 캡쳐)
경남MBC 2020년 12월 22일 보도(화면 캡쳐)

기사는 이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경남에서는 해마다 100마리 이상의 소가 브루셀라병에 감염됐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런데 전북지역의 경우 이러한 방송 보도는 물론 다른 주류 참칭 언론들의 브루셀라병에 관한 보도를 접할 수 없다. 

지자체와 당국이 이 문제를 소극적으로 취급하는 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지만 그동안 전북의소리가 앞서 여러 차례 보도했듯이 1998년 브루셀라병 백신 사고 이후 살처분을 유일한 대처 방법으로 여기며 지금까지 안일하게 방치해 온 때문이다. 

"백신 맞히면 살 수 있는데 왜 살처분만 고집하는지..."

소 브루셀라 전문가인 백병걸 전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초대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장)는 "예방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애지중지 키워온 소를 굳이 살처분하지 않아도 되는데 미개한 살처분 방법을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방법으로 여기며 사용하고 있다"며 "축산 선진국들에서 실시하고 있는 소 브루셀라병에 관한 예방 백신 접종을 우리도 하루 빨리 받아 들일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0년 10월 현재 전국 소 브르셀라병 감염 실태조사 내용
2020년 10월 현재 전국 소 브르셀라병 감염 실태조사 내용

이에 대해 경남 밀양시 삼랑진에서 한우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장 모씨는 전북의소리에 제보를 통해 “현재 우리지역에서 2종 법정가축전염병인 소 브루셀라병 발병 및 확산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용성리 외 4개리 반경 1km내에서 소 브루셀라병이 확산하고 있고, 전북과 전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그는 “2018년 8월에 시작하여 2020년 12월까지 지난 2년 동안 한우 번식 농장 약 60여 농장 중 12개 농장에서 발생해 발생률이 20%를 육박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약 200두의 양성우가 살처분됐고 약 500~600두의 동거우가 권고 도축 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2019년 상반기부터 6개월 간격으로 년 2회 정기 검진을 통해 양성우 검색 및 살처분, 동거우 권고 도축을 실시하고 있지만 확산세가 줄어들기는커녕 2020년 11월부터 12월 하반기 정기 검진에서는 4개 농장에서 57두가 발병하고 오히려 더 확산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점은 다른 농장으로의 전파가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장씨는 “제보자 농장 바로 인접 2개의 농장에서 각각 35두와 7두의 양성우가 발생하여 살처분을 실시했고 감염우가 더 늘어 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남지역뿐만 아니라 전라남도 무안군, 함평군, 신안군, 영광군, 나주군, 전라북도 무주군, 장수군 일대의 많은 농장에서 발병해 확산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백방으로 파악한 브루셀라병 감염 실태 자료를 꼼꼼히 정리해 보내왔다.

전남 브루셀라병 2017년 0건에서 2020년 100건 증가...무서운 확산세 

장씨가 전국 한우 농가들과 연계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남도의 경우 소 브루셀라병 감염이 2017년 0건이었으나 2020년 무안군, 함평군, 신안군, 영광군 일대의 농장에서 100건 가까이 발생했으며, 전북지역도 매년 브루셀라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 브루셀라병은 농장 내에 한번 감염되면 양성소를 색출함에도 불구하고 농장 전체를 감염시키고 '양성소 살처분 및 전 두수 권고 도축'의 절차를 밟게 돼 결국 폐농에 이르게 된다.

이에 대해 제보자 장씨는 "살처분 된 소에 한하여 시세의 80% 보상을 정부와 지자체가 해주지만 현실적인 보상이 아니다"며 “권고 도축 시 정상적인 출하가 아니어 제값을 받지 못하며 농가가 떠안는 손해는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농장을 비운 후 6개월 동안 입식을 하지 못하며 재입식 하더라도 출하까지 최소 40개월이나 걸려 발병 농가는 엄청난 피해와 타격을 입게 된다”며 “비록 생업을 위해 소를 사육을 하고 있지만 소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은 교감도 나누며 눈빛만 봐도 무엇이 문제가 있는지 알 정도로 친숙하게 지내왔는데 질병의 전염으로 인해 살처분하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 농장주의 상실감과 심리적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소 브루셀라 백신(RB51)을 5-12개월령 암송아지에게 예방을 함으로써 사전에 컨트롤되고 있으며 종식 단계에 있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국가들이 소 브루셀라 백신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결핵 및 브루셀라 방역실시 요령 제14조(브루셀라병 예방접종 등)에 의해 소 브루셀라병 백신을 접종할 수는 있으나 1998년 백신 사고(임신우 유산 부작용) 이후로 정책적으로 백신 수입 및 접종을 금지하고 있다.

“소 브루셀라 발병 위험 지역에 백신접종 허가를”, 당국 귀 기울일 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제보자 장씨는 "2002년 개정된 결핵 및 브루셀라 방역실시 요령 제14조에 따라 발생위험지역에 백신접종이 가능하나 권한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있기에 지방자치단체 및 농가 차원에서의 백신 접종 요청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백신 예방 비용보다 양성우 검색 및 살처분 비용이 더 적게 든다고 하지만 농가의 타격과 손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장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 브루셀라 발병 위험 지역에 백신접종 허가를 청원합니다'란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국민 청원 게시글 : 소 브루셀라 발병 위험 지역에 백신접종 허가를 청원합니다

예방 백신으로 살릴 수 있는데 전염병에 감염됐거나 감염 우려가 있다고 해서 많은 가축들의 생명을 무조건 살처분부터 하고 보는 식의 구태한 처방책을 늦었지만 이제라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와 지자체 등 당국은 귀 기울일 때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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