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소 브루셀라 백신의 감춰진 진실(11)

지난 6월 경남 밀양의 축산 농가에서 브루셀라병으로 살처분되고 있는 암소들 모습.
지난 6월 경남 밀양의 축산 농가에서 브루셀라병으로 살처분되고 있는 암소들 모습.

전국 축산 농가들이 소 브루셀라병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예방을 위한 백신 도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우질병방역협의회를 비롯한 한우협회 등도 소 브루셀라병 감염 예방을 위해 백신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그동안 미온적인 입장을 밝혀왔던 전국한우협회 등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국 단위 일제 백신 접종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면 전남 무안과 나주 등 질병 발생이 빈번한 곳을 한정해서라도 백신 접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시급성을 나타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와 일선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은 여전히 소 브루셀라병 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 도입을 외면하고 있어 이에 대한 의구심과 빈축을 사고 있다. 

브루셀라병의 청정화를 위해 백신 도입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농림부 관계자는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국제 기준에 따라 질병 양성률이 5% 이상 나오면 백신 접종을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0.09% 수준"이라며 "백신 도입이 어렵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브루셀라병 사람에게도 감염, 위험성 상존...예방 백신도입 급하다" 

농민신문 7월 2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농민신문 7월 2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권고 도태, 살처분, 보상 등의 방법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당국은 제시하며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브루셀라병은 소 외에도 가축과 사람들에게도 전염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암소에는 불임증과 임신 후반기 유·사산을 야기하고 수소에겐 고환염을 일으켜 가축 전염병 예방법상 제2종 가축 전염병으로 분류되돼 있는 이 병은 사람도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이어서 고기를 날로 먹거나 우유 등을 통해서도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더욱이 소 브루셀라병은 올 들어서도 확산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불안감이 전국 축산 농가를 중심으로 점점 증대되는 양상이다. 한우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소 브루셀라병 발생 규모는 한우 농장 138곳(653마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3곳(326마리)보다 2.2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지속될 경우 올해 발생 규모는 지난해 발생했던 209곳 783마리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루셀라병이 발생하면 해당 개체만 살처분하고, 정부로부터 살처분 보상금을 받게 되지만 이러한 선별 살처분 방식만으로는 브루셀라병을 근절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게 한우 농가들의 주장이다.

브루셀라균은 생존력이 강해 박멸이 쉽지 않은 데다 잠복기 상태에선 검사를 하더라도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남매일 8월 3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전남매일 8월 3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최근 경남에 이어 전남지역 축산 농가들에서 소 브루셀라병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서 애써 키운 소를 살처분하는 등 재산피해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지역 축산 농가들은 브루셀라병 발생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백신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남매일은 지난 3일 ‘전남 소 브루셀라병 직격탄…'백신도입'’의 기사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기사는 “3일 전남 축산농가와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전남 13개 자치단체 한우농가 79곳에서 518마리가 브루셀라병에 걸려 살처분됐다”며 “무안군이 45곳으로 가장 많고 나주 9곳, 신안 5곳, 함평 4곳, 영암 3곳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무안에서는 1,300여 농가 중 지난해와 올해 브루셀라 누적발생 농가만 80농가이고 양성률(감염률)이 6%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도한 기사는 “무안군에 인접한 신안에서도 양성률이 5%에 이르며 전남지역 브루셀라병은 2016년 1마리, 2018년 11마리에 그쳤지만 2019년에는 6농가 122마리, 2020년 87농가 535마리로 2~3년 사이에 급증하고 있다”고 덧붙여 보도했다.

소 브루셀라병 발병 전남 1위, 전북 3위

농림부가 7월 22일 공문을 통해 발표한 소 브루셀라병 지역별 최근 감염 현황.
농림부가 7월 22일 공문을 통해 발표한 소 브루셀라병 지역별 최근 감염 현황.

이처럼 소 브루셀라병의 잠복기와 전파력을 고려하면 앞으로 전남은 물론 전북지역 축산 농가에도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지역에서도 소 브루셀라병이 무주·정읍․장수지역 축산 농가들에서 지난해 10건, 올들어 4건이 발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들어 연초부터 장수지역에서는 추가로 농가들에서 브루셀라병이 발병해 많은 소들이 설처분됐다. 농림부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최근 전국적으로 소 브루셀라병 발병은 전남지역이 87건으로 가장 많고 경북(18건), 전북(10건), 경남(9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농림부와 한우업계의 통계 수치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처럼 소 브루셀라병이 날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방역당국은 사후 약방문식으로 땜질 처방만하고 있어 축산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축산 농가들은 살처분보다는 예방 백신 접종을 적극 요구하고 나섰다. 

"백신 접종 추진해야 다른 지역 확산도 막을 수 있어" 농가 주장 확산 

더욱이 브루셀라병이 처음 발생했을 땐 시세의 80%를 보상받지만 5년 내 2회 발생 때는 살처분 보상금이 아예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자칫 농가의 신고 은폐 여지까지 있어 브루셀라병 예방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밀양의 한 축산 농가 관계자는 "소 브루셀라병이 한번 발생하면 해당 농장은 물론 인근 농장까지 거의 초토화 된다"며 "농가 입장에선 겉보기엔 멀쩡한 소를 위험 가능성만으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헐값에 도축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어린 송아지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한우.
어린 송아지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한우.

이에 대해 전남매일은 관련 기사에서 "브루셀라병은 주로 후진국에서 발생하는 병으로 뉴질랜드 등 축산 선진국에서는 효과적인 살처분·백신 정책으로 근절에 성공했다"며 "선별 살처분 방식으로 근절되기 어렵다는 건 무안의 사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발생이 빈번한 지역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을 추진해야 다른 지역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 한우협회 광주전남도회 문대렬 사무국장의 말은 인용해 전달했다. 

"선별 살처분 방식만으로는 브루셀라병 감염 근절하는데 역부족" 

그러면서 기사는 "브루셀라병이 발생하면 해당 개체만 살처분하고 정부로부터 살처분 보상금을 받게 된다"며 "하지만 선별 살처분 방식만으로는 브루셀라병 감염을 근절하는데 역부족이다. 브루셀라병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무안 축산농가 관계자의 말을 덧붙였다. 

경남 밀양에서는 2017년엔 브루셀라병 발생이 전무했지만, 2018년 농장 19곳을 시작으로 2019년 16곳, 2020년 17곳에서 발생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13곳에서 발생해 다수의 농장에서 브루셀라병 재발생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브루셀라병이 발생한 밀양의 한 한우농장에서는 올들어 다시 발생해 많은 소를 살처분했다.

[관련 기사] "소 브루셀라병, 우리 농장까지 찾아왔어요"...장수 이어 밀양서 감염, '에어로졸' 원인 

이와 관련 축산 농가 관계자들은 "축산 농가들과 관련 협회들이 브루셀라병에 대해 그동안 쉬쉬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특정 농장에서 브루셀라병이 거듭 발생하면 살처분 보상금이 감액된다는 점 때문이었다"면서 "브루셀라병이 처음 발생했을 땐 시세의 80%를 보상받지만, 5년 내 2회 발생 때 시세의 60%, 3회 발생 때 시세의 30%로 살처분 보상금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4회 발생 때는 살처분 보상금이 아예 지급되지 않는다"는 축산 농가 관계자는 "이는 농가의 신고 의지를 약화해 브루셀라병 청정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브루셀라병 청정화 위해 백신 도입 검토 시급" 

방역을 하고 있는 한우 농장(자료 사진)
방역을 하고 있는 한우 농장(자료 사진)

이에 한우업계는 백신 접종으로 브루셀라병을 근절한 뉴질랜드 등 축산 선진국의 사례를 거울 삼아 브루셀라병이 다수 발생한 지역을 대상으로 우선 백신 접종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주관으로 지난 6월 30일 열린 한우질병방역협의회에서도 “브루셀라병 청정화를 위해 백신 도입 검토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영원 한우협회 국장은 “전국 단위 일제 백신 접종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면 질병 발생이 빈번한 곳에 한정해서라도 백신 접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농림부 등 당국의 관계자들은 "아직은 시기 상조"라는 주장을 펼쳐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샀다.

이에 대해 백병걸 전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전북대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초대 소장 역임)는 최근 ‘소 브루셀라병 방역 강화 대책 취소 요청’ 공문을 청와대, 정부, 국회, 각 지자체 등에 발송을 준비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백병걸 전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 "브루셀라병 방역 강화 대신 백신 접종 서둘러야" 주장

2013년 정읍 지역의 브루셀라병 양성 암소 살처분 모습(자료 사진)
2013년 정읍지역의 브루셀라병 양성 암소 살처분 현장 모습(자료 사진)

백 전 교수는 지난 7월 22일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에서 전국 축산농가와 관련협회 등에 보내온 ‘소 브루셀라병 방역 강화대책’에 관한 공문에 대한 반박 자료를 첨부한 공문과 자료들을 해당 정부 부처를 비롯해 각 지자체 등에도 보낼 예정이어서 추후 반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소 브루셀라별 방역 강화 대책 취소 요청 공문’ 발송에 앞서 백 전 교수는 “소 브루셀라병 전문학자이며, 한우 사육 농가로서 도저히 학문적으로 국제법상 용납될 수 없어 이를 즉시 취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전제한 뒤 “농림부의 대책은 허위 사실에 근거한 정책으로서 OIE 국제 규정을 이해도 못한 채 작성된 가축 방역 정책으로 현 실정에서 부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소 브루셀라병 감염 목장 소 모두를 권태 권고하여 식용으로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축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 공무원들이 축주들과 공모하여 부정 채혈, 검사하여 식육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루셀라병 방역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어 주석을 붙쳐 공문을 발송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 전 교수는 “조속히 OIE 규정에 따른 예방용 백신 접종 정책을 수립하여 국고 낭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백신 사용할 수 있도록 당장 조치 해야"

소 브루셀라병으로 폐농한 정읍의 한 축산 농장(자료 사진)
소 브루셀라병으로 폐농한 정읍의 한 축산 농장(자료 사진)

또한 백 전 교수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지적한 농림부 주장에 대해서 “확산 가능성이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이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예방 백신이므로 OIE(Organization International Epizootic) 규정에 따라서 예방 정책을 세우고, 미국,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인도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Brucella abortus RB51 백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당장 행정 조치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방역실시 요령 개정에 대한 농림부 지침’에 대해서도 백 전 교수는 “현재의 감염 위험 지역에서 시간을 더 이상 끌 수 없다”면서 “당장 예방 접종을 실시하는 데는 기존 고시대로 실시하면 되며, 다시는 1998년처럼 제조회사로부터 금품을 받아 제품 검수도 하지 않은 채 보급하는 불법 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반드시 이 질병을 퇴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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