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소 브루셀라 백신의 감춰진 진실(4)
소 브루셀라병이 전국에서 발병하고 있는 가운데 '청정 한우'를 자랑해 온 장수군 등 전북지역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해 장수군을 비롯해 임실군, 완주군 등에서 소 브루셀라병 또는 유사 증세가 발병한데 이어 올해도 장수군 지역이 브루셀라병에 비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의 언론들과 전북도 등 지자체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아 해당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종교방송이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취재해 보도함으로써 오히려 주목을 끌고 있다.
CPBC 가톨릭평화방송 취재진은 지난주 장수군 지역의 소 브루셀라병 피해 농가와 의심 증세를 호소하는 지역 농가 농민들을 심층 취재·보도했다.
CPBC 가톨릭뉴스 12월 4일 보도(유튜브 동영상)
"소 브루셀라 발병 잦은데 방역은 허점"
이날 방송은 ‘제2의 코로나? '소 브루셀라병' 발병 잦은데 방역 허점‘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코로나19부터 최근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고병원성 AI까지 동물과 사람 간에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농가에 확산되는 소 브루셀라병을 집중 조명했다.
방송은 이날 “주로 소와 양을 통해서 전염되는 브루셀라병이 최근 중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우리나라의 농장에서도 꾸준히 소 브루셀라가 발생하는데 방역엔 허점이 많다”면서 '청정 한우'로 유명한 전북 장수군 농장의 실태를 취재·보도해 시선을 끌었다.
“브루셀라병은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끊이지 않고 발병한다”는 기사는 “소 브루셀라가 발병한 농장은 즉시 가축 이동이 제한되는데, 농장 안의 모든 소를 살처분하면서 사실상 폐쇄조치를 밟게 된다’고 도입 부분에서 설명했다.
장수군 농민, "올해 소 브루셀라 발병으로 60마리 살처분, 농가 폐쇄" 하소연

이어 "전북지역의 한 소 농장"이라고 소개한 기사는 소 농장 주인(장수군 소재)의 말을 인용해 “브루셀라병에 감염되면 그 농장은 폐업을 해야 한다”며 “경제적인,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고 밝히면서 "한 때는 소를 60마리 가량 키웠는데 올 여름 브루셀라병으로 농장을 폐쇄했다"고 하소연 한 내용을 생생하게 전했다.
기사는 “최근 3년 동안 우리나라 농장에서 발생한 소 브루셀라 감염 건수는 1,887건이며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고시한 ‘브루셀라병 방역실시 요령’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12개월 이상의 소, 가축시장이나 농장 간 거래되는 소는 브루셀라 검사가 필수지만 검사 대상엔 예외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세한 수소의 경우 장관과 시·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만 검사가 시행되는 부분”이라며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소 브루셀라 발생농장은 거세우를 검사하기 때문에 방역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거세우는 장관, 시·도지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만 검사?
그러나 기사는 “취재 결과 최근 3년 동안 양성농장 내 거세우가 소 브루셀라에 감염된 사례는 162마리까지 발생했다”면서 “소 브루셀라는 사료나 물, 변뇨, 피부 상처로도 감염되는 질병이며 생식기감염이 아니더라도 경구감염이나 접촉감염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소 브루셀라병과 백신 접종 등에 관해 전문가인 백병걸 전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장(수의학과 교수)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인터뷰에서 백 전 교수는“문제는 양성 소가 다른 음성인 소와 접촉을 하는 것, 가령 핥는다든지, 급수통이라든지, 사료통, 이런데 들어가면 감염예방 조치가 되지 않은 소들이 접촉을 하면 무조건 감염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 소에 침투한 브루셀라균은 체내에서 자연 소실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잠복기도 2년 이상 지속된다”며 “브루셀라에 걸린 소에서 출산한 송아지가 혈청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고 출하되는 사례도 발생하며 사람 감염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기사는 또한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소 브루셀라 확진자가 6명 발생했다”고 밝히면서 “치사율은 2% 이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척수염이나 골수염 등을 발생시킨다”고 강조했다.
"한 번 소에 침투한 브루셀라균, 잠복기 2년 이상 지속"

농장 피해는 물론 사람 감염의 우려가 커지면서 소 브루셀라 발병 이후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방송은 기사에서 “일부 주를 제외하고 소 브루셀라 방역이 잘 이뤄지는 미국은 예방백신을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 농림성이 고시한 소 브루셀라 관련 내용에도 송아지 예방접종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우리나라는 관련 방역실시 요령에 따라 발생위험이 큰 지역만 지자체 결정에 따라 예방접종을 할 수 있지만 1998년 이후 백신을 접종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며 “채혈검사를 통해 양성 여부만을 확인할 뿐 사실상 백신 개발에도 신경 쓰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힌 기사는 “이런 상황에서 결국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농장주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장수군, "축산농가·한우협회 백신접종 요청 전북도에 전달키로" 주목
방송은 최근 전북에서는 동물위생시험소 공무원들이 브루셀라병의 집단 감염을 막지 못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는 내용도 다뤘다. 이날 기사는 말미에서 “전북의 한 지자체(장수군)는 발생농장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백신 사용에 대한 의견을 도청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그러면서 “한 번 발병되면 대량 살처분으로 농민과 가축에 피해를 주는 소 브루셀라병은 모든 피조물은 사랑과 존경으로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처럼 인간에게 맡겨진 가축에도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마무리 지었다.
한편 장수군 관계자는 전북의소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관내 축산농가와 한우협회의 애로사항과 백신 접종 요청을 이달 내로 전북도에 공문으로 전달할 방침"이라고 밝혀 향후 백신 접종이 가능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수군은 2019년 8월 소 브루셀라병이 최초 발생한 이후, 주변농가에서 추가 발생하여 2019년에는 모두 3개 농가가 발생했으나 그 중 2개 농가는 최종 종식이 된 것으로 밝혔다. 또한 올해는 지난해 발생한 1개 농가를 포함하여 모두 5개 농가가 발생했고, 그 중 1개 농가는 전염병이 종식되었으나 4개 농가는 검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했다.
"정부, 그동안 거세우는 검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브루셀라병 계속 발병"
그러나 이에 대해 백병걸 전 교수는 입장이 다르다. 그는 "종식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상 종식이 아니라 폐농하여 축산 활동을 못하고 있으며, 종식되지 않은 장수군 지역의 한 목장은 지난 1년 간 9번 계속 검사를 해오면서 양성인 소는 매번 살처분해온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며 "내년 2월까지 이동제한 상태로 묶어두겠다는 것은 있는 예방약을 쓰지 못하고 있는 축산농가의 정신적 고통을 헤아려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백 전 교수는 이에 덧붙여 "법에는 브루셀라 검사 대상은 12개월령 이상의 모든 소로서 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세우 검사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필요하면 조사할 수 있다'고 최근 규정을 수정했는데, 이는 '정부가 그간 거세우를 검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브루셀라병이 계속 발병한다'는 백 교수의 송곳같은 지적에 황급한 마음으로 만들어진 웃지 못할 규정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 지역 언론·지자체들 브루셀라병 관심, 상세정보 공유...전북과 대조
이밖에 올해 경기도 파주지역에서도 브루셀라병으로 소 107마리가 살처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일보는 지난 1일 ‘파주시, 올해 소결핵병과 브루셀라 감염 소 107두 살처분’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올해 1월부터 지역 내 축산농가에서 소 결핵병과 브루셀라병이 16개 농가에서 지속해서 발생해 살처분 조치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시 관계자의 말은 인용해 “지역 축산농가에 가축전염병의 발병 및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그물망 방식의 촘촘한 방역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관련 전염병이 인수공통임을 숙지해서 되도록 일반인의 축사방문을 삼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경북 경주시는 최근 3년간 결핵·브루셀라가 발생한 농가 반경 500m 이내의 소 1만 1,000여 마리를 대상으로 결핵·브루셀라 일제검사를 실시하고 나섰다.
경북일보 등 해당 지역언론들은 지난 11월 29일 ‘경주시, 소 1만 1,000여 마리 대상 결핵·브루셀라 일제검사 실시’란 제목의 기사에서 “경주시가 소 결핵 및 브루셀라 차단방역을 위해 지역 농장 소 1만 1,000마리를 대상으로 일제검사를 실시한다”며 “경주시는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청정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1월 18일부터 12월 16일까지 4주간 ‘소 결핵·브루셀라 일제검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백병걸 전 교수는 "암소만 검사하는 탓에 내년에도 발병하게 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하면서 "일부에서 일제검사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거세우는 검사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반쪽짜리 검사에 불과하여 마치 깨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며 "이제 그만 국민 혈세를 헛되이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처럼 많은 지역의 언론과 지자체들이 소 브루셀라병에 관심을 갖고 적극 알리며 공유하는 한편 방역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반면, '청정 한우'를 자랑하며 홍보하고 있는 전북지역이 오히려 소극적이라는 따가운 비판이 일고 있다.(계속 이어짐)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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