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AI 방역 논란, 무엇이 문제?

고병원성 조류독감(AI, Avian Influenza). 흔히 AI라고 표현하는 이 바이러스는 철새, 닭, 오리 등 조류에 감염될 경우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인수 공통 바이러스라는 점 때문에 발병하게 되면 비상이 걸리곤 한다. 

AI는 전파 속도, 폐사율 등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HPAI)과 저병원성(LPAI)으로 구분된다. 이 중 고병원성 AI는 가축 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제1종 가축 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예방적 살처분이 최선인양 비윤리적이고 반환경적인 방법을 매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처리비용 때문에 각 지자체들이 아우성이다. 만만치 않은 처리비용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바람에 지난해부터 AI가 확산된 정읍시 등은 예산 부담을 이유로 '무조건적인 살처분 정책을 변경해 줄 것'을 호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소 브루셀라병 이어 AI, 살처분 대책이 능사인 대한민국 '비난' 

연합뉴스TV 2월 19일 보도(화면 캡쳐)
연합뉴스TV 2월 19일 보도(화면 캡쳐)

그러나 동물 바이러스 살처분 정책은 닭과 오리 등의 고병원성 조류독감 뿐만 아니다. 일찍이 소 브루셀라 병 감염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유독 살처분이 능사인 것처럼 구태한 정책을 펼치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이 취하고 있는 예방 백신 접종보다는 살처분에 의존하며 여전히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비과학적이고 비윤리적이며, 반환경적이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 왔다.

'살처분을 많이 한다고 동물 방역을 잘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오히려 원인을 찾지 못하고 무고한 생명들만 죽이고 보자는 땜질식 방편'이라는 점에서 동물단체나 수의학자들 사이에서도 비난이 높다. 

특히 조류독감이 발병할 경우 반경 3km의 예방적 살처분 방침으로 한 번 발생했다하면 수십만에서 수천만 마리가 넘는 조류를 살처분하는 방법으로 일관해 왔다.

"생명 경시 살처분 정책" 비난, 전국으로 확산

최근 "엉터리 동물 방역과 방향을 잃은 생명 경시 살처분 정책"이라는 비난이 일선 농장들에서조차 일고 있다. 무모한 살처분 정책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AI 발생으로 산란계를 살처분하라'는 당국의 명령을 거부해 온 경기도 화성의 양계 농장들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의 살처분 정책에 맞서다 결국 애지중지 키우던 닭들을 최근에야 모두 살처분했지만 후폭풍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거리만을 근거로 살처분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 비윤리적이고 반환경적인 살처분이 능사인양 강제하는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선 때문이다.

지난 19일 무더기 살처분 조치를 당한 경기도 화성의 한 농장의 경우 친환경 농법으로 키우던 닭 3만 7,000여 마리를 지난해 12월 인근 농장에서 AI가 발생하자 살처분 명령을 받았다.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이 닭 살처분에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든 채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동물자유연대 회원들이 닭 살처분에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든 채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그러나 “사육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거리만을 근거로 살처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농장주의 반대에 직면해 2개월가량 대치해왔다.  이 농장은 좁은 케이지에서 밀식 사육하는 일반 농장과 달리 닭을 방목해 친환경적으로 키워 왔고 그동안 계속된 AI 검사에서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그러나 “이 농장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며 살처분함과 동시에 생산한 계란의 판매를 금지했고, 심지어 사업권 취소 압력까지 가하자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무더기 설처분, 오히려 원인 찾지 못하고 무고한 생명들만 죽이는 처사” 

하지만 농장 측은 정부의 획일적인 살처분 정책을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다. 농장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2,80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죽어 나가는 지금 농림축산식품부 가슴 속엔 비명을 지르는 닭과 아파하는 농가가 존재하고 있는가?“라고 호소하면서 ”정부의 획일적인 살처분 정책을 바꾸도록 축산 농가들과 함께 시민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AI가 발생한 후 3개월 사이에 전국적으로 2,80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 된 것으로 파악됐다. 2003년 국내에 처음 AI가 상륙한 이래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살처분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자 화성의 친환경 가축 농가들은 “물러서지 않고 우리는 산안마을과 함께 굳건히 저항하겠습니다. 여러분, 서명으로 함께 해주십시오!”라는 호소와 서명운동을 벌이고 나선 것이다.

"농림부, 생명 죽이는 일인데 예방 백신 접종 왜 꺼리는가?"

전북지역에서도 AI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살처분이 계속되고 있다. 명백히 생명을 죽이는 일인데 이런 살처분 중심의 방역 대책이 적절한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살처분 대상을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500m미터였던 것을 2018년부터 반경 3km로 대폭 늘린 것도 무차별적 살처분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처럼 논란이 일자 정부가 살처분 범위를 한시적으로 1km로 줄이기로 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JTV 3월 1일 보도(화면 캡쳐)
JTV 3월 1일 보도(화면 캡쳐)

때마침 JTV 전주방송은 1일 ‘AI 살처분 방역 논란’이란 제목의 보도에서 “대안으로 백신과 살처분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지형이나, 방역 수준 등 농장의 위험도를 사전에 평가해서 선별적 살처분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제기했다. 

방송은 또 “동물학살이라는 살처분을 최소화 하고 방역도 놓치지 않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래서다. 닭과 오리, 심지어 소들까지 살처분을 유일한 방역 수단으로 여기며 예방 백신 접종을 꺼려하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 가슴 속엔 비명을 지르는 소와 닭 등 가축들과 함께 아파하는 농가들이 과연 존재하고나 있는지 거듭 되묻게 한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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