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2년 5월 18일
다시 맞는 '5월 18일'이다. 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42년 전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령 확대 조치와 함께 첫 희생자가 발생한 전북대학교에서는 기념식이 엄숙하게 진행됐다. 당시 전북대에 재학 중이던 이세종 열사는 계엄군에 의해 숨진 전국 최초의 희생자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참석자 100여 명은 1980년 5월 신군부에 항거하다 당시 계엄군에 의해 전국에서 최초로 숨진 이세종 열사 추모식을 열고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아울러 역사를 되새기며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나가자고 다짐했다. 전북대 박물관에서는 이 열사의 유품을 소개하는 사진전이 열려 주목을 끈다. 또한 20일에는 전북의 5·18 민주화운동 역사를 짚어보는 학술제도 열린다.
5·18민주화운동을 맞아 이처럼 다양한 행사와 학술제가 전북에서 동시에 열리게 된 것은 처음이다. 5·18민주화운동이 그동안 전북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인식돼 오며 해마다 5월이면 광주와 전남에서 열리는 대형 기념행사 등에 가려 그동안 조명되지 못한 전북이다. 그러나 5월 민중항쟁과 첫 희생자 발생 지역임을 널리 알라고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자는 분위기가 모처럼 확산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42주년, 전북지역 행사 모처럼 ‘다채’
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맞아 이달 말까지 도내 일원에서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펼쳐진다. 올해 주제는 ‘오월, 진실의 힘으로! 시대의 빛으로!’로 정해졌다. 5.18구속부상자동지회 전북지부 등 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5.18민주항쟁기념 전북행사위원회는 14일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에서 5·18청소년가요제를 통해 그 뜻을 되새겼다.
올해 4회째인 청소년가요제는 5·18 정신을 후세대까지 이어가자는 취지로 치러지고 있다. 전북대 역사관(관장 김은희)은 국립대학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전대역사 특별전 ‘5.18의 울림, 이세종 열사 추모 사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 42주기 5.18을 기념하여 전북대의 민주화 운동을 대표하는 이세종 열사를 추모는 자리다.전ㅁ북대 역사관에서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전시는 21일까지 열리며, 이후 6월 2일부터 6월 30일까지는 전북대 박물관 중앙홀에서 진행된다. 전시에는 열사의 유품 27점이 소개된다.
이세종 열사의 청년 정신 부활을 바라는 '사진전'
이번 사진전에 소개된 열사의 유품은 2010년 유가족이 전북대 역사관에 기증한 것이다. 전라고등학교 재학 시절 모습이 담긴 사진과 열사의 친필이 남아 있는 고등학교 교재는 꿈 많았던 순수한 청년 이세종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북대 농과대학 수험표는 전북대와 첫 인연을 맺은 상징적인 유품이다. 열사가 사망 당시 입고 있었던 피 묻은 의복과 시신을 덮었던 교기 등은 처참했던 당시 상황이 담겨있다. 이세종 열사 추모 행사 때 사용했던 안내문 등은 열사의 뜻을 기리고자 노력했던 전대인들의 염원을 볼 수 있다.
김은희 전북대 역사관장은 “열사의 유품은 민주화 역사자료일 뿐만 아니라 5.18정신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잇는 소중한 자료”라며 “이번 사진전시를 통해 전북대뿐만 아니라 전북지역의 5.18정신을 고양하고, 이세종의 청년정신이 다시 부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화 상징과 5월 항쟁 지평 확대를 위한 전북지역 '기억 투쟁'

김제 출신으로 당시 전북대 농학과 2학년 재학 중이던 이세종 열사는 1980년 5월 18일 새벽 1시 30분경, 전북대 제1학생회관에서 온몸이 멍들고 피투성이인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열사의 죽음은 의문으로 남았으나 1993년 당시 주검을 검안했던 전북대 이동근 교수는 추락 전 계엄군의 집단폭행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결국 1998년 10월, 광주민주화 관련 보상심의회에서 5.18 사망자로 인정되어 명예회복이 이루어지고, 1999년 4월 광주 국립5·18민주묘역에 안치됐다. 대학 구성원들은 열사를 기리기 위해 추모비를 세우고, 매년 5월 17일에 추모식을 열어 5·18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이어 20일 오후 2시에는 전북대 박물관 강당에서 제42주년 5·18 민중항쟁 기념학술제가 열린다. 도내에서 첫 실시되는 이번 학술제는 5·18 민중항쟁을 특정 지역에 묶어 지역적 사건으로 한정하려는 시도를 극복하고 전국화의 노력에 힘을 보태기 위해 기획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학술제는 ‘5·18 첫 희생자 이세종과 전북지역 5월 항쟁’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박대길 전북대 문화융복합아카이빙연구소 전문연구원이 ‘전북의 민주화 운동에서 5.18의 의미와 역할 조명’, 김정원 전북대 사회학과 계약 교수가 ‘5월 항쟁의 지평 확대를 위한 전북지역 기억 투쟁 - 5·18 첫 희생자 이세종을 중심으로’란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원광대·전라고·신흥고에서도 기념 행사 줄이어
한편 이 열사의 모교인 전주 전라고등학교에선 17일 그 추모식과 '이세종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원광대학교 캠퍼스에서는 21일 임균수 열사 추모식이 치러진다. 당시 원광대 한의대에 재학중이던 그는 고향인 광주 전남도청 앞 시위에 참가했다 계엄군 발포로 숨을 거뒀다. 이후 그의 부친은 장학재단을 설립해 30여년간 원광대에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연을 이어가고 있다.
5·27항거의 주역인 전주 신흥고등학교 또한 27일 오월 정신을 되새기고 신군부의 만행을 고발하는 다큐 시사회가 열린다. 당시 재학생 1,500여 명은 교내에서 민주화를 외치며 시내로 진출하려다 탱크까지 동원한 계엄군에 가로막혀 강제 해산됐고 그 주동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제적되거나 옥고를 치러야만 했다.
올해도 광주로 몰려간 여야 정치인들...국민의힘 총동원령?

올해도 여야가 6·1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두고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행사가 열리는 광주로 집결했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 선대위원장은 5·18 전야제인 17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이 위원장이 광주를 찾은 것은 대선 이후 처음이다.
국민의힘 역시 호남 구애를 위해 5·18묘지로 총집결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8일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찾는다. 여당 의원들의 총동원령은 '국민통합' 실천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참석한 정치인들의 겉과 속이 모두 다르다는 따가운 비판도 나온다.
광주·전남지역 언론들은 올해도 많은 정치인들과 외부 인사들의 광주 집결과 5·18 42주년 관련 행사들을 지면과 영상에 소개하느라 분주한 모습들이다. 전남일보는 이날 1면 전면을 할애해 이미지와 표어 등으로 도배했다. '1980. 518 광주에서 2022. 518 우크라이나로'란 구호가 이색적이다.
국가보훈처, ‘신군부 반란 세력’ 첫 사용...지역 언론들 큰 의미 부여

특히 국가보훈처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17일 배포한 자료에 ‘신군부 반란 세력’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는 점에 많은 지역 언론들이 고무된 분위기다.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행사 안내 자료 가운데 ‘5·18민주화운동 개요’를 서술한 대목에서 3차례에 걸쳐 ‘신군부 반란세력’이라고 광주 유혈진압 계엄군 투입 세력을 명확히 한 때문이다.
정부 기념식에서 언급되는 5·18민주화운동 개요 또는 경과보고는 집권세력이 5·18을 규정하는 척도로 박근혜 정부에선 ‘신군부’ ‘집단 발포’ 등 표현이 의도적으로 배제돼 5·18 홀대·왜곡 논란이 거셌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오전 언론에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관련 배포한 A4 용지 6매 분량의 보도자료에서 단연 시선을 끈 것은 ‘5·18민주화운동 개요’를 기술한 마지막 페이지였다. 지역 언론들은 이를 부각시켜 보도했다.
이는 그동안 광주 유혈진압 세력에 대해 막연히 ‘계엄군’이라고 표기했던 과거와 달리 ‘신군부 반란 세력’으로 명쾌하게 정리한 것으로, 보훈처가 5·18기념식과 관련해 대외 공표한 자료에서는 처음 등장한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해석들이 나왔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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