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전주종합경기장, 롯데 빼고 시민에게 온전히 돌려주어야 한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전북참여자치)가 20일 성명에서 밝힌 내용들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선 전주시가 첨예한 논란 속에서 추진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혼선을 빚어온 종합경기장과 옛 대한방직공장 부지 개발에 대한 문제점뿐만 아니라 특혜 의혹 및 사업 지연에 대한 책임론이 포함됐다.
특히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의 미묘한 갈등 관계, 그 사이에 대그룹인 롯데와 부동산개발업체인 ㈜자광, 그리고 전주시민들과 자치단체장의 약속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주시 최대 현안이다.
그동안 숱한 찬반 논란과 특혜 시비가 제기돼 왔던 종합경기장 및 옛 대한방직공장 부지 개발에 관한 문제점과 책임론을 지적한 성명이어서 시선을 끈다.
성명의 행간 의미와 전주종합경기장, 롯데, 옛 대한방직공장, (주)자광에 얽힌 저간의 경과 내용과 제기되는 의혹 등을 진단해 보기로 한다.
종합경기장 개발에 롯데 들어오지 않게 하겠다더니?

전북참여자치는 “전주시가 19일 컨벤션센터와 호텔 건립을 위한 지방재정 투자사업 타당성조사를 의뢰한다고 밝혔다”며 “롯데에게 백화점 부지를 임대하고 롯데가 컨벤션센터 건립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시민의 땅인 종합경기장을 온전히 시민에게 돌려주어야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9년 4월, 김승수 시장은 ‘종합경기장에 롯데가 들어오지 않게 하겠다’고 한 약속을 저버리고 다시 롯데를 불러들여 컨벤션 센터를 기부채납 받겠다고 밝혔다”면서 “이번 지방재정 투자사업 타당성조사 의뢰는 김 시장이 끝내 롯데를 불러들이는 행정절차에 돌입한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전주시가 종합경기장 개발안에 시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성명은 “기본구상 용역은 종합경기장의 세부적인 공간 구성과 경관 계획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용역이 만사인 것처럼 착각하지 말고 그 내용을 공개해야한다”고 밝혔다.
“송하진 지사-김승수 시장에 특혜의혹, 개발지연 책임 물어야”

전북참여자치는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계획은 ‘지방재정 투자심사’와 전주시의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할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 동의’의 절차가 남아있다”며 “(옛)대한방직 부지 개발 관련 컨벤션과 호텔, 상업시설의 중복 문제도 풀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현재 ‘대한방직 부지 관련 시민공론화위원회’가 진행 중인 만큼 전주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 부지 개발의 현명한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전주시 핵심 개발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장기간 표류해 온데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문제의 근본적인 책임은 송하진 지사와 김승수 시장에게 있다”고 지적한 성명은 “롯데와의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킨 송하진 지사, 도와 전주시의 갈등으로 컨벤션 건립을 위한 국비를 반납해야했던 것 등 두 단체장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 전주시는 전주종합경기장 개발계획을 서두르지 말고 시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시민·소상공인 위해 롯데와 전면전 불사하겠다던 김 시장, 왜 태도 바뀌었나?

지난 2014년 6월 김승수 전주시장이 당선되면서부터 시와 롯데쇼핑 간 대립각이 극심했다. 취임 전 선거 운동 때부터 "중소상인들을 위해서 대규모 쇼핑센터 건립에 적극적으로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해온 김 시장은 "종합경기장 자리에 시민공원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롯데쇼핑과 체결한 계약을 해지하고 시가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2015년 9월 21일 김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종합경기장은 시민의 것이므로, 롯데와 전면전도 불사 하겠다”면서 “지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전주의 심장부이자 시민의 애환과 추억이 담긴 종합경기장을 롯데에 빼앗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이어 "전주시는 롯데의 이익이 아닌 시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종합경기장 지키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김 시장은 “롯데가 시민의 뜻을 거스르고 소송을 제기한다면 전주시는 시민의 이름으로 전면전도 불사할 각오가 돼 있다”며 “종합경기장을 지키고자 하는 것은 롯데와의 협약체결 후 지역 소상공인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대다수가 대형 쇼핑몰 입점에 따른 상권붕괴 등의 피해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2013년 전주시장이던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전주종합경기장을 민간투자로 개발하겠다고 밝히고, 롯데를 민간사업자로 선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양 자치단체장 간 갈등의 발단이 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당시 전주시는 종합경기장 전체 부지(12만㎡)를 롯데쇼핑에 내주는 대신 롯데쇼핑이 외곽 지역에 월드컵경기장과 야구장을 건립해주는 조건에 동의하고 ‘기부 대 양여’계약을 체결했다.
인근에 대형 쇼핑몰이 없다는 점에서 일부 언론과 시민들이 찬성했지만, 인근 지역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중소상인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골목상권 침해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했었다.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등에 지방 공기업 참여, 왜 안하나?"
이러한 상황에서 옛 대한방직공장 부지에 2018년 11월 '전주타워복합개발' 정책 제안서를 민간업체가 전주시에 제출하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당시 (주)자광은 옛 대한방직공장 부지 23만 565㎡에 공동주택 3,000세대, 복합쇼핑몰, 430m 높이의 익스트림타워, 호텔, 문화시설 등을 건립하겠다고 제안했다.
용도변경으로 인한 특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도로와 공원 등 공공용지를 전주시에 기부채납하겠다고도 제안했다.
하지만 전주시는 장기적 도시개발 계획 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안서를 반려했다. 이후 부지 개발방향 결정에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시민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현재 운영 중이다. 민간 부문의 개발 시나리오를 정하기 위한 시민공론화위원회 구성은 처음이다.
그러나 용도 변경 불가피성 때문에 특혜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전주시가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을 굳이 롯데와 같은 특정 대기업과 민간기업인 ㈜자광 등에게 맡겨 특혜 의혹과 함께 개발 이익을 되돌려 주려는 처사가 의심스럽다며 시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등 일각에선 "전북개발공사와 같은 지방 공기업에게 맡기면 혼란과 갈등, 특혜 의혹이 덜할 것"이라며 "이제라도 지방 공기업 참여 문제를 숙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개발공사 관계자도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을 비롯한 전주시 도심개발에 지방 공기업이 참여하게 되면 외지업체에 맡기는 것보다 지역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과 관련해 오래 전 전북개발공사의 참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었지만 전북도와 전주시의 입장 차이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금도 아쉬운 대목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공론화위원회 종료 시점서 문제제기, 왜?
한편 옛 대한방직 부지 관련 시민공론화위원회(위원장 이양재)는 23일 전일고등학교에서 시민참여단 120명의 숙의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혀 주목이 쏠리고 있다.
시민공론화위원회는 사전 교육과 숙의 토론회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연장 등으로 연기돼 왔으나 대면과 비대면 방식으로 숙의 토론회를 다시 강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많은 인원이 모이는 상황에서 코로나 감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숙의 토론회는 당일 전일고 13개 교실에서 12명씩으로 나뉜 10개 조가 분임토의와 전체토의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후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의 숙의토론 결과를 가지고 시민 의견으로 도출한 결정(안)을 전주시에 권고할 예정이다.
공론화위원회에는 시민사회단체 등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옛 대한방직공장 부지 개발과 관련한 공론화위원회 운영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인근 종합경기장 개발 계획이 다시 급하게 추진되는 등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성명이 나오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과연 모든 과정과 절차가 공평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인가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박주현 기자
관련기사
- 옛 대한방직부지 개발, 논란의 핵심은 '자광 리스크'
- 전주시 종합경기장 개발, 왜 롯데 뿐인가?
- “전주시 공론화위원회, 특혜 위원회” 비난, 왜?
- 김승수 전주시장은 발 빼기 선수?
- “대장동 화천대유, 전주시 옛대한방직 자광과 닮은꼴” 주장
- "전주종합경기장 컨벤션·호텔 착착?"…'섣부른 낙관론' 비판
- “전주시, 종합경기장·가련산공원 개발계획 중단하라”...선거 앞두고 뜨거운 논쟁
- 전임 시장 추진 계획 8개월 만에 바꾼 '우범기표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안'...시민 공론 배제·예산 낭비 '논란'
- 환경단체 “롯데에 의한 롯데를 위한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계획 중단하라”...왜?
- 돌고 돌아 다시 ‘롯데’ 손에 쥐어진 전주종합경기장...전주시 ‘개발 변경안' 시의회에 넘겨, 처리 결과 '초미의 관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