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프로농구 KCC 이지스가 우려했던 대로 연고지를 전주시에서 부산시로 변경하기로 결정, 양측 시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해당 기사]
KCC 농구단, KBL 이사회에 ‘연고지 이전’ 안건 상정 '파장'…전주시 안일한 대처로 프로농구단 잃을 '위기'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3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KCC의 연고지 변경을 승인했다. 이로써 2001년 대전 현대 걸리버스 프로농구단을 인수해 연고지를 대전에서 전주로 바꾼 KCC는 22년 만에 전주시대를 마감하게 됐다.
전주시 구장 신축 약속 미루며 미온적 대응...KCC 구단과 갈등 키우다 결국 ‘이전’

그러나 일련의 이전 과정에서 보여준 전주시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행정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전주시는 KCC 농구단 이전설이 나오기 시작하던 지난 2016년부터 노후화된 구장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며 약속했지만 여지껏 약속을 미뤄온 때문이다. 당시 전주시는 구단 측과 협의해 잔류 약속을 받고 경기장 시설 개선을 약속했으나 처음에는 기존 자리에 리모델링을 검토했지만 여의치 않자 2019년 전주월드컵경기장 옆에 실내체육관을 신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다 2022년 3월 29일 전주실내체육관 신축 기공식과 함께 1년 후인 2023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겠다던 전주시는 지금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다가 최근 이전설이 구체화되자 부랴부랴 불끄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김승수 시장이 우범기 시장 체제로 바뀐 이후 전주시 행정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시민들과 팬들의 '적극적인 중재·해결' 요청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대응하다 프로야구에 이어 프로농구마저 타 지역에 내준 셈이 되고 말았다.
프로농구에서 연고지가 변경된 사례는 2021년 6월 KT가 부산에서 경기도 수원으로 옮겼고, 그해 9월에는 한국가스공사가 인천 전자랜드 농구단을 인수해 대구에 새로 둥지를 튼데 이어 전주 연고 KCC가 이번에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최근들어 3번째 이전·변경으로 기록됐다.
호남지역 프로농구 연고팀 전무...수도권·영남 집중

그러나 이번 KCC의 연고지 이전으로 프로농구 10개 구단 가운데 호남 팀이 없어지게 됐다. 국내 프로농구는 SK와 삼성(서울), 소노(경기도 고양), 인삼공사(경기도 안양), KT(경기도 수원) 등이 수도권을 연고로 하고 있는 가운데 KCC(부산), LG(경남 창원), 한국가스공사(대구), 현대모비스(울산)가 영남에, DB(강원도 원주)가 유일한 강원도 연고 팀이다.
따라서 충청권에 이어 호남권도 프로농구팀이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호남은 물론 다른 지역 프로농구팬들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특히 전주시장이 바뀌고 시간이 갈수록 행정 절차와 공기가 계속 지연되면서 2025년 말로 예정되었던 신축 구장은 완공 시기가 늦춰진데 이어 최근에는 2026년 말 완공까지 공기가 연장되면서 구단 이전설이 더욱 증폭됐다. 그러더니 결국 이전에 이르게 되자 전주시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이날 KCC 최형길 단장은 이사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연고지인 전주시와 여러 문제로 시끄러웠다"며 "원만히 수습하기 위해 인내하고 기다려왔으나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또 최 단장은 "이해관계가 얽힌 사항이고, 시즌 개막도 앞둔 시점이라 이런 방식으로 오늘 알리게 됐다"며 "모두 다 공개하기 어려운 구단 입장에 대해 깊은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 22년간 응원해주신 전주 팬들께 가장 죄송한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부산시 ”남자프로농구단 KCC, 연고지 부산 이전…최대한 지원할 것"

이날 부산시는 KCC 농구단의 부산으로 연고지 이전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는 ”이번 이전을 통해 최고의 명문구단이 최고의 연고지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협의 사항은 실무접촉을 통해 차근차근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이날 "그동안 부산시민의 남자농구단 창단에 대한 목소리가 컸는데 드디어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답을 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건강 체육 천국 도시 부산' 조성을 위해 앞으로도 스포츠 진흥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시 "KCC 부산 이전, 전주시와 시민 우롱하는 처사…깊은 유감"

이에 반해 이날 전주시는 KCC의 연고지 부산 이전 결정과 관련해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이전을 결정한 KCC의 어처구니없는 처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KCC는 언론을 통해 이전설을 흘리고 KBL 이사회에 연고지 이전 안건을 상정한 보름 동안 연고지인 전주시와 팬들에게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었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또한 “전주시의 거듭된 면담 요청에도 KCC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전주시는 "KCC는 전주시와 만남은 피하면서 전주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되풀이하며 마치 짜놓은 각본처럼 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이는 전주시와 시민, KCC 농구팬을 우롱하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시민들 ”전주시 소 잃고 외양간도 잃어...우범기 시장, 소극적 대응 문제“ 비판
그러면서 전주시 관계자는 "이번 일로 상처 입었을 시민과 팬들을 위해 이미 추진하고 있는 복합스포츠타운 조성을 비롯한 스포츠 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스포츠 정책을 전면 재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과 프로농구 팬들은 “전주시가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모두 잃었다”며 “우범기 시장은 애초에 프로농구단을 붙잡을 생각조차 없는 듯해 보일 정도로 소극적이고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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