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전북 전주시 덕진구 권삼득로 308에 위치한 전주 KCC이지스의 홈구장은 약 4,600석 규모의 체육관으로 지역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최상의 경기 운영을 가능케 하는 명문 구단의 산실입니다.”
KCC이지스 프로농구단 홈페이지에 소개된 홈구장인 '전주구장'에 관한 내용은 2001년 연고지를 대전시에서 전주시로 바꾼 이후 변함없이 그대로다. 그런데 매년 구장 노후화와 신축 이전 논란은 끊임 없이 제기돼 왔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왜 그럴까?
전주시, "실내체육관 비워달라" 요청...‘논란·갈등’ 증폭
급기야 최근에는 구장의 신축 이전보다 ‘KCC의 연고지 이전설’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스포츠 전문지를 비롯한 일부 서울 언론들은 연일 “전주시가 현재 KCC가 사용하는 전북대학교 부지 내 전주실내체육관을 비워 달라고 요청하면서 연고지 이전설에 불이 붙었다”며 “새만금잼버리 파행에 이은 사태”라며 보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전주시는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주월드컵경기장 일원 북부권 복합스포타운 부지에 들어설 전주실내체육관과 보조경기장이 오는 2026년 동시 완공된다"며 "없던 일로 하자"고 부랴부랴 구단과 성난 팬들 달래기에 나섰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주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KCC 연고지 이전설과 관련해 많은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자정까지 모두 135건의 관련 글들이 올라왔다. 시민과 팬들의 불평과 불만, 비난의 글들이 최근 1주일 사이에 가장 많이 게시될 정도로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했다.
그중에는 ‘KCC 이전을 방치하지 말아 달라’는 주문의 글이 가장 많았다. 전주시장에 대한 불만의 글도 많이 올라왔다. 일부 팬들과 시민들은 ‘수도권으로 구단이 이전한다’며 ‘전주KCC를 시민이 지키자’는 선동적인 글을 올려 많은 눈길을 끌기도 했다.
7년 전 홈구장 신축 약속 지지부진...행정 절차 지연, 2024년 완공 계획 2년 더 미뤄져

홈페이지 게시판 등 온라인 외에도 시청 담당 부서인 문화체육관광국 체육산업과에도 항의 전화가 쇄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은 전주시가 7년 전인 지난 2016년 KCC이지스 홈구장의 노후화에 따른 이전 대책을 내놓으면서 비롯됐다. 당시 전주시는 기존 실내체육관을 증축하는 방안을 신축 이전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구단과 팬들의 기대가 컸다.
이어 전주시는 2022년 3월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 장동부지에서 홈구장 기공식을 갖고 2024년까지 건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모두가 전임 김승수 시장 재임 시절에 이뤄진 일이었다. 그러더니 시간이 갈수록 행정 절차와 공기가 계속 지연되면서 2025년 말로 완공 시기가 늦춰진데 이어 최근에는 2026년 말 완공까지 공기가 연장되면서 구단 이전설도 함께 증폭됐다.
더구나 구단이 주 경기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내체육관은 전북대학교 부지의 건물이란 점도 가세했다. 신축 이전이 늦어지자 대학 측이 '혁신캠퍼스' 사업을 위해 임대 부지인 현 전주실내체육관 부지를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KCC 안팎에서 흘러나오면서 연고지 이전설이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시의 공식 입장은 절대 KCC 구단 연고지 이전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며 "전북대의 실내체육관 부지 사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고, 현재 건립 중인 신축 홈경기장 공사도 최대한 공기를 앞당겨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팬들과 일부 시민들의 구단 이전 주장과 전주시를 향한 비난은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7년 동안 전주시는 체육관 신축 이전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파행으로 막을 내린 '새만금잼버리'를 소환해 "전북도에 이어 전주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잼버리 사태도 모자라서 최고 인기 농구단도 버리나" 등의 조롱 섞인 글들도 올라왔다.
전주시 ”전북대 실내체육관 철거 시기, 2025년 이후로 미뤄진 만큼 추가 논란 없을 것“

더구나 지난 2001년부터 전주 KCC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전주실내체육관 관람석은 4,600석 규모로 전국 10개 농구단 홈구장 가운데 가장 적고 50년이나 돼 낡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전주시는 '실내체육관 자리에 전북대 혁신캠퍼스 조성사업을 추진한다'며 지난 6월 KCC에 '실내체육관을 2025년까지 비워줄 것'을 요청하면서 연고지 이전설에 더욱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KCC 구단 측은 ”체육관 문제와 관련해 아무 공문과 연락도 없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일부 언론에 흘림으로써 전주시에 대한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그러자 전주시는 "이미 전북대, 국토교통부가 전북대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 추진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새로운 실내체육관을 준공한 이후까지 기존 실내체육관을 철거하지 않고 기존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정리했다"며 "최근 KCC 홈구장 이전설의 원인 중 하나로 손꼽혔던 기존 전북대 실내체육관 철거 시기의 경우도 오는 2025년 철거가 아닌 그 이후로 미뤄진 만큼 추가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이미 제시한 약속은커녕 불필요한 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진 못하고 있다.
전주시 오락가락 행정에 '냉기류' 여전

당초 제시했던 약속을 미루며 시장이 바뀐 이후 더욱 안일한 행정 대응으로 비난을 자초한 셈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 김인태 전주부시장이 22일 눈덩이처럼 커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그는 실내체육관 조성 부지 현장에서 “전주시는 현재 추진 중인 모든 신규 체육시설이 거의 같은 시기에 완공돼 시너지 효과를 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복합스포츠타운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실내체육관을 비롯한 모든 사업이 정상 추진돼 시민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체육 복지를 누리고 건전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락가락하는 전주시 행정에 과연 구단 측이 이번 약속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며 수용할지, 성난 팬들의 마음은 다소 수그러들지 자못 궁금하다는 시민들의 반응 속에는 여전히 냉기류가 가득 흐르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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