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초점

"1년 전 왜 붙잡지 못했나?" 

"조금만 서둘렀으면 전주 연고 프로농구단이 잘 유지됐을 텐데..."

말 많고 탈 많던 전주실내체육관 신축을 위한 착공식이 10일 열렸지만 많은 시민과 프로농구 팬들은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분노와 비아냥을 쏟아냈다. 특히 지역 연고 프로농구단이었던 ’KCC 이지스‘ 홈구장으로 사용됐던 기존 실내체육관 노후 문제로 1년 전 전주를 떠나 부산으로 이전한 아픔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복합스포츠타운 핵심 시설 중 하나인 실내체육관 건립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썩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전주실내체육관 652억원 들여 6천명 수용, 2026년 완공...KCC 연고지 변경 승인 1년 만에 착공식

전주시는 10일 여의동 복합스포츠타운 조성 부지 내에서 전주실내체육관 건립 착공식을 가졌다.(사진=전주시 제공)
전주시는 10일 여의동 복합스포츠타운 조성 부지 내에서 전주실내체육관 건립 착공식을 가졌다.(사진=전주시 제공)

전주시는 이날 여의동 복합스포츠타운 조성 부지 내에서 우범기 전주시장과 국주영은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장, 이기동 전주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내·외빈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실내체육관 건립 착공식을 개최했다고 언론에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시는 이날 “이번에 신축되는 실내체육관은 652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1만4,225㎡, 수용 인원 6,000명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라며 “이곳은 배드민턴과 배구, 탁구, 농구 등 실내 체육 종목과 문화공연이 가능한 다목적 시설로 지어진다”고 자랑했다. 아울러 시는 “향후 이곳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스포츠시설 타운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신축될 새로운 실내체육관을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최고의 시설로 만들어 오는 2026년 우리 곁에 다가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존 실내체육관은 지난 1973년 전북대학교 인근에 조성된 이후 50년 넘게 이용된 데다 프로농구 KCC 이지스 농구단의 홈구장으로 사용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노후한 시설 등을 이유로 끝내 KCC가 전주에서 부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하게 돼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KCC는 2001년부터 22년 동안 전주를 연고지로 해 KBL 리그를 치렀지만 전주시와 실내체육관 건립 등과 관련한 문제로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다 지난해 8월 30일 한국농구연맹(KBL) 이사회에서 KCC의 연고지 변경 승인이 이뤄진 직후 전주를 떠나 부산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 때문에 충청 및 호남권의 유일한 지역 연고 프로농구단이 떠나는 바람에 농구팬들은 물론 전주시민들에게 큰 이별의 아픔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전주시의 안일한 대처가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전주시는 KCC의 홈구장인 전주실내체육관이 낙후됨에 따라 2019년 신축 체육관 건립을 발표했었다. 새로운 구장은 당초 2023년 완공 예정이었지지만 프로야구 2군 퓨처스리그 유치를 위한 야구장과 육상경기장 건립이 적극 추진되면서 실내체육관 건설은 진척이 더뎌 2025년에 이어 2026년으로 완공 시기가 늦춰지면서 사달을 자초한 셈이다.

게다가 전주실내체육관 신축이 계속 지연되면서 체육관의 부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전북대학교가 2025년까지 체육관을 비워 달라는 입장을 전주시를 통해 KCC측에 전달함으로써 구단은 연고지 이전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이어서 지난해 시민들과 농구팬들은 거센 항의와 분노를 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남겼지만 이미 농구단은 부산으로 떠난 뒤였다.

“프로농구단 떠나보내고 실내체육관 신축이라니...소 잃고 외양간 새로 짓는 꼴” 

전주실내체육관 조감도.(전주시 제공)
전주실내체육관 조감도.(전주시 제공)

그러더니 전주시가 1년이 지나서야 실내체육관 착공과 함께 “건립 공사가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향후 각종 전국대회와 국제경기 등 다양한 스포츠 대회 및 문화행사를 유치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홍보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더구나 이날 착공식에서 우범기 시장은 “향후 이곳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스포츠시설 타운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랑했으나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사업과 연계해 월드컵경기장 일원 복합스포츠타운에 추진 중인 육상경기장과 야구장 대체 시설 건립 공사가 시공사 경영난으로 지난달 12일부터 중단돼 우려가 크다.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은 국비와 도비, 시비를 포함해 총 1,421억원(육상경기장 836억원, 야구장 585억원)을 들여 덕진구 장동 월드컵경기장 일대 부지 12만2,645㎡에 각각 1만 82석, 8,176석 규모로 동시에 건립, 준공 목표를 내년 11월까지로 정했으나 차질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도 실내체육관 건립 소식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반응이다.

시민 김영수 씨(전주시 인후동)는 “프로농구단이 떠난 이유가 실내체육관 문제에서 비롯됐는데 조금만 더 착공을 서둘렀으면 지금도 전주를 연고로 잘 유지됐을 것”이라며 “임시방편의 탁상행정과 주먹구구식 개발정책이 화를 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로농구 팬인 이영주 씨(군산시 나운동)는 “프로농구단을 떠나보내고 실내체육관 신축이라니, 소 잃고 외양간을 새로 짓는 꼴이다”며 “체육관을 조금만 앞당겨 착공했더라면 프로농구단이 전주에 계속 머물렀을 텐데 너무 아쉽고 분하다”고 말했다.

"KCC 이지스 농구단, 부산 연고 이전 첫 해 우승...부산시민들 자긍심”

지난 5월 5일 부산 KCC가 ‘2023-2024 KBL 챔피언 결정전’에서 수원 KT 소닉붐을 4대 1로 꺾고 우승한 가운데 관계자들이 우승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사진=부산시 제공)
지난 5월 5일 부산 KCC가 ‘2023-2024 KBL 챔피언 결정전’에서 수원 KT 소닉붐을 4대 1로 꺾고 우승한 가운데 관계자들이 우승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사진=부산시 제공)

한편 지난해 부산으로 이전한 KCC 이지스 프로농구단은 연고지를 옮기자마자 우승을 거머쥐어 전북지역 팬들이 더욱 아쉬워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 5일 부산 KCC가 ‘2023-2024 케이비엘(KBL) 챔피언 결정전’에서 수원 KT 소닉붐을 4대 1로 꺾고 최종 승리하며 21세기 최초로, 27년 만에 부산 연고 프로스포츠단이 우승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KCC는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우승하며 통산 6번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는 부산지역 언론들의 보도가 이어졌다.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첫해에 KCC 이지스 농구단이 27년 만에 부산 시민에게 프로스포츠단 우승컵을 선사하는 새 역사를 썼다”며 “앞으로 부산시는 다양한 체육정책을 통해 지역 내 스포츠 발전을 이루고 시민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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