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주요 방송·신문 뉴스 톺아보기] 2020년 7월 24일(금)
한 때 금융업계에서 불기 시작한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라는 말이 전 사회적으로 유행했다. ‘법과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여 자기 책임을 소홀하거나 집단적인 이기주의를 나타내는 행위’, 즉 ‘도덕적 해이’를 지칭한다.
일자리 나누기 차원으로 신입사원들의 임금을 대폭 삭감하고, 기존 사원들의 임금도 동결하는 상황에서 금융권 임직원들이 거액의 스톡옵션을 지급받는 행위는 대표적 모럴 해저드 사례로 꼽힌다.
기업인이나 정치인이나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보다 슬그머니 넘어가버리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도덕적 해이로 인한 피해는 고객, 소비자, 애꿎은 직원, 서민 등 대부분 약자들의 몫이다.
이스타항공이 경영난을 이유로 제주항공에 회사를 매각하려다 무산된 사례에서 이 같은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수많은 직원들과 주주들을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장의 이익과 실리에 급급한 오너와 경영진들은 오랜 인수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비용과 밀린 체불임금 등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다 결국 계약이 무산되고 말았다.
회사를 매각하려고 마음먹은 이스타항공사 측은 체불임금이고 뭐고 빨리 빠져 나가는 데 급급한 행태를 보이려다 매각 실패는 물론 오히려 오너 일가의 추한 민낯과 의혹들이 덤으로 밝혀져 더 큰 위기에 빠진 상태다.
반면 인수에 나섰다가 코로나19 장기화라는 복병을 만난 제주항공사 측은 주판을 다시 튕겨보더니 타산이 맞지 않자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이유를 내세워 인수를 포기하면서 슬그머니 빠져 나가는 모양새다.
누구보다 직원들을 내팽개치며 매각에만 골몰해 온 이스타항공 사측에 대한 책임론과 비난여론이 거세다.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편법 증여와 탈세 의혹 등이 체불임금과 자본잠식으로 직원 및 소액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 못지않게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됐다.
이에 대해 실질적 오너 역할을 해 온 창업주 이상직 국회의원은 두 자녀가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 주식을 헌납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못했다. 오히려 이스타홀딩스 설립과 자녀들이 대주주가 되는 과정의 편법과 불법 의혹만 키우고 만 꼴이 됐다.
KBS 전주방송 라디오 '패트롤전북' 7월 22일 방송( 유튜브 채널)
이런 마당에 언론의 인터뷰나 의혹의 해명 요구에 좀처럼 응하지 않아왔던 이상직 의원이 지난 총선 이후 3개월여 만에 KBS 전주방송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인 ‘패트롤전북’에 22일 전화로 출연해 단연 화제가 됐다. 작가와 제작진의 끈질긴 노력 끝에 출연이 이뤄진 이날 이 의원 발언은 그러나 많은 실망을 안겨줬다.
하루 종일 종편과 지상파방송, 신문, 인터넷 언론들이 ‘패트롤전북’에 출연해 발언한 이 의원 중요 멘트를 인용할 정도였으나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 사례로 부각됐다.
그는 KBS 전주 라디오의 '패트롤 전북'에 출연해 "정부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에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주고 있으며, LCC인 티웨이 등도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스타항공을 지원 안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패트롤전북 진행자(함윤호 아나운서)가 "경영부실, 편법 승계 의혹이 있는 기업에 정부가 왜 지원해야 하느냐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고 하자, 이 의원은 "그렇게 따지면 아시아나항공 등등 다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항공사는 다 지원하는데, 이스타항공만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반복함으로써 빈축을 샀다.
그는 또한 인터뷰에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에 대한 질문에 "먼저 임직원이 사즉생 각오로 똘똘 뭉쳐야 한다"면서 "지자체와 도민들이 향토 기업 이스타항공 살리기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유체이탈 화법으로 응해 이 발언 또한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날 ‘패트롤전북’에서 이 의원 바로 다음 순서로 전화 인터뷰로 출연한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위원장은 “체불 등으로 고통을 안고 있는 직원들에 대해 이 이원의 사과 한 마디가 없어 아쉽다”며 “그러면서 임직원들의 사즉생 각오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또 “임금체불 등 그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고 이상직 의원과 그의 가족만 책임을 모면한 상태”라며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에 여러 차례 진상조사와 대책마련 등을 요구했지만 당 차원의 아무런 조치와 반응이 없다”고 말해 매각 불발에 따른 후유증과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프로그램의 유튜브 파일은 하루 만에 1,400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한편 23일 이후 전북지역 언론들은 이스타항공의 제주항공 매각 불발에 따른 파장과 후유증을 지면과 영상에 비중 있게 반영했다.

그러나 지역 일간지들은 여전히 회사측과 전북도 차원의 입장에서 피해와 파장을 우려하는 기사들이 많았다. 새전북신문은 이날도 ‘이스타항공 최종구 대표’의 인터뷰 기사를 지면에 큼지막하게 박스로 처리했다. ‘법적 대처’, ‘전북도민의 애정과 관심’ 등의 표현을 지나치게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반면, KBS 전주방송은 “경영 부실과 여러 의혹을 낳고 있는 기업에 세금을 투입하는 게 맞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 상황 전에도 자본잠식 상태였고, 편법 승계 등 이상직 의원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진 부실기업에 세금을 지원하는 게 맞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7월 24일(금) 전북지역 주요 신문과 방송의 1면 또는 해당 기사 제목이다.
전북일보
텅 빈 취업 게시판, 전북 청년 고용률 전국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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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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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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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청소년기자단 '4.15총선 보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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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중앙신문
국립공공의대 설립 사실상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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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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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방송
인수합병 무산 이스타항공…전북 여파는?
위기의 이스타항공…“정부 지원 신중해야”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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