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기획] 인구 감소·지역 소멸...'위기의 전북' 진단(8)

지방자치시대가 열린지 30년을 맞는 지금 각 지역마다 날로 심각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는 물론 지역 불균형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선뜻 해결 방안이 없는 난제 중의 난제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 현상이 극심해 외국인에 의존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농촌, 공장, 회사에 이어 심지어 지역 대학들도 외국인 비중이 매년 늘고 있다. 한때 200만명에서 190만명에 이어 180만명으로 인구 감소의 내리막길을 치닫아 온 전북은 지역 소멸의 가장 심각한 중심 지역으로 꼽힌다.

이에 <전북의소리>는 연중 기획 ‘인구 감소·지역 소멸...위기의 전북 진단'을 통해 인구 감소 실태와 원인을 조명하는 한편 다른 지자체들의 인구·청년 정책 등을 살펴보고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해 나갈 방안이 무엇인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2022년 시도별 합계출산율(통계청 제공)
2022년 시도별 합계출산율(통계청 제공)

전북 합계출산률 0.82명, 전국 광역도 중 ’꼴찌‘...지역 소멸 위기 더해

전북지역의 출산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전북은 전국 17개 시·도 중 도 단위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인구감소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임이 입증됐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지역의 합계출산율은 0.82명으로 전국 광역도 지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합계출산율 0.85명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전북지역 출생아 수는 7,000명으로 한 해 전보다 6%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인구 과밀지역인 서울이 0.59명으로 가장 낮고, 부산 0.72명, 인천 0.75명 순이었다. 반면,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시로 1.12명이었다. 세종시는 2015년 이래 광역단체 합계출산율에서 8년째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줄곧 OECD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출산율 감소로 인한 인구감소가 급격히 내리막길을 향해 달리면서 지방소멸 위기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북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꼽혔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인구 1,000명당 새로 태어난 아기의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도 전북은 4.0명으로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광역 4.9, 도 5.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세종시의 경우 8.5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전국 평균의 두 배 가까이 됐다. 

반면 전북의 사망자 수는 크게 늘었다. 지난해 전북지역 사망자는 1만 7,900명으로 전년보다 18.6% 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는 25만명 출생하고 37만명 사망해 자연증가가 12만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지방 협업 체계 구축, '삶의 질' 제고 노력 필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 비율 추이(국회미래연구원 제공)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 비율 추이(국회미래연구원 제공)

이런 가운데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주도하는 분권형 균형발전 전략을 위한 중앙과 지방의 협업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안으로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현곤)은 국가의 미래 이슈를 신속하고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지방소멸위기 대응 방향‘(Futures Brief, 제23-03호)을 20일 발간해 최근 지방의 인구 위기 현상과 관련,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주요 쟁점 사항과 정책 어젠다를 제시했다. 

특히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시대에 대응하려면 ‘인구 수’보다 효율적 ‘공간 전략’을 수립하고 분권형 균형발전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앙과 지방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의 전반적인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주목을 끌었다. 

또한 최근 각 지자체들이 지방의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농촌 살아보기 체험, 워케이션, 귀농 지원 등 다양한 전략이 눈에 띄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주기반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부터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어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시작됐다. 인구, 고임금 양질의 일자리, 첨단산업 등이 편중된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인구소멸’ 위기에 해당하는 중소도시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비수도권, 일자리 감소 외에 의료·교통·보육 등 정주 여건 악화...수도권 집중 요인 

실제로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수도권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9년 45.9%, 비수도권 54.1%에서 매년 격차를 줄이다 2019년을 기점으로 역전돼 2021년 기준 50.4%를 기록했다. 지역내총생산(GRDP) 비율은 수도권이 2015년 50.1%에서 2020년 52.5%로 성장한 반면 비수도권은 같은 기간 49.9%에서 47.5%로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GRDP는 10년 동안 지속해서 하락했고 수도권은 성장세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시킨 요인은 비수도권 지역의 일자리 감소, 의료, 교통, 보육 등 정주 여건 악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수도권으로 유입된 20~30대 청년층의 순이동 인구는 2010년 4만 7,931명에서 2020년 9만 3,430명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이밖에 전국 84개 한계대학 중 74%에 달하는 62개 대학이 비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한계대학은 재정이 부실하고 학생모집을 하기 어려운 대학으로 폐교 직전 단계에 있는 곳을 말한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삶의질 그룹장)은 이번 보고서에 지방 위기 대응을 위한 미래전략으로 “초저출산 현상이 20년간 계속되고 세계 최저 출산율의 기록을 세우고 있는 현시점에서 출산율을 반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물론, 인구감소의 거대한 흐름을 상수로 설정해 미래전략을 수립하되 사회시스템이 대응할 수 있도록 그 변화의 속도를 둔화시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주장했다.

“청년 유출 줄이기 위해 뭉치고 연결하는 효율적 공간 전략 필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비율 추이(국회미래연구원 제공)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비율 추이(국회미래연구원 제공)

그러면서 민 연구위원은 “주요 거점을 육성해 뭉치고 연결하는 효율적 공간 전략은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등 위계를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대도시는 혁신 중심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중소도시는 도시 생활 서비스 제공과 대도시 거점 지원 역할을, 농어촌은 주민 삶의 질 개선에 중점을 둬 각 지역 간 이동성 강화를 위한 교통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기존의 중앙 주도가 아닌 지역 주도의 분권형 균형발전 전략에 방점을 찍고 협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는 재정적 지원 확대가 필요한 부분이다. 청년 유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기업이 지역발전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인재 육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지자체-대학-기업 통합 거버넌스 구축...지역인재 육성 지원 중요”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삶의질 그룹장)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삶의질 그룹장)

특히 지역에서 청년 유출을 감소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청년들이 태어나서 자란 지역에서 진학하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대학, 지자체, 기업 등이 지역발전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지역 인재 육성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민 연구위원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 주도적으로 지역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했다”면서 “각 지역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여 지역 거점을 육성하고 주변 지역과 교통 및 생활서비스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권역별 정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중앙이 주도하던 균형발전 전략이 아닌, 지역이 주도하는 분권형 균형발전 전략을 위해 중앙과 지방의 협업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국민이 어디에 살든 행복이 균질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지역의 전반적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전북도와 전북 시·군들은 특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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