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3년 1월 2일
'지방 소멸'이 신년 화두로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전국 각 지역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지방 소멸 위기에 내몰린 채 대책을 찾느라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과밀을 부추겨 온 정부에 그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높다. 하지만 정작 정부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들의 대응은 지나치게 미온적이거나 안이하다는 비판이 이구동성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북 인구 170만명선 붕괴 눈앞...사망자, 신생아 수 2배 넘어 마을마다 고령화 ‘심각’

전주MBC는 1일 ‘"170만도 위태"...'지역소멸' 어떻게 극복하나’의 기사에서 인구 감소 문제와 지방 소멸 문제를 동시에 짚었다. 기사는 전북의 인구가 170만명선을 위협받고 있는 현상과 이유를 자세히 소개해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10월까지 전라북도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5,962명으로 이는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446명이 줄어 7%나 감소했다”는 기사는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인 조출생률은 3.8명으로 전국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리드에서 전했다.
이어 기사는 “사망자 수는 이미 7년 전부터 신생아 수를 앞질렀고, 지난해 기준 만 5,000명 수준까지 꾸준히 증가해 신생아 수의 2배를 넘어섰다”며 “고령층의 인구가 청년층의 인구를 훨씬 앞서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촌 마을은 이미 활기를 잃은지 오래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또한 “과거 100여 세대가 살고 있다 이제는 고작 50여 세대밖에 남지 않은 정읍의 한 마을에서는 주민들 대부분이 70~80대 고령층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남지 않았다”며 “마을 곳곳에는 창호에 구멍이 숭숭 뚫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폐가와 대문이 꽁꽁 잠긴 빈집만 늘어갈 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시행되는 인구감소지역 지원특별법과 고향사랑 기부제 등이 그나마 활로가 되어줄지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근거 법령만 마련된 수준으로 그 내용을 채우고 정책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라며 “해묵은 지원책의 이름만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 코앞에 닥친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전라북도와 지역 주민의 부단한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기사는 말미에서 지적했다.
“수도권, 지방 인구·자본 등 무차별 흡수...나무 잔뿌리부터 말라죽듯 지방 소멸”

인근 광주·전남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광주일보는 신년호 기획 특집으로 지방 소멸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신문은 ‘지방 소멸 … 이대로는 국가의 미래도 없다’와 ‘수도권 과밀 해소 없인 지방 소멸 못 막는다’는 두 꼭지 기사에서 문제를 제기하며 해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먼저 ‘지방 소멸 …이대로는 국가의 미래도 없다’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는 “낮은 출산율, 고령 인구 증가 속에 수도권이 지방 인구, 자본 등을 무차별적으로 흡수하면서 나무의 잔뿌리부터 말라죽듯 수도권에서 먼 지방부터 소멸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는 아직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는지 땜질식 처방만 반복하고 있다”고 정부의 안이한 대책을 지적했다.
“지난 2020년 12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일부 개정,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일자리 창출, 청년인구 유입 등에 10년간 1조 원씩 지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유일한 대책”이라고 밝힌 기사는 “100년 이상 지속돼 온 국가 재정의 불균형 투입으로 시작해 인구, 자본은 물론 정치·경제·문화·교육 등 모든 것을 수도권에 집중시킨 국가 정책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여기에 오로지 여성 개인의 희생을 전제로 한 아이 낳아 기르기 어려운 여건과 함께 개인 선택의 존중 등 시대적인 조류가 빚어낸 낮은 출산율은 농어촌을 시작으로 지방의 소멸 속도를 더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사례로 기사는 “곡성군 고달면은 현재 1137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16년 1월 1337명에서 200명이 줄어든 것”이라며 “조만간 1000명 선도 무너질 것으로 보이는데, 출생이나 전입은 없고 사망과 전출만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국가 불균형 정책 원인...호남정치 변방, 지방대학 생존 위협

신문은 또 이날 ‘수도권 과밀 해소 없인 지방 소멸 못 막는다’는 또 다른 기사에서 “국가 불균형 정책, 가장 큰 피해지역은 호남권”이라며 “오병기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역사적 재정 불균형 개선을 위한 차등적 재정분권 정책 추진 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1967년부터 2018년까지 61년 동안 3201조원의 지방재정 가운데 수도권과 영남권이 각각 36.8%(1179조원), 27.7%(885조원)를 차지했다. 호남권은 15.7%(502조원)에 그쳤다”고 전했다.
기사는 이어 “현재의 국가 불균형의 원인이 정부의 재정 투자에서 비롯됐다”면서 “정부의 재정 투자는 기반시설의 격차로 이어지고, 민간자본들은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지역에 투자하기 때문”이리고 못박았다. 정치적 빈곤도 그 사례로 들었다.
신문은 기사에서 “민주 진영의 심장 역할을 해왔던 호남 민심을 지렛대로 한국 정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던 호남 정치권이 점차 사면초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시대에 걸맞은 정치적 비전과 리더십 제시 등에 실패하고 호남 정권 창출을 이루지 못하면서 정치 무대의 변방으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남 정치의 실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는 기사는 “‘빈곤의 악순환’ 구도를 만들면서 호남의 미래 역량 약화를 불러오고 있다”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오래전에 나올 정도로 지방 대학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는 지난해 140명이 정원 미달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데 이어, 올해도 총 정원이 38명 미달했다. 조선대도 작년(-128명)과 올해(-15명)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교사 채용 급감, 공교육 붕괴, 지방 소멸 가속화...노인과 바다의 도시"
다른 지역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연말 대구MBC는 ‘교사 채용 '뚝'···"공교육 붕괴·지방소멸 가속화"’란 제목의 기사에서 “저출생 문제가 심화하면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줄고, 이 여파로 교사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면서 “2020년 대구에서는 신규 초등학교 교사 100명을 뽑았는데 불과 2년 뒤인 2022년에는 50명으로 절반에 그쳤고, 2023년에는 30명, 3년 사이 채용 규모가 70% 줄었다”고 보도했다.
“유치원도 마찬가지로 2022년 10명에서 2023년에는 3명으로 신규 채용이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감소세가 가파르다”는 기사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 수 급감”이라며 “갈수록 심화하는 교육 불균형은 공교육 붕괴로 이어지고, 결국 지방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일보도 지난 연말 ‘새해엔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 오명부터 벗자’란 사설에서 “국가 소멸이라는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수도권 일극 집중 해소와 함께 지방에 좋은 일자리와 교육 환경을 끊임없이 확충해야 한다”며 “부산에서부터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해 결혼하고,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지역 언론들이 심각한 인구 감소 속에 지방 소멸 위기를 잇따라 공통 화두로 끄집어 냈다. 문제가 전 지역에서 심각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해당 지자체들의 대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탁상공론이거나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공통적인 지적을 받는 이유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