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기획] 인구 감소·지역 소멸...'위기의 전북' 진단(1)
지방자치시대가 열린지 30년을 맞는 지금 각 지역마다 날로 심각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는 물론 지역 불균형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선뜻 해결 방안이 없는 난제 중의 난제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 현상이 극심해 외국인에 의존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농촌, 공장, 회사에 이어 심지어 지역 대학들도 외국인 비중이 매년 늘고 있다. 한때 200만명에서 190만명에 이어 180만명으로 인구 감소의 내리막길을 치닫아 온 전북은 지역 소멸의 가장 심각한 중심 지역으로 꼽힌다.
이에 <전북의소리>는 연중 기획 ‘인구 감소·지역 소멸...위기의 전북 진단'을 통해 인구 감소 실태와 원인을 조명하는 한편 다른 지자체들의 인구·청년 정책 등을 살펴보고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해 나갈 방안이 무엇인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1960년대 250만명 전북 인구, 2년 전 180만명 무너져...외국인 의존도 갈수록 '심각'

전북의 인구가 2000년 이후 걷잡을 수 없는 감소세를 치닫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80만명선이 2년 전인 지난 2021년 무너진 뒤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농사 짓기 어렵고, 공장도 돌릴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외지로 떠나는 청년을 대신해 외국인을 유치하려는 경쟁은 지역의 모든 대학에서부터 노동 현장, 직장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의 ‘2022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북지역 주민등록상 인구는 176만 9,607명으로 1년 전인 2021년 동기의 178만 6,855명에 비해 1만 7,248명이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주민등록 인구는 5,143만 9,038명으로 이 중 전북 인구는 3.4%를 차지하고 있다. 1960년대 초반 5%를 차지하던 전북의 인구 비중이 1.6%p 하락한 셈이다.
전북의 인구는 11년 전인 지난 2012년 187만 3,341명에서 2013년 187만 2,965명(-376명), 2014년 187만 1,560명(-1,405명), 2015년 186만 9,711명(-1,849명), 2016년 186만 4,791명(-4,920명), 2017년 185만 4,607명(-1만 184명), 2018년 183만 6,832명(-1만 7,775명), 2019년 181만 8,917명(-1만 7,915명), 2020년 180만 4,104명(-1만 4,813)으로 계속 감소했다. 그러나 이 때까지만 해도 180만명선은 유지했었다.
그러나 2021년에 들어서면서 178만 6,855명으로 전년 대비 1만 7,249명이 감소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180만명선이 무너졌다. 이미 이보다 앞선 20년 전 전북의 인구는 당시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200만명이 무너진 이후로 급격히 내리막길을 달렸다.
지난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인명부를 작성하기 위해 그해 11월 21일 기준으로 주민등록상의 인구를 긴급 조사한 결과, 전북의 인구는 195만 7,339명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1년 전인 2001년 12월 31일 기준으로 200만 6,454명이었던 인구가 무려 5만명 가까이 급감한 것은 물론 200만명선이 무너져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러나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대 국내 전체 인구가 2,500만명대였던 그 무렵 전북은 250만명선을 유지했었다. 지금은 전국 인구가 당시의 두 배가 넘는 5,000만명 이상이 됐지만 전북은 오히려 80여만명이 줄어든 17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실감케 한다.
전국 광역자치단체들 중 전북의 인구 현황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전북은 9개 도(道) 지역 중 하위인 6위를 맴돌고 있다. 인근 대전·세종·충남과 광주·전남에 비하면 차이가 갈수록 크게 벌어지고 있다. 오히려 강원과 충북지역이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청년 인구 일자리 찾아 수도권 유출 심화...14개 시·군 중 13곳 ‘소멸 위험’

전북 인구의 감소는 2000년 이후 매월 3,000∼5,000명씩 줄어들고 있다. 전국적인 현상인 저출산 문제 외에도 전북지역은 청년층 인구 유출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북의 청년층(18세~39세) 인구는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6만 7,752명이나 감소했다.
전북 인구가 매년 1만 7,000여명 감소한 가운데 청년층은 그중 1만 6,938명으로 주로 취업과 학업 등을 이유로 고향을 등지면서 인구 감소의 대표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집중 유출 현상과 일자리 부족에 따른 청년 인구의 꾸준한 역외 유출은 지역 소멸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들어 ‘좋은정치시민넷’이 전국 자치단체와 전라북도 시·군의 ‘지방소멸 위험지수’를 분석한 결과 전북의 14개 시·군 중 전주시만 제외하고 13개 시·군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 중 7개 군(진안, 무주, 장수, 임실, 순창, 고창, 부안)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전북의 시·군들 중 93%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지역 소멸은 교육, 지역상권, 일자리 등 측면에서 정주 여건이 불리한 상황을 말한다. 지역 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국가와 자치단체가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소멸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전북도 등 지자체들 원론·근시안적 대안 벗어나지 못해...고령화 전국 3위

이러한 인구 감소와 청년층의 급속한 유출 현상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대부분 지역과 마찬가지로 저출산·고령화 속에서 청년층의 지속적인 인구 유출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내놓았다. 또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기업유치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귀농 귀촌 활성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시·군들도 원론적 또는 근시안적 대안들이 대동소이하다.
더욱이 이 같은 원인 분석과 대안은 이미 20년 전부터 나왔던 것들이어서 전혀 새로울 것도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인구 감소와 함께 이어지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급속한 고령화 추세다.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7개 시·도 중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곳은 6곳으로, 전남(노인 인구 비율 25.2%), 경북(23.8%), 전북(22.3%) 강원(21.7%) 부산(21.5%) 충남(20.6%) 순으로 나타났다. 전북은 3번째로 높다. 떠날 사람, 특히 청년들은 다 떠나고, 남은 사람도 얼마 없는 농촌지역은 불법 체류 외국인에게라도 농사를 맡겨야 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현실이다. 이 같은 여파는 학교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전북지역 초등학교의 절반 이상이 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존폐 위기에 몰렸다.
초등학교 신입생 한 명도 없는 곳 갈수록 늘어...지역 소멸 현실화

4일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전북지역 초등학교 가운데 신입생이 10명 미만인 곳은 215곳으로, 전체 학교(422개교)의 50.9%에 달했다. 2018년 신입생 10명 미만인 학교가 170곳이었지만 5년 새 45곳이 늘었다. 이 같은 초등학교 신입생 기근 현상은 비단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북지역 대표 도시인 전주(6곳), 군산(21곳), 익산(25곳) 등도 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군산 어청도초·신시도초 야미도분교, 부안 위도초 식도분교 등 섬지역 학교는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고, 임실 신덕초 역시 올해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한다. 신시도초 야미도분교는 현재 전교생 수가 1명에 불과해 이 학생이 졸업하면 학교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전면 시행된지 올해로 30년이 가깝다. 그러나 전북의 인구는 매년 감소해 전 지역이 소멸 위기에 내몰렸다. 지방자치제도의 안착보다는 지역 소멸 위기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급선무 과제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최대 화두로 부상했지만 묘안은 보이지 않는다.(계속)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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