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89)

지리산에 하늘이 내린 용들의 비밀왕국이 있다. 세상의 이름으로는 '구룡계곡'이고 용들의 이름으로는 '용호구곡'이다. 그 왕국으로 들어가는 문이 '용호석문'이고 그 수문장은 부처님이 물에 그림자로 변신하신 '불영추'다. 

불영추가 구룡계곡의 수문장인 것은 부처님 오신날 사월초파일에 아홉 마리의 용이 내려와 자기의 폭포 소에서 놀다가 가기 때문이었고 그 위치가 구룡계곡의 초입이기 때문이었다.

구룡계곡이 용들의 비밀왕국이 된 탄생 설화는 선비들에게서 나온 정사와 백성들에게서 나온 야사 두 가지이다. 전자는 구룡계곡의 아홉 개 소마다 가진 이름에 붙인 이야기이고 후자는 그 아홉 개 소에서 부린 저마다의 용 재주와 구룡계곡 주변에까지 용호구곡의 세계를 넓혀 놓은 이야기이다.

선비들이 내어놓은 구룡구곡의 정사는 고문헌과 바위 글씨로 조명한 지리산 용호구곡(龍湖九曲)의 입지 및 경관 특성(노재현·강병선, 우석대학교 조경도시디자인학과·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논문과 새전북신문 이종근 문화부장께서 자신의 블로그 '한국문화 스토리 돌비석 이야기 지리산(智異山) 용호구곡(九湖溪谷)의 돌 글씨들'(2020. 7. 6) 편에 완벽하게 꺼내 놓으셨으니 나는 백성들의 이야기 구룡계곡의 야사를 말해보려 한다.

구룡계곡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주천면에 있다. 어릴 때 들었던 그곳에 든 백성들이 낸 이야기는 용담사에 끈을 대고 있었고 그 신비의 나라에 놀러가고 소풍가는 것은 일상중 하나였다. 그때로 부터 시작된 구룡계곡의 비밀의 문을 찾아내야 한다는 관심은 고향에서 공직을 하게 됨으로써 구룡계곡이 지척으로 다가와 실행의 기회가 되었다. 

30여년 전 나는 교룡결의로 맺은 남원학 3인방이던 선배 두 분과 함께 구룡계곡의 자연, 생태, 인문, 구전등을 샅샅히 조사했다. 그 일에 나의 담당은 백성들이 낸 이야기였다. 두 분 다 제명을 다하지 못하시고 세상을 등지셨는데 그 당시 한분은 탁본을 했고 한분은 사진을 찍고 나는 기록을 했었다. 

지난 달 국립공원 전북사무소에서 가진 지리산문화유산위원회에서 논의된 안건중 구룡계곡과 주변의 문화자원이라는 책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날 이후 지난날 조사해 두였던 구술자료와 사진들을 찾아 그 이야기를 정리 중이다. 

구룡폭포가 남원팔경 중 1경인 것은 자연 경치의 우월성에 더하여 남원성 안에 모신 성을 지켜주는 용신의 승천지라는 문화적 정체성 때문이다라는 것을 서두로 구룡계곡으로 들어가는 용호석문의 문을 여는 열쇠의 비밀번호 조합의 목차는 이렇다. 

1. 용호구곡 4담 

2. 염공주와 철도령의 화신 모데미풀 이야기 

3. 왜적을 향한 구등치 조경남 장군 궁송 

4. 구곡 소마다 펼쳐지는 용들의 향연 이야기 

5. 옥룡추는 용의 구슬 목소리 

6. 용들의 불쏘시개 구룡계곡의 고란초 

7. 용들도 쫓아내지 못한 1곡 송력동 여근곡과 3곡 학서암의 남근석 궁합 이야기 

8. 구룡계곡을 살려낸 수계분쟁 종결 치적비의 비밀 

9. 빨치산 유전자 혹부리 소나무 

10. 구룡이 낸 황룡부주의 명당 모데기 왕족묘의 진실 

11. 쇄집은 구룡의 비옷 

12. 내기마을 호랑골에서 흘러나온 호뇨는 용들의 발톱 세척제 

13. 구곡용은 써래밥으로 배채우고 일곡 

용은 사람들 제사밥으로 배채운다 

14. 구룡코재는 막걸리 힘으로 넘고 구룡계곡은 발힘으로 넘는다 

15. 구룡이 불러온 춘향묘의 비밀 

16. 동편제의 유전자 옥룡추 등이다 

천년고도의 활용 콘텐츠는 백성에게서 나온 이야기에 많다. '하드 스킬'보다 '소프트 스킬'이 필요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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