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92)

새벽 골목에 쌓인 눈을 가장 빨리 치우러 나서는 지리산 마을 집의 이야기다. 밤새 골목에 눈이 쌓이면 사람들이 눈 치우기에 나선다. 대부분 일찍 일어나 자기집 마당의 눈을 먼저 치우고 나서 골목으로 나와 눈을 치우다보면 윗집 아랫집 할 것 없이 골목에서 마을 사람 모두 만나게 되고 함께 눈 치우기에 나선다. 

그런데 어느 골목은 새벽에 나가보면 아무도 모르게 눈이 치워지는 곳이 있었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흉년에 겨울이 되면 백성들은 생존의 갈림길에 선다. 당장 매끼니를 때울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식량 도둑이 극성을 부리는 것도 이때다. 그런데 도둑들은 어느 집에 식량이 있는지를 어떻게 알아 냈을까? 

같은 동네 사람은 식량 도둑질을 하러 나서지 않으니 외부에서 밤에 들어와 식량을 훔쳐가려면 곡식이 있는 집을 알아야 했다. 그 방법은 이랬다. 눈이 오는 밤에 골목을 다니면 고양이 발자국이 많이 들락 거리는 집의 눈 쌓인 대문이 보였다. 

그것은 그 집에 쥐가 많다는 것이고, 쥐가 많다는 것은 곡식이 있다는 것이며, 배고픈 고양이가 쥐 사냥처로 그 집을 선택한 것이니, 그 집으로 도둑들이 식량을 훔치러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 발자국을 없애 식량 도둑을 예방하기 위해 눈이 내리는 밤에는 그 집에서 골목에 쌓인 눈을 가장 빨리 치웠다는 이야기다. 

세상에 감춰지는 것은 없다. 그렇게 보일 뿐이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