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2년 10월 29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5년 만에 재가동’ 선포
"군산의 불꽃, 다시"…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선포식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선포식 파이팅!
신영대, 공약 지켰다...“군산조선소 재가동, 감회 남달라”
매년 10척 안팎의 선박을 건조하며 6,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상주하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2017년 7월 갑자기 ‘가동 중단’을 선포하면서 문을 닫은 지 5년 만에 재가동에 들어간다는 국내 언론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매출 1조원 이상, 전북 제조업 12.3%...영광 되찾기 위한 여정 함께하겠다”

28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관영 전북지사,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장, 장영진 산업부 제1차관, 김성호 고용부 고용정책실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과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군산조선소에서 재가동 선포식이 화려하게 열리면서부터다.
특히 “이날 선포식에서 선박 블록 제작을 위한 공정별 시스템을 시험 가동하고 선박 건조를 시작하는 의미로 플라즈마 절단기를 이용해 원판 강재를 절단하는 퍼포먼스를 실시했다”는 내용이 사진과 함께 큼지막하게 조명됐다.
통신사와 일간지 등 국내 주요 언론들은 “2017년 7월 선박 수주 물량 감소 등 여파로 가동을 중단한 지 5년여 만이자 현대중공업이 전북도, 군산시와 재가동을 협약한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에 군산조선소가 정상화됐다"며 앞다퉈 보도했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을 띄우는 기사들도 눈에 띈다. ”재가동은 지역 국회의원의 공약“이라며 ”의원직을 걸었기에 감회가 남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기사들이다.
한덕수 총리의 이날 "전북도 및 군산시와 함께 군산조선소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발언에 이어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의 "내년 1월 차질 없이 재가동이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이 많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군산 출신인 김관영 전북지사는 "군산조선소는 정상 가동될 때 연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전북 제조업의 12.3%를 차지했다"며 "영광을 되찾기 위한 여정에 전북도가 적극 함께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해 역시 조명을 받았다.
그동안 중단됐던 군산조선소 가동을 위해 필요한 인력 255명을 채용하는 등 올해 안에 449명을 채용할 것이란 내용과 조선소 재가동으로 인한 생산유발효과가 1,989억원, 인구유입효과 3,600명의 지역경제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과거처럼 활기 되찾을 수 있을지...남은 과제 산적"

하지만 KBS전주총국, 전주MBC, JTV전주방송은 이날 군산조선소 재가동 선포 소식과 함께 문제점과 남은 과제들을 함께 보도해 시선을 끌었다. 5년 전 군산조선소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직장을 잃은 많은 근로자와 협력업체 직원들, 뿐만 아니라 군산시민들이 안아야 했던 고통과 상처들이 말끔히 지워지는 것처럼 이날 재가동 선포식이 조명됐지만 자세히 내막을 들여다보면 호들갑을 떨며 자화자찬할 일만은 아니란 지적이다.
돌이켜보면 경기 불황을 이유로 지난 2017년 7월 전격 가동이 중단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그동안 협력업체 83%가 폐업하고 6,000여명이 일자리를 떠났다. 다행히 군산조선소가 5년의 공백기를 깨고 내년부터 연간 10만 톤의 선박 블록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군산조선소가 과거처럼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남아 있는 과제가 산적하다.

더구나 재가동이 이뤄진다고 해도 배를 완성하는 게 아니라 조립품을 생산해 울산조선소에 납품하는 과정에 불과해 반쪽짜리 조선소로 머물게 됐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5년 만에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선포하고 내년 1월 전면 운영 재개를 위한 준비 절차에 돌입한 것 뿐, 내년부터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 아니라 선박 조립에 필요한 철판 부품 조각인 ‘블록’을 생산할 예정이다.
군산에서 생산된 선박 블록은 바지선을 통해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로 운송돼 조립된다. 그나마 선박 블록이 생산될 것으로 보여 휘청거렸던 지역 경제에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정상 가동됐을 당시 매출액 1조원을 기록하며 전북 제조업의 10% 이상을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정상화의 길은 아직 멀었다.
”막대한 혈세 지원 불구 울산조선소 하청, 껍데기만 생산“ 지적
이 때문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선박 블록은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물량인데 모두 울산조선소로 옮겨져 조립이 완성되기 때문에 군산조선소는 울산조선소의 하청업체나 다름없다”며 “자동차에 빗대면 엔진이나 핵심 기술은 없이 차체 껍데기만 생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더욱이 군산조선소 재가동과 함께 전라북도는 재가동 이후 3년 동안 많은 혈세를 지원을 할 방침이다. 군산에서 생산된 블록의 울산 이동 등 전체 물류비의 60%, 인력 양성을 위해 67억원, 고용지원금 132억원 등을 군산조선소와 관련 업체에 지원할 예정이다.

이러한 지원이 있기에 그나마 내년 블록 생산 재가동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전북도는 “중소형 선박, 특수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조선 생태계를 조성하고, 무탄소 엔진과 저탄소 연료 등 미래 친환경 선박과 기자재 산업 육성으로 조선업을 활성화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5년 전 가동 중단으로 군산은 물론 전북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줬던 군산조선소의 완전한 재가동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이구동성으로 흘러나온다. 군산조선소는 한때 760명의 본사 인력을 포함해 6,000여명의 노동자들이 상주하며 한해 10척 이상의 배를 건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가장 기초 공정인 블록만 생산하고 의장 등 부가가치가 높은 공정은 울산에서 이뤄진다는 점, 여기에 연간 100억원 가량의 운송비 등 60%를 전북도와 군산시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 장기적인 철강업계의 불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란 점 등이 개선하고 극복해 나가야 할 당장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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