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2022년 10월 28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관영 전북지사,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장, 장영진 산업부 제1차관, 김성호 고용부 고용정책실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과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군산조선소에서 재가동 선포식이 화려하게 열렸다.
이날 선포식에서는 선박 블록 제작을 위한 공정별 시스템을 시험 가동하고 선박 건조를 시작하는 의미로 플라즈마 절단기를 이용해 원판 강재를 절단하는 퍼포먼스를 실시했다.

2023년 2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군산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선박 블록 첫 출항식'에 참석해 조선산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현장 생산 기능인력의 부족, 국제 환경규제 강화와 같이 극복하고 도전해야 할 과제가 있지만, 조선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는 적극 지원하겠다”며 “해외 생산인력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고용 기준을 완화하고 숙련공 비자 발급을 확대하는 등 제도를 신속히 개선하겠다. 아울러 국내 신규 인력의 유입 확대를 위해 인력양성 프로그램과 장기근속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2월 대선 후보 당시에도 군산을 방문해 조선소 재가동을 약속한 바 있다.
가동 중단 5년 만에 재가동...별반 나아진 게 없어
이처럼 매년 10척 안팎의 선박을 건조하며 6,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상주하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2017년 7월 갑자기 ‘가동 중단’을 선포하면서 문을 닫은 지 5년 만에 재가동에 들어간다는 국내 언론 보도가 줄을 이었지만 지금까지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지난해 다시 가동을 시작한 군산조선소는 선박 블록을 생산해 울산조선소에 납품만 하고 있어 울산조선소 하청업체란 지적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24일까지 열린 군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군산조선소가 지자체로부터 예산만 지원받고 완전한 재가동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질타가 시의원들 사이에 이어졌다.
군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군산조선소 재가동 이후 전북도와 군산시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지원하는 예산은 연간 113억원(블록 운송 물류비 106억원, 인력 양성 5억원, 통근버스 및 기숙사 임차 지원 등 복지후생 2억원 등) 외에도 고용보조금과 육성 자금 등도 국·도비로 지원하고 있다. 앞서 전북도와 군산시는 3년 동안 블록 운송비와 인력양성 비용 등으로 3년간 매년 157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측은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들어가면서 올해 8만 톤 등 연간 10만 톤 이상을 생산하겠다고 밝혔지만 올 11월 현재 실적은 목표 대비 70%인 5만 6,000톤(조립 생산 물량 기준)에 머무는 실정이다. 그나마 블록을 생산해 울산조선소에 납품하는 수준에 그쳐 과거의 조선소 위상과 역할을 회복하기까지 걸리는 시일은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철판 잘라 블록 용접해서 울산에 싣고 가고 있는 여기는 블록 공장이지 이게 무슨 조선소냐?”

이에 대해 한경봉 군산시의원은 “사정사정해서 온 게 조선소가 아니라 철판 잘라 블록 용접해서 울산에 싣고 가고 있는 여기는 블록 공장이지 이게 무슨 조선소냐”며 “군산조선소는 조선소가 아니라 블록공장으로 칭해야 맞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의원은 “군산조선소 측은 생산 확대를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인력 수급만 탓하고 있다”며 “근로자들이 왜 기피하는지 고민하고 저임금 하청 구조와 근로환경 개선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부터 선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김영자 시의원은 “시민들은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군산조선소가 블록공장 수준으로 재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 선박 신조를 통해 조기에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난해 10월 블록생산으로 재가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지역 조선업계에 금세 순풍이 불어올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반쪽짜리 재가동, 울산조선소 하청업체란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한해 150억여원의 막대한 지자체 예산 지원에도 불구하고 생산유발이나 인구 유입 효과가 턱없이 적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북도와 군산시 등에 따르면 올해 현재 군산조선소의 블록 생산량은 목표치(6,000톤)의 70%가량에 그친 데 이어 고용인원도 827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선박 건조를 위한 최소 인력 3,00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 블록 생산 목표치 달성은 물론 선박 건조 등 완전 조선소 재가동은 사실상 불투명한 실정이다.
매년 150억여원 지원 전북도 “내년에는 고용인원·생산량 늘 것”...선박 실적 회복 울산조선소와 큰 '대조'

전북도 관계자는 "내년에 최대 1,400명까지 고용인원이 늘어 연간 10만 톤의 블록을 생산할 경우 생산유발 효과가 1,989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노동자 숙련도가 향상되면 생산량도 늘게 될 것이다"고 말할 뿐 “선박 건조 등 완전 재가동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산조선소와 달리는 울산조선소는 최근 선박 수주 실적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건조 독 6개 가운데 5개가 운용 중이어서 대조적인 분위기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현대 측 공언과 주장들이 허언이 아니길 군산시민들과 전북도민들은 학수고대하고 있을 뿐이다.
앞서 군산조선소는 2010년 8척, 2011년 14척, 2012년 11척, 2013년 10척, 2014년 13척, 2015년 16척, 2016년 13척을 건조했으며, 강재로는 2012년 39만 톤, 2013년 28만 톤, 2014년 42만 톤, 2015년 37만 톤, 2016년 38만 톤 규모였다. 매출 규모는 2012년 1조 1,300억원, 2013년 8,600억원, 2014년 8,301억원, 2015년 1조 1,418억원, 2016년 1조 2,972억원에 달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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